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연(鳶)에 담긴 민족의 얼 지켜요!
(사)한국전통연보존회, 강원도 무대로 전통 연 보존·계승 노력
전통연·창작연지도사 양성, 연 만들기 키트로 전통 일상화 기대
민속놀이 하면 어떤 장면을 떠올리나요? 특히 겨울철을 배경으로 두고 떠올려 보자면 얼음 위에서 팽이 치고 썰매타기 하는 소동(小童)들의 무리와 함께 단연 주인공으로서 창공을 가로지르는 연(鳶) 무리가 운치 있게 그려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삼국사기에 기록이 등장할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된 연날리기는 설 명절부터 정월대보름 이후에도 마을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던 풍습이었지만 이제는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올라탑니다”, “내려칩니다” 만담과 함께하는 연 싸움도 밀풀에 유리가루를 섞어 연줄을 날카롭게 만든 후 상대방의 연실을 비벼 끊는 흥미진진한 놀이지만, 어렵고 힘든 일을 연에 실어 날리며 발원하는 연날리기 풍습과 함께 스러져가는 우리네 문화유산입니다.
강원도 원주에는 전통연의 명맥을 잇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며 교육과 시연 등으로 연날리기를 우리 생활 속에 전통으로 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한국전통연보존회(舊, 강원전통연보존회)가 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유일한 전통 연 계승자인 이병헌 작가와 함께 전통 연에 대한 이야기 담뿍 나눠보았습니다.
■ 전통 연(鳶)은 민족의 예(藝), 체(體)가 결합된 정신문화
연에 마음을 뺏긴 어린 소년은 서울 난지도를 찾아 연 싸움꾼들의 끊어진 연을 주어다 주며 연 싸움의 세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에는 줄줄이 연을 연결하는 줄연에도 재미를 붙여 420개 줄연을 띄우는 세계기록을 보유하기도 했습니다. 전통 연은 방패연과 가오리연이 있는데, 이병헌 작가는 방패연 만들기가 그렇게 힘들다며 혀를 내두릅니다. 연 싸움에서 자유자재로 조종이 가능하게끔 제대로 터득하기까지 5년 정도 매일 연을 만들어 방편을 겨우 깨우쳤는데, 바둑 수(手)보다 수가 많다 하는 연 싸움판에서 손에 꼽히는 장수가 되기까지는 또 상당한 훈련과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 싸움에 매달린 까닭을 확실한 승패가 있다는 점과 더불어 연 싸움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내 액을 끊어주어 고맙소”라고 인사하며 막걸리 한 잔을 사는 미덕에서 찾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전통방식으로 연을 만들어 연 싸움을 하는 사람은 이제 우리나라에 100명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연 문화를 지켜온 어른들 대부분이 80~90세의 고령인 터라 사실상 전통 연 문화 자체는 아주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이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전통연보존회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014년 설립 이후 강원전통연보존회였던 명칭을 2018년 한국전통연보존회로 변경하며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국적으로 전통 연 보존, 전승에 애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지에서 너만큼 책임 갖고 하는 놈 없다’며 전통 연 분야의 어른들도 다부진 격려를 보내주고 있다고 합니다. 前 강원도의원을 역임하기도 한 이병헌 작가는 이번 선거 불출마 또한 의원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사람이 없기에 택한 길이었노라 이야기합니다.
전통 연 계승을 위해 보존회는 연날리기 대회나 인식 개선을 위한 계몽 사업, 시연 행사, 학교 방문교육과 더불어 전통 연 교육을 위한 강사 양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지도사자격증 3종을 등록한 것인데 전통연지도사 민간자격증 1급·2급, 창작연지도사 민간자격증이 그것입니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커리큘럼을 거쳐 20여 명의 강사진을 배출했고, 계속해서 강사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올 추석에는 보존회 이름으로 강원도에서 연날리기 대회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연 싸움을 실제로 구경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듯하니 잘 챙겨두었다 찾아가 볼 요량입니다.
■ 중국산 OUT, 한지로 만든 우리 전통 연
한국전통연보존회는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연날리기 상품에 대해 탄식을 금치 못합니다. 전통과 거리가 먼 비닐, 플라스틱 소재를 택하고 있거니와 모두 중국산이라 중국식 얼레가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보존회는 국내에서 연을 만드는 유일한 공장이 없어지면서 벌어진 작금의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전통민속 가오리연(鳶) 만들기’ 키트 상품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습니다. 연의 형태가 마름모꼴인 가오리연은 긴 꼬리가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쉽게 연을 날릴 수 있고, 만드는 방법도 방패연과 비교해 훨씬 수월합니다.
고사리 손으로 만들어도 1시간 안쪽으로 완성할 수 있고, 간편화한 얼레가 함께 들어있어 직접 하늘에 날려볼 수도 있습니다. 가오리연은 전통 한지와 대나무 소재를 사용했는데, 국내 판매되는 연 만들기 상품 중 한지를 사용한 상품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하니 한참이나 귀한 녀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연날리기는 흔한 민속놀이 중 하나 같지만 일제강점기에는 민족말살의 일환으로 연날리기를 금지하기도 했을 만큼 민족의 얼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 전통 문양을 새겨 송액영복(送厄迎福)을 기리는 예술적 면모와 빼어난 기술을 요하는 전통 레포츠로서의 면모, 연과 얼레에 담긴 과학과 하나의 공예품으로서의 탁월함 등 이대로 스러져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우리 전통 문화입니다.
한국전통연보존회가 일상에서 살아 숨 쉬는 전통 연 문화를 위해 개발한 연 만들기 키트 상품으로 오랜만에 연 한번 날려보는 건 어떠세요? 거센 바람에 맞서 창공에 연을 날리며 비상을 꿈꾼 선조들의 호연지기도 함께 체감하면서 말입니다.
(사)한국전통연보존회 / 033-748-6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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