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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현장칼럼

【주파수 사회적경제Hz -이천식 칼럼】사회적경제와 강원도의 미래

by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4. 11. 25.

 

 

 

사회적경제와 강원도의 미래

 

 

 

이천식(강원도사회적기업협의회)

 

 

 

 


 

 

2013년 9월 9일, 강원도청 별관 4층 회의실에서 강원도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강원도 사회적경제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강원도 사회적경제 비전”을 선포한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나눔과 호혜의 경제 시스템이다. 신자유주의의 창궐로 피폐화된 경제 상황, 푸어의 사회, 궁민의 경제, 양극화의 골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땅의 99%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협동과 상생의 경제, 지역 내의 선순환 경제체제인 것이다.

 

 

‘소득 2배, 행복 2배’

주민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담은 강원도정의 목표다.

소득  두 배는 당장 가능하지 않으나, 행복 두 배는 언제든 가능할 수 있다. 행복은 같이 나누면 두 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둘이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을 함께 나누면 두 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눔의 속뜻에는 협동이 들어있다. 나눔과 협동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 서로 나누는 사회, 협동하는 경제,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이룬다면 주민의 삶의 질은 훨씬 높아지고, 행복은 두 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지역의 경제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서민들의 삶은 정말 어렵다. 더욱이 베이비부머 등 노인들의 노후는 안전망이 약하다. 갈수록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최저 생활도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자본 세력들은 지역 자본과 자원을 싹쓸이해 간다. 저인망 그물을 끌고 가듯이 몽땅 긁어 가야만 하는 것이 자본의 직성이다. 자본의 역외유출이 전국에서 가장 크다는 강원도의 현실을 보자. 1인당 소득(GRI) 70% 이하, 연간 역외유출 4조원, 대형마트 매출 9,168억원, 금융 예대율 63.3%. 간단한 통계 수치만 들여다봐도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지방 정부가 앞 다투어 기업 유치전을 벌이고, 투자를 끌어들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일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성과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은 주민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 이제 가시적, 전시적 성과주의는 버릴 때가 되었다. 웃지 못 할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방 공단에 유치한 커다란 공장을 둘러보러 갔더니 덩그러니 개 한 마리와 사람 한 명이 있더란다. 개는 자동화 설비를 지키느라고 짖고 있었고, 사람은 개밥을 주기 위해 필요했다는 이야기는 현실을 너무 과장한 걸까?

 

 

지역경제는 지역을 중심으로 선순환하는 경제체제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지역의 자원과 자본을 찾아내고, 지역의 인재를 길러서 지역 내에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경제 구조를 갖춤으로써, 주민들 스스로 참여하는 즐거움과 공동체 복원을 통한 행복한 삶과 문화를 이끌어내어야 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여 앞둔 우리네 삶이 달라졌다. 지하상가 벤치에 종일 우두커니 앉아 초점 잃은 눈으로 시간을 죽이던 아저씨들이 일거리를 만나고, 부족하지만 일하는 즐거움과 자존감을 확인하며 기꺼운 마음으로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선다. 일자리로 향하는 것이다. 아이들 낳고 키우느라 직장을 떠나 각박한 세상을 한탄하던 경력 단절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만나 새 삶을 시작하고, 이웃과 사회를 위해 일손을 놀리고 있다. ‘서울로, 대기업으로’만 외치며 취업 일선에서 낙오되었던 청년들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창업해 새로운 희망을 일구고 있다. 지역 대학 출신의 뜻 있는 젊은이들은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창업과 취업 상담 지원을 하며, 지역의 싱크 탱크를 만들고 있다. 지역의 선순환 경제를 이해한 소비자들이 찾기 시작한 재래시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시장 이곳저곳에서 전통놀이와 문화 공연이 시장을 찾은 주민들의 발길을 붙잡고, 문화해설가를 앞세워 시장 투어에 나선 관광객들이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지역자본 역외유출의 주역이었던 대형마트들은 경영의 어려움으로 자진 휴업일을 주 2회로 늘렸다는 소식이 뉴스를 탄다. 매일 아침에 열리는 새벽시장에는 로컬 농산물을 들고 나온 농민과 소비자가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며 얼굴 있는 건강한 거래를 하며, 매 주말에 열리는 벼룩시장에는 아껴두었던 쓸 만한 물건들이 나와 앉아 새 주인을 기다리며 지역 마술사의 쇼를 구경하고 있다. 전국에서 강원도의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모델을 배우러 찾아온 견학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거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의 목소리엔 행복이 배어나고, 마주치는 눈빛은 희망으로 빛난다.

 

 

지역 사회의 미래의 대안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다. 사람이 중심에 있는 따뜻한 자본주의로 치열한 시장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소박한 이웃들이 서로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꿈을 키우는 사회, 협동과 나눔, 상생의 마음으로 행복을 나누어 두 배로 키우는 지역사회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