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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체험리뷰

【푼푼씨, 사회적경제에 빠지다】재래시장을 만나다

by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3. 12. 27.

chapter 16. 푼푼씨, 재래시장에 다녀오다


Q. 푼푼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했나요?

A. 재래시장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Q. 재래시장이요?

A. 네, 사람냄새 물씬 나는 오일장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해요.




연말모임으로 분주한 12월입니다. 다들 한 해 동안 고마웠던 이들과 뜻 깊은 시간 보내고 계신지요. 가만히 돌아본 2013년. 가슴 따뜻해지고 고마워지는 풍경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역에서도 재미난 연극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 따끈한 맛과 가치를 품은 떡, 잊고 있던 유년의 풍경을 떠올릴 수 있었던 시간, 서로 돕고 나누는 유기적 관계 등, 다양한 체험과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사회적경제를 가까이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사회적경제 활동가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푼푼씨는 오늘 굉장히 분주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연말준비 때문이냐고요? 아니요. 갑작스레 날아온 어머니의 미션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저녁까지 “작고 둥근 모양의 뚜껑 있는 한과바구니”를 사오란 것이었어요. 갑자기? 왜? 라는 질문은 사절! 어머니 말은 자다가도 떡이 나오는 법이니까요. 그런데…작고 둥근 모양의 뚜껑 있는 한과바구니는 어디서 파는 걸까요?


고민할 것도 없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검색창에 한과바구니를 입력하니 총 910건의 상품이 뜨네요. 여기서 마음에 드는 바구니를 찾는 건 일도 아니죠. 그러나 한참 쇼핑몰을 들락거리다 마주친 문제! 바로 배송입니다.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오늘 안에 물건을 받아볼 수는 없겠죠. 배송은 생각지도 않고 습관처럼 인터넷 쇼핑몰부터 들여다보다니….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일단 대형마트로 향합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이 바로 마트 아니겠어요? 



늘 사람이 북적이는 대형마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한과바구니를 찾아봅니다. 생필품 코너를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제가 찾는 뚜껑 있는 한과바구니는 보이질 않네요. 결국 직원분을 붙잡고 한과바구니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네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마트에 없는 게 있다니. 막막해지는 순간입니다. 한과바구니. 대체 어디서 사야 하나요?  



허탈한 발걸음을 돌려 마트를 나오는 길. 문득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춘천의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 ‘풍물시장’입니다. 마침 장날인지 사람으로 북적이네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터 안으로 들어섭니다.




1989년 약사천 복개공간에 생겨난 이래, 21년간 춘천시민과 함께하며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해온 ‘풍물시장’. 약사천 복원사업으로 인해 2010년, 현재의 위치에 새로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풍물시장과 함께 한 지역민들을 비롯하여, 경춘선이 개통되면서 장이 열리는 2일과 7일, 그리고 주말에 많은 관광객들이 옛 향수를 안고 이곳을 방문하고 있지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풍물시장. 엄마들이 좋아하는 원색의 화려한 옷들과 겨울, 시장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조화, 옛날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며 만드는 옛날호떡, 그 자리에서 빚어 바로 찌는 찐빵, 밭에서 정성들여 키운 채소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물건들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푼푼씨도 한과바구니는 까맣게 잊은 채, 길게 늘어선 상점과 노점들을 따라 발길을 옮겼습니다.



시장을 거닐다 보면 원산지 표기를 확실히 하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방송을 듣고 들여다보니, 정말 모든 물품에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었어요. 재래시장은 원산지를 알 수 없어 불안해 자주 찾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덕분에 재래시장에 대해 갖고 있던 갖가지 편견을 깔끔하게 씻을 수 있었습니다. 2010년에 새로이 정비한 곳이라 시설이 깔끔하고 좋은 것은 물론이고, 물건들이 다양해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습니다.



“작고 둥그런 한과바구니, 있나요?”




정신없이 구경하다 눈에 들어오는 가게를 발견하였습니다. 나무로 만든 주걱과 조리개, 대나무로 만든 제품 등,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물건들이 쌓여 있었어요. 바깥에서 기웃거리며 한과바구니를 찾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추운데 안으로 들어와 보라고 하시네요.


가게 안은 빼곡히 들어찬 물건과 함께, 켜켜이 쌓여있는 시간의 흔적들이 엿보였습니다. 손이라도 녹이라며 따뜻한 커피 한 잔 주시고, 한과바구니를 찾기 시작하는 아주머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작고 둥그런 한과바구니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딱 원하던 모양과 크기네요! 가격도 저렴해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제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일만 남았어요!



여러분들은 얼마나 자주, 재래시장을 이용하시나요? 문득, 참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단 생각과 함께 이러한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푼푼씨는 오래 전,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시장을 걷던 기억이 납니다. 갖고 싶은 장난감이 보이면 사달라고 떼를 쓰다 엄마한테 혼나기 일쑤였죠. 잔뜩 부은 얼굴로 엄마가 손에 쥐어준 핫도그를 먹으며 또다시 엄마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 걷던 기억. 여러분도 있지 않나요?


과거, 우리는 크레파스나 도화지를 살 때는 문방구를, 갓 구운 맛있는 빵을 살 때는 빵집을, 책을 살 때는 서점을 가곤 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문방구도, 빵집도, 서점도…찾기 어려워졌습니다. 대신 우리는 보다 찾기 쉬운 마트를 가죠. 마트만큼이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문방구, 빵집, 서점. 모두 어디로 간 걸까요? 푼푼씨는 오늘 한과바구니를 찾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며, 인터넷이나 대형마트만을 찾던 소비패턴에 대해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재래시장 뿐만 아니라 집 근처의 작은 약국, 미용실, 슈퍼 등 작은 상점들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말이죠.


시간 날 때, 여러분들도 재래시장을 한 번 방문해 보세요. 활기 넘치는 사람들과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발견할 수도, 더없이 따뜻한 정을 발견할 수도 있는 곳이니까요. 이상, 다음엔 엄마와 함께 주머니 두둑하게 채우고 시장엘 방문해야겠다, 다짐한 푼푼씨였습니다. 다들 가족과 함께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