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는 마을, 강원도 마을교육공동체 ②
○ 함께 하는 분 : 김지희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사무국장
이건상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이사
차윤진 홍천군다함께돌봄센터 영귀미돌봄터 센터장
○ 때와 곳 : 2021년 6월 29일, Book Cafe 나의 고향 영귀미면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사회적경제 방식의 아동돌봄을 주제로 마을교육공동체로 출발해 학부모와 마을주민이 협력하고 연대하는 교육생태계를 구축한 사회적협동조합 두 곳을 만나봅니다.
지속적인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며 아동돌봄은 더 이상 가정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아동돌봄’에 대한 수요는 공공성과 자율성, 투명성이 담보되는 사회적경제 방식의 아돌돌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사회적경제 방식의 아동돌봄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수요자 맞춤으로 운영된다는 점에 더해 운영성과가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마을교육공동체는 배움과 함께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이 마을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돌봄 현장이 됩니다.
다양한 사회적경제 돌봄 모델 사례를 나누는 것, 우리 아이들이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는 일입니다. 강원도 사례로 홍천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횡성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함께 나누고 배우고 생각해 봅시다!
그럼, <아이들이 자라는 마을, 강원도 마을교육공동체> 두 번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 해당 기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및 코로나19 안전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하였습니다.
================================
3. 두 곳 다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한 까닭은?
김지희)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은 횡성형마을교육공동체를 위탁운영하는 중간지원센터 역할을 하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했어요. 지자체나 교육청 모두 ‘위탁운영’ 시 우선순위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꼭 필요한 조직 형태였어요. 아직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나 개념이 약하고, 때로는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차근차근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건상)
새끼줄이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도 돌봄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였어요. 다만 ‘협동’이란 개념에 대한 이해는 새끼줄 구성원들마다 다 달라요. 어떤 분은 새끼줄 안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들고 싶어 하고, 어떤 분은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 그런 활동을 새끼줄 안에서 같이 협력하면 되게 좋거든요. 각자가 바라보는 게 다 다르고, 모두 다 친하지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 새끼줄이길 바라요. 그게 가장 큰 새끼줄이고 그 안에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이 돌봄터를 운영하는 기구로 자리 잡고 있는 형태죠.
차윤진)
임의단체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을 천천히 밟아가자는 논의는 계속 있어 왔어요. ‘천천히, 단계별로 준비하자’고 했던 게 지자체와 함께 운영되던 돌봄터에 대한 위탁 공고가 나면서 지난해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은 조금 아쉽기도 해요. 예상했던 시기보다 이르긴 했어도 우리가 왜 사회적협동조합인가에 대한 이해와 역할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나가고 있어요.
이건상)
어떤 조직이건 내가 즐거워야 되잖아요. 내가 즐거우면서 함께하는 무리가 있고 그 무리들끼리 충돌하지 않는 상태에서 시너지가 나면 최고라고 여기는데, 지금의 새끼줄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협동조합은 이거보다 더 빠르면 안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고요. 더 빠르다는 건 희생과 봉사와 목적으로 끌고 가는 형태예요. 어느 순간 나의 즐거움이 없어지고, 목적이 먼저 생겨버리면 바쁘게 진행되면서 소외가 생길 수 있어요. 새끼줄 공동체가 오래 지속가능하기 위한 길에 대한 고민도 같이 가지고 가야죠.
4. 요즘 겪는 어려움이나 고민은?
김지희)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요. 현장에서 오래 활동했고, 아이도 키워봤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계속 뭔가를 하라고 하기보다는 돌봄터에 와서는 그냥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어요. 신발 벗고 좀 누워도 있고 마냥 ‘예쁘다, 예쁘다’ 그냥 이렇게만 해도 좋을 텐데, 아이들 방학이 되면 늘어난 시간만큼 프로그램이 늘어나야 하고 이런 부분은 계속 고민이에요.
또 하나는 위탁이기 때문에 행정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돌봄터는 어린이집이나 초등 돌봄처럼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고, 그 지역에 아이들은 모두 올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럼 오는 날도 있고, 안 오는 날도 있고, 간식만 먹고 가는 날도 있을 텐데 이걸 일자별로 집계해야 돼요.
차윤진)
그게 참 모순이에요. 왜 아이들이 얼마나 참여했냐는 집계만 실적이 될까요? 얼마 예산이 투입됐으면, 연간 몇 명이 참여해야 한다는 식의 실적 방식이 현장과 좀 괴리되어 있어요.
김지희)
지역별로 비교가 되니까 현장에서 운영하는 분들은 조금 부담을 느끼시더라고요. 자율권을 주고, 지역마다 학교장·면장·교사가 포함된 지역운영협의회도 운영하면서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 어느 한 쪽이 위축되는 모습도 보이고요. 초창기에 특히 그런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이제 서로 알아가고 배워가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계속 반복이 될 것 같기는 해요.
또 참여자를 집계하는 방식에 대한 궁극적인 문제의식은 아이들이 줄고 있다는 점이에요. 눈에 띌 정도로 지역에 아이들이 줄고 있는데, 마을교육공동체에 참여하는 아이들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길 기대하는 실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지역에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기초수급자 등의 비율이 상당히 많이 올라가고 있어요. 그만큼 방치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으니 어려움에 놓인 아이들을 돌봄터와 잘 연계하는 노력도 필요해요.
차윤진)
영귀미면은 조금씩 아이들이 늘고 있어요. 홍천군에서도 특이하게 유입인구가 있는 마을이고요. 언덕 하나만 넘어가면 홍천읍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작용한 것 같은데, 살다 보니까 이게 단점이기도 해요. ‘여기 없어도 읍이 가까우니까 괜찮다’ 이러다 보니까 지원이 없고 점점 더 낙후되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 새끼줄 참여 인원도 점점 늘고요.
김지희)
정원이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많으면 45명, 이렇게도 와요.
이건상)
45명이면 전쟁통 수준이네요.
김지희)
네, 관리나 아이들 안전 문제가 염려되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계속 군이랑 협의하는 게 ‘담임제’예요. 15명 정원의 담임제로 가면서 프로그램 수를 줄이고 인건비를 늘려서 책임 있는 돌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요.
5. 마을교육공동체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차윤진)
새끼줄의 표어 중 하나가 ‘모아우아(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예요. 귀촌해서 왔을 때 오다가다 보이는 동네 아이는 그냥 누구네 집 아이라는 정도만 아는, 모르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새끼줄 안에서 같이 배우고 놀다 보니 그 아이가 ‘우리 ○○이~’가 된 거예요. 그 아이에겐 제가 낯선 사람이었을 텐데, 이제는 괜히 와서 말도 붙이고 장난도 거는 사이가 됐어요.
돌봄터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학부모에게 “근처 사는 ○○이도 같이 데려다 주세요” 하는 부탁이 어렵지 않고, 또 흔쾌히 받아주고요.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엄마가 집에 없으면 동네 아무 집에서나 대신 맡아서 봐주고 했었는데, 그 어릴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정말 자연스럽게 마을선생님이 되고, 마을이 아이들을 만나니까 정말로 모든 아이가 우리 아이가 되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이게 마을선생님을 양성하고, 마을교육공동체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요.
김지희)
저도 귀촌을 했는데, 마을교육공동체를 하다 보니까 동네 애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어떤 분은 귀촌한 지 10년이 됐는데, 동네에 애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은 학교에, 학원에 있으니 만날 기회가 없는 거죠. 그런데 이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아이의 짝꿍이라고 하는데, 그 짝꿍의 부모님은 학부모회나 가야지 만날 수 있었어요. 이젠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만남이 마을교육공동체 공간으로 서서히 옮겨지고, 잦아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말씀하신 대로 데려다 주고, 같이 같고 이런 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고요.
또 하나의 변화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양보해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지난해 횡성이 강원도에서는 최초로, 전국 군 단위에서는 세 번째로 아동친화도시로 인증 받으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공간 대여 시 어른들의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우선 됐었는데, 공간을 내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주민자치 안에 아동친화 연계 프로그램을 넣어서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거나 지역마다 있는 작은도서관들도 마을교육공동체와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점 등등이요.
행정도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서 ‘2030 횡성 명품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을 설립하고 교육 지원체계와 미래 발전 발향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자랑이에요. 유아부터 마을교육공동체가 담당하고 있는 초등, 중·고등, 대학교까지 우리 아이들이 횡성을 떠나지 않고, 떠나더라도 다시 찾아왔을 때 좋은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건상)
새끼줄은 꾸준히 월례회를 갖고 있는데, 평균 참석 인원이 15명 내외예요. 3명만 뜻 맞아도 뭐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굉장히 많은 인원이죠.
새끼줄은 최근에 홍천교육청으로부터 폐교된 신봉분교를 임대하는 결정을 했어요. 임대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몇 달을 치열하게 싸웠는데, 좀 감동적이었던 게 임대를 결정하고 나서 리모델링을 위해 모이자 했을 때 20명 가까이 모인 거예요. 저도 반대파였지만 열심히 참여해 함께 음악 들으며 다 같이 낡은 학교를 수리하고, 끝나면 같이 맥주도 한 잔씩 나누고요. 강한 소속감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죠. 교실 두 칸에 화장실도 없는 정말 작은 학교지만 손수 리모델링해 마임 수업도 시작했고, 조금씩 계속 손을 보고 있어요.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고, 새끼줄이 닦아놓은 터 위에서 아이들도 놀고, 어른들도 같이 놀아요. 아이들을 위해 출발했는데 학부모들에게 마을 친구가 생겼어요. 그 즐거움이 마을교육공동체의 힘이 되고 순환이 되고 있어요.
- 사회적협동조합 두 곳이 만든
마을과 학교가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교육 생태계가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마을의 교육 자원으로
더 많은 아이들의 삶이 풍성해지고
아이들이 내뿜는 생기로
더 많은 마을에 활력이 돋아나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공감토크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 > 공감토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SEESAW】강원 주거복지, 빛나는 10년史 ② (0) | 2021.08.24 |
---|---|
【SEESAW】 강원 주거복지, 빛나는 10년史 ① (0) | 2021.07.26 |
【SEESAW】 아이들이 자라는 마을, 강원도 마을교육공동체 ① (0) | 2021.06.30 |
【SEESAW】 사회적농업으로 일구는 농(農)의 희망 ② (0) | 2021.06.28 |
【SEESAW】 사회적농업으로 일구는 농(農)의 희망 ① (0) | 2021.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