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숲으로, 산불피해목 ‘행잉플랜트’
강릉 ‘포!레스트’, 산불피해목 활용 행인플랜트 만들기
산불피해 흔적 위 이오난사로 푸른 숲으로의 희망 표현
어느덧 연말도 성큼, 크리스마스가 목전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흥겨운 캐럴, 푸근한 미소의 산타클로스, 예쁜 케이크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크리스마스트리입니다. 서양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사랑받는 나무는 ‘구상나무’입니다. 자연스러운 원뿔 모양에 솔잎보다 짧고 두툼한 잎은 가만 뒤집어보면 은은한 은빛까지 띠는 아름다운 나무죠. 이 구상나무의 고향은 뜻밖에도 우리나라입니다. 제주도 방언 ‘쿠살낭(성게나무)’에서 유래했고, 영어 이름은 ‘Korean fir’, 학명도 ‘Abies koreana’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수형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즐거워하지만 정작 이 나무가 어떤 위기에 처했는지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구상나무 고유종은 모두 7종인데, 7종 모두 기후위기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위기’ 단계로 분류한 멸종위기종입니다.
산림의 변화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에서 한 종의 몰락은 다른 종으로 연쇄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연쇄 작용이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는 걸 우리도 이제 알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산림이 위협받는 또 하나의 문제, 바로 ‘산불’입니다. 산불은 기후변화의 결과이자 원인입니다. 건조한 숲은 화재에 취약해지고, 연소 가능성이 큰 상태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탄소 흡수원인 숲이 사라지면서 기온이 상승합니다. 다시 또 숲은 건조해지고 산불에 더욱 취약해지는 되먹임 현상이 되풀이됩니다. 강릉생명의숲이 스무 살이 되던 2019년, 부설기관(생태환경교육센터)으로 태동한 ‘포!레스트(For! rest, 쉼을 위한 숲)’는 산불 피해지에서 체감하는 막막한 현실을 사람들에게 오롯이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기후위기와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그런 경험을요. 산불 피해지로 직접 오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가져가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산불피해목 행잉플랜트’로 말이죠.
■ 산불피해 흔적 위에 다시금 움트는 생명
산불피해목 행잉플랜트 체험의 시작은 퀴즈입니다. 산불과 기후변화에 관한 내용의 빈칸을 채우는 어휘력 문제인데요. 찬찬히 앞뒤 문맥을 살펴 빈칸을 채우다 보면 자연스레 산불과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납니다. 올해 3월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은 산불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장 시간 동안 서울 면적의 1/3을 잿더미로 만들었는데, 과연 몇 시간이었을까요? 나름의 장고 끝에 [150시간]을 적어냈지만, 답은 [213시간] 무려 9일에 해당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몇 달 전이었건만 이리 무심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 더 해볼까요?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는 초대형 산불이 2030년까지 1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2100년까지는 얼마나 증가할까요? 답은 50%입니다. 예측한 숫자보다 높은 측정값은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답을 맞혀가는 과정과 함께 산불이 생물 다양성 손실, 토양 침식과 산사태 그리고 수질오염으로 이어진다는 해설까지 덧붙여지면 그저 숙연해집니다.
포!레스트가 직접 동해안 산불피해지인 망상에서 수거해 온 불탄 나뭇가지, 돌, 솔방울을 마주할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듭니다. 산불피해목 행잉플랜트는 산불피해지에서 수집한 것들을 활용해 만드는데, 살짝 집어올리기만 해도 목탄마냥 손에 거뭇하게 묻어나는 것이 아직 살아있는 화마의 흔적인 듯 선연하기만 합니다. 탄이 더는 묻어나지 않도록 픽서티브(정착액)로 작업한 후 천연재료인 라탄 심, 마 끈을 이용해 틀을 잡고 틸란드시아 이오난사를 배치해 고정하면 행인플랜트 완성입니다. 공기정화 식물인 이오난사는 산불피해지 흔적 위에 피어나는 생명이자 다시 푸른 숲으로의 희망을 노래하는 상징이 됩니다.
지난 10월 강릉 환경교육페스티벌 현장에서 산불피해목 행잉플랜트를 만들었다는 시민이 여전히 산불피해목 행잉플랜트를 볼 때마다 뭉클해진다는 감상을 전해주었다는 후기만 보아도 포!레스트의 체험교육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상으로 들여오는 탁월한 사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포!레스트, 전문성 갖춘 숲교육 기관
숲을 사랑하고, 그 숲의 상처까지 깊이 공감하는 포!레스트는 유아숲지도사, 숲해설가, 산림치유지도사 등 영동권 산림복지 전문가 140여 명을 회원으로 하는 생태환경교육센터입니다. 사계절 생태체험이나 숲 밧줄 놀이, 산림교육 등과 더불어 강릉지역의 숲과 역사, 문화를 연결한 특색 있는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강릉의 역사, 문화가 집약된 부루마블 ‘강릉, 어디까지 가봤니’는 지난해 강릉시 관광기념품 공모전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숲은 우리의 역사이자, 문화이고 지친 몸과 마음에 쉼을 선물하는 휴식처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소년을 사랑하여 사과, 가지, 줄기, 종단에는 밑동까지 내어 줍니다. 노년에 이르러서까지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나무를 이용한 소년을 마음껏 미워하고 비난해 본 때가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소년을 나무라던 손가락 끝에 지금의 내가 서 있는 순간을 맞이한 듯 부끄러움이 몰려옵니다. 내 다음 세대의 소년도 나무를 찾아 사과를 맛보고, 가지를 타고 놀며, 밑동에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순간의 불길이 이를 앗아가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숲의 미래를 위해 이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생태환경교육센터
포!레스트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중앙서로 557-3
033-642-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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