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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체험리뷰

【푼푼씨, 사회적경제에 빠지다】추운 겨울을 나는 방법

by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3. 12. 11.


chapter 15. 푼푼씨, 추운 겨울을 나는 방법


Q. 푼푼씨,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준비했나요?

A. 오늘은 좋은 책 한권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Q. 책이요?

A. 네. 추운 겨울을 함께 나기 좋은 책입니다. 함께 해요.  




올 봄, 푼푼씨와의 첫만남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열에 한 술 밥이 한 그릇 푼푼하다.”라는 속담처럼 다양한 사회적경제 활동을 체험하고, 그러한 경험들을 한 술 두 술 모아 넉넉한 밥 한 그릇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었죠. 그간 여러 가지를 체험하면서, 넉넉한 한 그릇의 밥을 만든다는 것이 참 힘든 일이구나, 라는 걸 느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그런 넉넉한 밥 한 그릇을 여러 사람과 힘을 모아, 벌써 140만 그릇이나 만들어낸 곽병은 원장님의 이야기가 담긴 따끈한 에세이 『140만 그릇의 밥』입니다.



책 소개에 앞서, 먼저 저자 소개를 해야겠죠?


1989년, 의사인 부인과 함께 원주 중앙동에 <부부의원>을 개원한 곽병은 원장님. 25년이란 시간 동안 <부부의원>을 운영하며 노숙자들과 시골 어르신들, 윤락촌의 아가씨들, 교도소의 재소자들 등, 사회소외계층을 진료하며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그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데 애써왔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1회 대한민국 인권상, 25회 아산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죠. 현재는 <부부의원>을 정리하고 원주의료생협 밝음의원 원장으로 아내분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푼푼씨가 『140만 그릇의 밥』이라는 책을 알게 된 것도 바로 아산상 수상 기사를 통해서였습니다. 아산상은 아산재단에서, 숭고한 봉사정신으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해 왔거나 효행을 실천하여 사회에 귀감이 된 분들을 발굴하고 포상하는 시상제도로, 의료봉사상, 복지실천상, 재능나눔상 등 다양한 부문에서의 시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중 아산상은, 전 부문에 걸쳐 공적이 가장 뛰어난 인사 또는 단체에 주는 상이라고 해요.



©아산사회복지재단


『140만 그릇의 밥』은 자전적 에세이로 <부부의원>의 개원부터 폐원까지, 원장님의 25년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입니다. 마음은 나눌수록 커진다 / 뜻이 좋고 계획이 좋으면 뭐하나 /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 동네의사 아저씨,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소 틈틈이 쓴 일기와 찍은 사진들을 중심으로 원장님의 솔직한 생각과 고민, 소소한 행복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읽다 보면 절로 미소 짓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들도 함께 말이죠. 



©갈거리사랑촌


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여유 대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뜻을 안고 아내와 함께 원주에서 병원을 개원하던 날, 어느덧 함께 나이 먹어가는 오랜 병원 식구들과 환자들, 갈거리사랑촌의 개원 과정, 노숙인들을 위한 십시일반과 원주노숙인쉼터 등. 25년이란 시간 동안 곽병은 원장님에게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책 속에 담겨있습니다.



■ 어려운 이들을 위한 봉사


곽병은 원장님은 진료실 의자에 앉아 오는 환자들을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윤락가로 일주일에 한 번 진료를 다니며 속칭 아가씨들을 진료하고, 원주교도소의 의무과장을 맡아 수용자들을 진료하기도 하였죠. 진료를 통한 봉사는 사회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는 사회복지로 확장됩니다.


1991년 원주 시골마을에 설립한 “남녀노소, 장애인, 비장애인, 부랑인 및 기타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한가족을 형성하여 서로 능력을 나누어 돕고, 일도 하여 삶의 의미와 자활의지를 찾는 작은 공동체”인 “갈거리사랑촌”은 곽병은 원장님이 지향하는 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사랑촌 조직도




■ 가족


글을 읽다보면 ‘가족’, ‘식구’란 단어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족의 범위보다 더 넓은 범위의 가족들이 책 속 곳곳에 나타나죠. 갈거리사랑촌의 가족들은 맛있는 것을 나눠먹고 즐거움을 나누고 어려움도 함께 나눕니다. 어버이날에는 서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꽃도 달아줍니다.


오늘 어렵고 소외된 이들한테서 받은 꽃들이 내게는 어떤 것보다 더 값진 선물이다. 오랫동안 고통을 함께하고 정을 나눈 사이라서 더 고맙고 기쁘다.(…중략…) 저녁에는 서울에 가서 어머니에게 오늘 받은 꽃을 드려야겠다. 내게 가장 귀한 꽃이기 때문이다.


(100쪽, 3장. 하루를 마지막날처럼 中 )


정성스레 꽃을 준비하는 가족. 그 꽃을 가장 귀하다고 말하는 가족. 갈거리사랑촌에는 그런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갈거리사랑촌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140만 그릇의 밥


갈거리사랑촌의 한 부랑인한테서 시내에는 하루에 한 끼 먹는 것도 힘든 분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만들게 된 무료급식소 “십시일반”. 여럿이 한 숟갈씩 덜어 모아 한 그릇을 만든다는 뜻이지요. 그곳에서 지난 세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제공한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모두 140만 그릇이나 된다고 합니다. 책 제목이 『140만 그릇의 밥』인 이유이지요.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두부 두 판, 콩나물 세 봉지가 십시일반 문 앞에 놓여 있다. 벌써 6, 7년이 되어간다. 누가 갖다놓는지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그분의 선한 마음을 보존해드리고 싶다.


(9쪽 中)


10년 넘게 국수를 삶느라 본의 아니게 국수 삶는 기술이 는 봉사자들과 십시일반을 통해 재활에 성공한 이들, 남몰래 십시일반을 후원해주는 분들 등,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좋은 일을 알리지 않으려는 선한 마음과, 그 선한 마음을 보존해드리고 싶다는 또 다른 선한 마음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요? 저는 선뜻 떠올릴 수 없는 마음 같습니다. 




■ 소소하지만 웃음 나는 풍경


예전에 어떤 강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4주짜리 강좌였는데요, 매일이 무료하다는 A씨에게 강사님이 숙제를 내 주셨습니다. 다음 주까지 매일, 짧게라도 일기를 써오라는 것이었어요. 오랫동안 쓰지 않던 일기를 써 오라는 말에 A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요. 그리고 다음 주에 만난 A씨. 전보다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자신이 쓴 짤막한 일기와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라고 말이죠.


내 진찰실 책상 위에는 며칠 전부터 껌이 여러 개 쌓여 있다.(…중략…) 그 껌들은 시골에 사는 생계보호자 할머니가 주신 것이다. 껌에는 할머니의 정성이 듬뿍 들어 있다. 나는 매일 껌을 보면서 할머니의 얼굴과 풍요로운 마음씨를 느낀다.(…중략…) 사실 껌값이야 얼마 되지 않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의미에서 나에게는 무척 인상 깊은 일이다.


(85~86쪽, 2장. 뜻이 좋고 계획이 좋으면 뭐하나 中)


한 달 연탄비를 아껴 껌을 선물하는 할머니, 병원 식구들 먹으라며 김치를 해오는 박수반장 아주머니, 아픈 허리로 복숭아 두 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올라오는 과수원 아저씨 등. 『140만 그릇의 밥』에는 일상의 소소한, 하지만 절로 웃음 나는 따스한 풍경과 이웃들이 함께 합니다.



곽병은 원장님과 부인이 <부부의원>을 꾸려나간 25년. 딱 푼푼씨가 태어나 살아온 삶만큼의 시간인데요. 물리적으로 같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 무게가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무게는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책을 다 읽은 후 곽병은 원장님과 갈거리사랑촌 등을 검색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일기 중심의 책인지라 원장님의 사적인 이야기들, 평상시 병원 풍경과 환자들의 모습, 그리고 복지사업을 하며 있었던 뒷이야기들을 가볍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내용이고 일임을, 책을 덮으며 독자들은 생각하게 될 겁니다.


몸도 마음도 추운 겨울, 책 한 권으로 훈훈하게 겨울을 나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가족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책장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책을 꽂아놓을 생각이에요. 가족이란 무릇 좋은 것을 함께 나누는 사이니까요^^. 이상, 더없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푼푼씨였습니다.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