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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현장칼럼

【주파수 사회적경제Hz -이진천 칼럼】속임 없는 협동이여!

by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3. 9. 26.

 

속임 없는 협동이여!


이진천(춘천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민족시인으로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故김남주 님의 <자유>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자유! 자유!” 라고 절규하는 안치환의 노래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시가 던지고 있는 질문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둔감할 대로 둔감해진 지금도 몸과 마음이 떨린다. 특히 시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얼어붙게 된다.



“사람들은 맨날,

밖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문제는 협동의 성격이며 진정성에 대한 성찰…"

바야흐로 협동조합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듯하다. 한목소리로 협동을 외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고, 나 또한 공공연하게 협동을 외친다. 문제는 협동을 외쳐대는 게 아니라 협동의 성격이며 진정성에 대한 성찰이다.



"지역과 주변부까지 "공유하는 잇속"이어야…"

협동조합의 협동은 그 성격상 잇속을 차리는 것을 죄악시하지 않는다. 심지어 잇속을 차리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단! 그 잇속은 협동하는 사람들이 “공유(共有)하는 잇속”이어야 하며, 그 잇속은 나아가 협동조합이 자리 잡은 지역과 주변부까지 “공유(公有)하는 잇속”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 자신을 속이는” 거짓된 협동이 되고 만다.


우리가 자신을 속이지 않는 협동을 경험하고 일상화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할 수”도 있으며 장차 “무엇이 될 수” 있다. 로컬푸드 유정란을 즐거이 먹으며 불편한 매장을 이용하는 조합원은 이미 “무엇을 했”다. 그런 조합원들이 모인 춘천생협은 “무엇이 된”다. “무엇이 되고”있다.



속고 속이다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세상이다. 우리 춘천생협은 진실과 진정성이 가득한 협동으로 가득한 협동조합인가?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적어도 속임 없는 춘천생협임을, 굳게 믿는다.



** 본 칼럼은 춘천생활협동조합 8월 소식지에 실린 원고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