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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체험리뷰

【푼푼씨, 사회적경제에 빠지다】헌책방에 다녀오다

by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4. 4. 18.


chapter 18. 푼푼씨, 헌책방에 다녀오다


Q. 푼푼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 준비하셨나요?

A. 오늘은 춘천에 자리한 헌책방엘 다녀왔습니다.

Q. 헌책방이요?

A. . 책과 이야기,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헌책방! 함께 가시죠.





주위를 둘러보면 취미삼아 소소하게 무언가를 모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지폐를 모으는 사람도 있고, 예쁜 소품을 모으는 사람도 있고, 영화티켓이나 값비싼 신발을 모으는 사람도 있지요. 고대 로마를 대표하는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도 같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우리의 영혼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과 그 을 통해 느끼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을 다시 순환시켜주는, 책과 이야기,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대풍이네 헌책방’&아란나 카페(이하 대풍이네 헌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춘천시 교동 한림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작은 헌책방 겸 카페 대풍이네 헌책방”. 본래는 아란나라는 이름의 카페였다가 몇 해 전부터 헌책방이 함께 결합한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해 해오고 있는 예비사회적기업입니다.


건물 모퉁이. 초록색으로 칠해진 외벽과 눈에 띄는 빨간 문,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익살스런 표정의 고양이 그림이 길을 오가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저 역시 이곳을 지나며 어떤 곳일까, 자연스레 호기심이 일곤 했었지요.

 

그 호기심을 안고 대풍이네 헌책방까지 찾아가게 된 이유! 바로 욕심만 과한 수집벽 때문입니다. 표지나 내용에 끌려, 혹은 인터넷 할인에 깊게 생각도 않고 충동적으로 덜컥 구입하고서는 읽지도 않은 책이 점점 쌓여만 가는 상황에 처한 푼푼씨. 책장을 더 구입해야 할지, 한다면 방 어느 곳에 놓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께서 무소유를 꺼내 주시네요.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법정스님 무소유중에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많은 책 중에서 무엇을 읽을지 몰라 아무것도 읽지 못하는 제 처지에 딱 맞는 말인 듯하네요. 얽혀 있는 것들을 잘라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그렇게 대풍이네 헌책방을 찾게 되었습니다




빨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담한 공간의 카페가 나타납니다. 서너 개의 테이블이 알차게 들어와 있고 한쪽 벽면에는 헌책방답게 책들이 가득 꽂혀 있습니다. 책장에는 대풍이네 추천도서부터 시작해 여행, 일본문학, 한국문학,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분류별로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책들도 천천히 둘러볼 겸, 친구와 함께 테이블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책만큼이나 다양한 음료와 먹을거리들이 있어 뭘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시원한 녹차빙수와 새콤한 자몽에이드를 주문하였습니다(대풍이네는 11주문이 원칙이에요^^). 처음 방문했다고 하니 도장 두 개를 쿡쿡 찍어 쿠폰을 만들어 주셨어요. 도장 열 개를 모으면 아메리카노가 무료라네요. 자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찬찬히 대풍이네 헌책방을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책장에는, 과거 재미나게 읽었던 책들과 서점에서 한참 들었다 놨다 고민하다 아쉬운 맘으로 돌아섰던 책들, 누구나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재미난 제목의 책들 등, 눈길을 끄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누군가의 손때와 이야기가 묻어 있는 것들이지요. 마침 보고 싶었던 책들이 있어 몇 개 들춰봅니다. 책의 상태는 대부분 양호한 편. 어느 책은 새 책처럼 깨끗하고, 또 어느 책은 열심히 밑줄을 그어가며 탐독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대풍이네 헌책방에서는 순환독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책을 갖고 오면 책의 상태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마일리지를 모아 대풍이네 헌책방에서 책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헌책을 파는 개념이 아니라, 좋은 가격에 좋은 책들을 서로 순환시켜 볼 수 있는 제도입니다. (기존 헌책방들의 주 수입원인 잡지나 참고서, 문제집 등은 받지 않는다고 해요.)

 

푼푼씨가 대풍이네 헌책방에 들고 온 책은 작년 연말 즈음에 소개해 드렸던 곽병은 원장님의 140만 그릇의 밥이라는 책입니다. 혼자 소유하고 있는 것보단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원장님의 마음과 생각이 가 닿길 바라는, 그리고 그것들이 순환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책을 건네면 책 상태를 확인하고 종이카드에 마일리지를 적어줍니다. 손으로 직접 적어주는 마일리지 카드! 헌책방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똑 맞아 떨어집니다. 1000점의 마일리지를 적립한 푼푼씨! 1000점은 1000원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하네요. (카드는 대풍이네 헌책방에서 보관해 줍니다.)



음료를 만드는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런 비밀스런 공간이 나타납니다. 4면이 책으로 꽉꽉 들어차 있고 기다란 좌식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책이 어느 정도 있냐고 묻자 약 1만권 정도 구비되어 있다고 하네요.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쌓여 만들어진 공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 어딘가에 꽂힐 140만 그릇의 밥을 떠올리니 더욱 그러합니다. 조금씩조금씩 모아 140만 그릇의 따뜻한 밥을 만든 곽병은 원장님의 마음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풍이네 헌책방에는 누군가의 추억과 손때 묻은 책 외에도 손으로 직접 만든 액세서리와 더치커피, 다양한 종류의 차 등 다양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와 관련된 리플릿들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이곳이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다양한 모임을 통해 사람과 이야기, 그리고 생각을 순환시키는 대풍이네 헌책방 /  ⓒ 대풍이네헌책방


영화모임 대풍씨네2.0”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영화를 매개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일시&장소 : 매달 첫째 주 금요일 저녁 7/ 대풍이네 헌책방

 

독서모임 책이 고픈 시간

단편소설부터 시작해 시, 인문학 도서 등, 다양한 도서를 통해

소통하며 갈증과 배고픔을 해소하는 모임.

일시&장소 : 매달 둘째 주 금요일 저녁 7/ 대풍이네 헌책방

 

사람책모임 대풍이네 Living Library!"

사람이 책이 되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느낀 점을 나누는 모임.

일시&장소 : 매달 넷째 주 금요일 저녁 7/ 대풍이네 헌책방

 

사람책모임 청소년과 함께하는 Living Library!"

지역 청소년센터와 연계, 취약계층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리빙 라이브러리

일시&장소 : 매달 셋째 주 금요일 저녁 / 대풍이네 헌책방 또는 청소년센터



대풍이네 헌책방은 매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열리는 다양한 모임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주민들이 이곳을 찾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책모임에 관심이 가네요. 모임 참석자 중 한 명이 책이 되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참석자들과 함께 크레파스, 사인펜 등으로 공동화를 그린다는 사람책모임. 꼭 초등학교 미술시간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며 즐거워한다고들 합니다. 사진들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이들을 보니 언제고 시간이 되면(일부러라도 내서) 꼭 참석해 보고 싶네요.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입니다. 책을 펼치니 누군가 곱게 말린 단풍잎과 26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정성스런 편지가 꽂혀 있습니다. 책 주인은 어쩌다 이 소중한 책을 헌책방에 맡기게 되었을까요? 누군가의 추억을 안고 대풍이네 헌책방을 나왔습니다. 소유의 기쁨보다 공유의 기쁨이 더욱 큼을, 공유하는 이들을 보며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얽매고 있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덜어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상 푼푼씨였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대풍이네헌책방&아란나카페

[open : 낮 12시 / close : 밤 12시]


주소 : 춘천시 교동 156-8

전화 : 070-8276-8922 / 010-4219-3351

홈페이지 : www.daepung.com

페이스북 : facebook.com/deapungs

다음카페 : cafe.daum.net/aranac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