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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현장칼럼

【우리사이 플러스】프리마켓 전성시대에 '위기'를 고민하다

by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8. 5. 29.

 

 

프리마켓 전성시대위기를 고민하다

 

- ‘춘천 시민시장 활성화 조례제정 통해 지속가능한 프리마켓 지원 필요


 

이상규 춘천시민마켓협의회 운영위원장

 

 

1990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소년은 어머니뻘 되는 노점상들이 춘천 명동에서 쫓겨나는 과정을 안타깝게 지켜봐야만 했다. 노점이 있는 것이 명동 거리를 더 활기차게 만들고 점포들과도 상생한다고 생각했지만, 행정의 입장은 달랐다. 세금을 내지 않고 거리 미관을 해치는 불법 상행위라는 게 이유다. 명동 내 점포들의 민원 제기도 있었을 게다. 거리는 깨끗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꼭 그만큼 명동은 쇠퇴해 갔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춘천에는 십여 개의 프리마켓이 운영되고 있다. 예전에는 노점을 단속한다고 쫓아냈지만, 요즘은 공공기관의 행사에 부스를 차려주고 참여를 유도한다.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노점과 프리마켓은 뭐가 다를까?


프리마켓은 단순한 노점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시장이다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젊은 작가(셀러)들을 중심으로 문화와 소통, 나눔 실천 등을 통해 새로운 문화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생활공예, 수공예품을 중심으로 먹거리, 농산물, 사회적경제 생산품 등을 판매하며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문화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젊은 창작자들이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결혼·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된 여성이 자신의 취미나 장기를 이용해 셀러(seller)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력 비중이 크고 현금 거래가 많다 보니 지역 경제 선순환에도 기여한다. 물론 고소득·고임금 일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취약계층이 고소득·고임금 일자리를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은가? 반면 핸드메이드와 프리마켓은 큰 자본을 필요치 않고 자신이 통제하는 노동시간과 재능을 이용해 참여 가능하다는 점에서 취약계층에게 소중한 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강촌장터


2015년 7월, 사회적기업 광고발전소(더피움)기획·운영한 뚝방마켓은 시민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으며 춘천 프리마켓의 새 장을 열었다소양1교 인근 뚝방에서 시작된 뚝방마켓2년 여간 모두 325개 업체가 참여해 53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76000여 명의 시민이 방문하며 지역명소로 호평 받았다.

 

그해 12월부터 공지천에서 열린 라온마켓도 춘천의 대표적인 프리마켓이다. 라온마켓은 운영진과 셀러들이 마켓의 질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아트마켓', 담벼락마켓’, ‘낭만마켓’, ‘강촌장터’, '조그마켓', '몽땅마켓', '호반장', '육림고개 고개넘장' 등 다양한 프리마켓이 열리며 춘천의 프리마켓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육림고개 춘천 플리마켓 페스티벌과 약사천 봄내시민마켓에 각각 100팀이 넘는 셀러가 참여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민들은 '춘천에 이렇게 다양한 셀러가 있는지 몰랐다'며 춘천의 프리마켓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지켜본 프리마켓 가운데 가장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2017년 제1회 춘천 플리마켓 페스티벌



일회성 행사지원보다 안정적인 장소 지원 위한 조례 제정 필요

 

하지만 춘천의 대표적인 프리마켓으로 자리잡아가던 뚝방마켓과 라온마켓은 모두 '장소'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원 등 공공부지에서 프리마켓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서울시는 20165서울특별시 시민시장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공공부지에 프리마켓이 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 프리마켓은 지속가능한 마켓을 운영하며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춘천의 프리마켓은 여전히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해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오랜기간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온 라온마켓이 하루아침에 공지천에서 쫓겨날때의 심정이란 어떠했겠는가.


프리마켓은 '장소성'과 더불어 '지속성'이 생명이다. 일회성 행사에 치우치다 보면 프리마켓 간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고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 벌써부터 춘천의 프리마켓 간 차별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프리마켓은 몇 번의 운영만으로 차별성을 갖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지속돼야 역사성과 차별성을 가지며 사랑받는다. 

 

▲춘천시민마켓협의회와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함께한 '2017 봄내시민마켓'


프리마켓의 차별화와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셀러나 운영진의 노력과 더불어 지속적인 프리마켓이 운영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일회성 행사 지원보다 프리마켓이 지속가능하도록 안정적인 장소를 지원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런 프리마켓이 없다면 공공행사와 결합하여 상생하는 일회성 프리마켓도 불가능하다.

 

춘천 프리마켓이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춘천 시민시장 활성화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 프리마켓의 장소 안정성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통해 프리마켓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질적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민간 프리마켓의 지속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일회성 행사 지원만 반복되다 보면 프리마켓 간 차별화도 어렵고 셀러 수준을 높이기도 어렵다

 

간 프리마켓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프리마켓 전성시대'라고 느껴지는 지금이 오히려 '위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