사회적기업에게 사회적가치란? 그것이 알고 싶다 ①
○ 함께 하는 분 :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신영식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 이사장
○ 때와 곳 : 2019년 4월 4일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실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최근 사회적경제 분야의 뜨거운 화두인 ‘사회적기업 인증제→등록제 전환’과 ‘사회적가치, 사회적가치 측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혁신 3대 전략으로 ‘국민 참여와 협력’, ‘신뢰받는 정부’ 그리고 ‘사회적가치’를 제시했다. 고용노동부는 당장 올해 하반기 사회적기업 등록제 전환을 위한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고, 진정성 있는 사회적기업을 선별하기 위한 ‘사회적가치’ 측정 지표들도 체계화되고 있다.”
목전에 둔 대변혁임에도 불구하고 제도변화에 민감한 행정이나 관계자가 아니라면 아직까지는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먼 나라 이야기만 같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사회적기업 등록제 전환과 사회적가치의 모든 것, A to Z! 이해하기 쉽고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강익 센터장과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이하 스토리한마당) 신영식 이사장을 대담자로 선정해, 중간지원조직과 사회적경제 기업 현장 양쪽의 이야기 모두 풍부하게 담아보았습니다.
그럼, 2019년 올해 첫 공감토크 <사회적기업에게 사회적가치란? 그것이 알고 싶다>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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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적경제 인증제→등록제 전환?
신영식) 제가 오늘 대담 자리에 오기 전에 몇몇의 사회적경제 기업가 분들을 만났는데, 사회적경제 인증제가 등록제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제도변화의 대상자인 사회적경제 현장이 가장 체감을 못 하고 있다는 거겠죠.
이강익) 사실 사회적기업 등록제는 민간에서 먼저 요구됐던 사안이에요. 기존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는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다양한 틀의 기업 유형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사회적기업의 저변을 확대해 민간이나 지역의 주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등록제로의 전환이 대두되었습니다.
현재는 사회적기업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인증제 틀로 짜여있는 기존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등록제 틀로 바꾸는 법 개정안을 하반기에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고, 의견수렴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공청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바로 내년부터 사회적기업 등록제가 시행되게 되죠. 고용노동부는 등록제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올해 사회적기업 인증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도 했어요.
2. 사회적기업 등록제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이강익) 신영식 이사장님은 사회적경제 영역에 진입하는 데 꽤나 고생을 하셨죠?
신영식) 정말 힘들게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죠. 사회적경제가 넓어져야 한다는 데는 크게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깐깐한 인증제 규정을 이행하며 사회적가치를 내재화한 기존 사회적기업들의 자존감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걷어내기는 어렵네요.
물론 어렵게 인증을 받은 기업들 모두가 건실하고 건강한 사회적기업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설립 요건이 완화된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설립만 하고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협동조합이 늘어난 사례처럼, 사회적기업도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거나 지역 중심의 모티브가 되지 못하고 그저 누구나 등록할 수 있는 일반 시장경제와 비슷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거죠.
이강익) 사회적기업 등록제를 추진하는 행정에서도 지금 말씀해 주신 문제가 가장 큰 화두예요. 사회서비스 실적이나 유급근로자 고용, 영업활동 실적 등 기존 사회적기업 인증제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요건들이 완화될 경우 쉽게 사회적기업에 진입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사회적가치 실현에 대한 진정성이나 구조적 안정성이 취약한 기업도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어요.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이후 10여 년간 사회적기업이 일종의 ‘브랜드’가 됐어요. 그래서 기존 사회적기업들은 사회적기업이 한국사회에서 어느 정도 도덕적인 기준과 역할, 위상이 세워졌는데, 준비가 안 된 기업이 들어와 이 같은 가치를 훼손할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계시죠. 저는 여기에 더해서 사회적기업 수는 두 배로 늘어날 텐데 예산은 증액되지 않을 거란 점도 짚고 싶어요. 한정된 예산을 둘러싸고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되니까요.
신영식) 사회적가치는 지역의 네트워킹을 갖고 서로가 돌봐주고 견제하고 상생하면서 발생하는 건데, 사회적기업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경우 결과적으로 지역에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도 미지수예요.
이강익)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 저변이 확대되고 지역사회 측면에서도 사회적기업 수가 늘어나는 게 맞는 길인 것은 확실해요. 그래야 사회적경제 위세도 높아질 수 있고요.
신영식) 물론 동의합니다. 하지만 기존 기업들은 사회적경제 영역에 속하지 않은 일반시민들 또한 자연스럽게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구매하는 건강한 모습이 되길 바라는데, 등록제 전환으로 자칫 힘들게 쌓아 온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에 대한 위상이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 거죠. 아직까지도 사회적기업을 지원사업에 기대 굴러간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으니까요.
지난해부터 사회적기업의 공공구매 수의계약 범위가 늘어났기 때문에, 공공영역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까지 해서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하려는 기업은 확실히 늘어날 거예요. 그 기업들이 그간 쌓아올린 사회적기업 위상에 걸맞은 몫을 다할 수 있을까는 여전히 의문이고요.
3. 등록제를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이강익) 이러한 우려들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사회적가치 지표를 정량화하는 ‘사회적가치 측정’입니다. 공공기관 우선구매나 사회적금융, 지원사업을 연계하고자 할 때 사회적가치 측정을 의무사업으로 정해 일정 정도 수준에 도달한 사회적기업만 재정사업 등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사실 사회적기업들은 스스로가 건강한 사회적기업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지표를 갖고 있지는 못했어요. 현재까지는 ‘사회적기업’이라는 것만이 그 증명이 되어줄 뿐이고, 어떤 식으로 지역에 기여하고 있고, 얼마만큼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죠.
사회적가치 측정이 도입되고 있는 지금 추세에서는 기업에게는 귀찮은 일이 될 수 있지만, 역으로 우리 기업이 사회적가치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사회적가치 측정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선은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사회적기업 등록제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고 싶네요.
신영식) 사회적기업 육성사업팀-(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3년간의 인증 사회적기업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는 앞선 과정으로 내재화된 사회적가치에 대한 생각들을 제도 완화로 진입한 기업들에게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이강익) 사회적가치 측정이 건강한 기업을 선별하는 일종의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기존 인증제에서도 건강한 의식을 갖추지 못한 채 인증요건만 맞춰서 들어온 기업도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사회적가치 측정에 맞춰서 적당히 사회적기업으로 들어올 수도 있겠죠.
신영식) 우리나라는 결과나 내용이 중요하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무심하잖아요. 사회적경제도 과정을 거쳐 성장하는 건데, 이 과정이 없다면 단순히 인증만 받고 마는 기업도 생길 수 있어요.
이강익) 저는 일단 지원사업 방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를 느껴요. 말씀하신 대로 ‘과정’이 필요한 거잖아요. 이제 막 들어와서 충분히 준비도 안 된 기업에게 지원사업이 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게 지원구조를 자체적으로 재편하고, 심사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면 새롭게 진입한 기업들은 작은 규모의 초기 실험을 거칠 수 있게 되고, 실적이나 건강성이 입증된 기업들은 좀 더 큰 규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게 되죠.
신영식) 스토리한마당은 근로자협동조합이라 총회 때 임금인상을 결정해요. 자랑 아닌 자랑이라면 조합원들 스스로가 장기적인 회사운영을 고려해 올해 임금인상 폭을 본래 인상폭의 절반으로 조율한 일이 있어요. 오랜 시간 우리 기업의 사회적가치에 대한 생각을 고민할 수 있는 교육과 기회들을 꾸준히 가졌기 때문에 얻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완화된 제도로 진입하는 기업들 또한 규모에 알맞은 지원금 제도와 함께 올바른 사회적기업으로 가기 위한 기회와 교육, 참여 등을 중간지원조직에 의해 제공받을 수 있어야 부족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강익) 네, 지원제도를 잘 설계하는 방법만큼이나 교육을 통해 좋은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고, 조직 내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죠. 형태에 있어서는 단순한 교육보다는 실행형 프로그램이 적합하겠고요.
등록제 전환과 관련해서 사회적가치 측면에서의 건강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도 있지만 기업으로서의 역량 문제에 대한 부분도 큰 고민이에요. 기업의 역량은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로 대표되는데, 진입 폭이 넓어지면서 준비 안 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공공구매나 윤리적소비시장에 풀려버리는 거죠. 현재도 높은 수준이 아닌데 자칫 “사회적기업 제품 써봤더니 품질이 엉망이더라.” 이렇게 되면 더 저가브랜드로 추락할 위험이 있어요.
신영식) 오히려 반대로 정말 튼실한 기업이 들어올 수도 있죠. 이 경우 빈익빈 부익부, 말 그대로 사회적경제 영역 안에 시장경제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도내 영세한 기업들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상품이나 서비스 품질을 어떤 방식으로 높일 수 있을까요?
이강익) 이 같은 고민에 대해서 별도의 품질인증제를 두자는 의견이 있어요. 일정 정도 수준에 도달한 제품만을 시장에 유통하자는 것인데, 또 다른 인증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 혹은 별도의 인증제도 자체가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회적가치에 대한 부분은 ‘사회적가치 측정’이라는 전략이 있는데, 품질에 대해서는 마땅한 전략이 없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갖는 분들이 많아요. 이 분들에게는 품질인증제도가 적정한 대안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건강한 사회적기업이 되려면 결국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가 같이 가야 하니까요.
신영식)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태되는 기업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이강익) 자연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사회적경제 생태계도 진입이 자유로워지는 만큼 탈출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는데, 실제로도 ‘무늬만 사회적기업’을 퇴출하는 경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심하고 있기도 하고요. 또 퇴출을 마냥 나쁘게도 보지 않아요. 또 다른 사회적기업이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 바쁜 시간을 쪼개
쉽지만은 않은 주제에 대해
대화 나눠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어지는
<사회적기업에게 사회적가치란? 그것이 알고 싶다> 2부에서는
사회적기업 등록제와 더불어
뜨거운 화두 중에 하나인
‘사회적가치’와 ‘사회적가치 측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회적가치와 지표들,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감 등등
강원도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두 대담자로부터 쏟아진
생생한 이야기들은
4월 셋째주
블로그를 통해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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