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회적경제를 고민하다 ②
함께 해주신 분들 : 원주의료생협 전무 박준영 / 춘천 동네방네 대표 조한솔
때와 곳 : 2013년 5월 31일 / 원주의료생협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사회적경제 조직의 운영자 혹은 활동가들이 평소 가지고 있던 실질적인 고민과
그에 대한 유익한 답변들로 '청년, 사회적경제를 고민하다' 첫 번째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따뜻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도 두 젊은 사회적경제인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는 계속되니까요,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공감토크 후 여담을 나누는 박준영 전무(조)와 조한솔 대표(우)
원주 지역의 사회적경제도 변화가 필요해…
조한솔) 공감토크를 통해 그 동안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좋은 답을 많이 얻었는데요, 이렇게 원주의료생협을 찾아 전무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인천 청년 포럼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포럼 중 어느 발제자 분께서 원주는 사회적경제 부문에 있어 인천을 부러워할 수도 있을 거라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원주에서의 청년 활동이나 그 다양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편인데 그 이유가 워낙 튼튼한 기존의 네트워크 안에서 청년들이 자라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었고요. 그래서 원주는 오히려 다른 지역의 청년 활동을 부러워 할 수 있겠다는 거죠.
저는 원주의 선구자 분들이 활동하실 당시에는 생활협동조합이나 그와 비슷한 여러 가지 활동들이 당연히 필요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20~30년이 지난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들도 생겨나야할 텐데, 새로운 인력의 투입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역동성이나 다양성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박준영) 그렇죠. 저 역시 다른 지역의 활동이나 변화가 좋은 영향이 되어 원주 지역의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이 새로운 자극을 받고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60년대부터 원주의 밝음신협, 한살림 등을 개척하는 과정에 참여하셨던 어르신의 후광이 여전히 남아 있다 보니까 제2세대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성장 못 하는 경우들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대표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젊은 그룹들이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잘 받쳐줘야 할 것 같아요.
사회적경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과 제도 바로잡아야…
박준영) 그리고 우리 세대가 올바르게 바로잡아야 할 것 중에 하나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적경제를 어떤 대안 운동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예요. 하지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은 어떤 대안운동이 아니라, 내가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문제를 스스로 협동을 해서 만들어가는 생활경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저는 ‘사회적경제를 경제와 먹고 사는 문제 그리고 생활의 관계성을 새롭게 보고 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십 년, 이십 년 활동해서 우리 아이가 대학을 반드시 가지 않아도 다양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자기 뜻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원주의료생협의 의료봉사 활동 모습 / ⓒ원주의료생협
조한솔) 외국의 경우 협동조합부터 민간단체, 재단까지 그 구성이 완벽하게 되어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적경제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것 같아요. 사회적경제 영역의 확장을 위해 다양한 조직을 구성해 넣다 보니깐 사회적경제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호해져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박 전무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박준영)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2003년부터 사회적경제 관련 활동을 시작하면서 느낀 것이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정책들은 민간이 아닌 정부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건데요. 이러한 현상은 97년 금융위기 이후 실업, 빈곤, 일자리 문제들이 보편화되면서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을 자활근로, 공공근로 등 자활 사업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시작되었다고 봐요. 그 과정에서 사회적경제 영역도 정부 중심으로 변화되었고, 그 결과 모든 영역이 섞여버리게 된 것이죠.
미국이나 유럽은 민간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오다가 제도화되는 과정인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예요. 하지만 이것이 어쩔 수 없는 한국적 상황이라고 본다면, 이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자율성이 얼마만큼 확보되느냐가 관건인데 이 부분에 있어 정부의 역할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인건비 등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민간의 자율성과 자립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기존의 조직들을 연계시켜 준다거나 여러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사회적경제 영역의 관료화를 방지할 필요가 있겠죠.
조한솔) 요새 청년들 사이에서 협동조합이 거의 붐이라고 하잖아요, 몬드라곤 같은 경우도 내부적으로는 많은 어려움과 분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보여 지지 않는 것 같아요. ‘동네방네’도 초창기에 활동하던 친구들은 많이 떠나고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오면서 협동조합을 목표로 같은 가치를 가지고 가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동일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원주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는지 알고 싶네요.
박준영) 그럼요, 다 어려움이 있죠. 한살림 역시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죠. 그 어려움을 경영적, 사업체적 방식으로 효율화시키면서 극복한 거에요. 예전에는 강원도에 한살림이 원주와 강릉 두 군데 있었는데 필요한 물품들이 발생하면 산지에서 각자 조달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하다 보니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점이 있어 10년 전쯤에 통합 물류센터를 만들어 이곳에 한 번에 물품들을 모았다가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경영적으로 상당히 큰 효율성을 만들어 낸 거죠.
그런데 반대 급부적인 건 지역을 중심으로 한 밀착성은 떨어진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예전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 사이에 고민하다가 경영적인 판단을 통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동네방네’도 “왜 우리가 이것을 해야 하는지, 기존여행에 대한 문제는 뭐였고 춘천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우리 청년들이 내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이 처음 만들 때 동의가 되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그것 때문에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죠.
만약 의료생협이 경영적으로 어려워져서 우리가 왜 존재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의료생협의 조합원은 단순히 한국 사회의 일반 의료기관에서 환자로 취급받는 소비자가 아니라, 건강의 주체이고 생산자라는 데 있죠. 그러한 생각과 실천을 통해 건강한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이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다시 모색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네 분이 왜 우리가 이걸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토론을 끊임없이 해야겠죠.
청년들을 이끌며,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적경제가 되길…
조한솔) 네, 그 부분에 있어 저희도 매일 다투는 것 같아요.
제가 프랑스와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놀랐던 점이 대부분의 청년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이 어떻게 활동을 해 왔는지.’ 관심을 갖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박 전무님도 청년에 대한 고민들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청년들을 사회적경제 영역 안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쭈어 보고 싶어요.
박준영) 제가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도 지역 대학을 통해 연결이 된 것이고, 제 후배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네트워크 단체 중에 ‘햇살나눔’이라는 사회적기업이 있어요. 친환경 농산물
을 가공해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조·판매하는 곳인데 그 친구도 20대 후반에 그 일에 참여하면서 지금 ‘햇살나눔’의 대표가 되었죠.
이렇게 30대 전후에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적기업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지금 많은 이들이 취직을 할 수 있는 거죠. 이런 공간들이 더 많아지면 당연히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생겨날 테고요.
이런 층이 두터워져야 고민하는 청년들이 지역과 연결되는 일이 많아지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 프로젝트 같은 걸 도모하면서 새롭게 창업을 하는 등 여러 활동들이 가능해질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희는 의료생협이니까 의료 복지, 건강을 가지고 지역의 간호학과나 의대 학생들과 연계해 ‘사회적 거래소’ 같은 프로젝트로 좋은 아이디어를 올리면 거기에 공감한 사람들이 자금을 후원해 주는 방식을 도입해 보는 거예요.
조 대표님도 학생 때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은데 그 동기가 무엇인가요?
조한솔) 저는 중학생 때부터 사회 복지 일을 하고 싶었어요. 복지관에서 7년 정도 봉사활동도 하고 동아리도 만들면서 그냥 막연하게 이런 일을 좋아하게 되었고, 대학생이 되어서 우연찮게 서울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일자리, 생계에 대한 수요를 복지관이나 자활 영역에서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그와 관련된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죠. 프랑스 유학 중에 협동조합을 처음 봤는데 어떻게 이런 기업이 있는지 너무 신기했어요.
그렇게 사회적경제에 재미를 느껴 지금은 이런 활동을 하고 있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지역의 사회적경제 안에서 사회복지를 추구하는 거예요. 사회적경제 영역이 일자리 지원에 대해서 계속 요구 받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중간에서 연결해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많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조직과 클라이언트 중간에서 해줘야 하는 일들이 많을 것 같아 그 고민을 하고 있어요.
▲동네방네의 국외 활동 모습 / ⓒ동네방네
박준영) 훌륭한 문제의식이네요.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자면 지금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가지 행정적 자원을 연결시켜 주고 위탁받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 기관의 청소 위탁 같은 경우 일반 위탁 전문 업체를 이용하게 되면 수수료 같은 비용이 발생해 행정적으로 낭비거든요.
그래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같은 지역 내 청소나 환경미화 부분에서 활동한다면 더 높은 효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봐요. 한국 사회가 불공정하게 갖고 있던 영역을 스스로 해결해 가는 과정 자체가 협동이고 교육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사회 속의 불합리나 유착에 따른 개연성이 줄어들면서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겠죠.
그리고 반드시 협동조합만이 그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유럽사회가 모두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했겠죠.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다양한 선택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우리가 더 노력해서 이러한 활동들이 확대된다면 그 안에서 정리가 이루어지면서 모두가 건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진솔한 이야기 들려주신 두 분께 감사드리며,
청년과 더불어 한국의 미래까지 품을 수 있는
깊이 있는 사회적경제가 되기를 함께 바라봅니다.
<원주의료생협>
원주의료생협은 의료, 건강, 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보건의료전문가, 지역복지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협동조합입니다.
의료시장의 상업화로 인해 약물남용, 과잉진료,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차별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를 인식한 원주 시민들이 의료의 본질적 가치인
건강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의료생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원주의료생협의 의료기관은 건강한 마을과 평등한 사회 실현을 목표로
조합원과 함께하는 다양한 지역복지사업, 건강증진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 연락처 033-744-7571
- 홈페이지 http://itstandard.co.kr/~wjmedcoop/01_intro/intro0101.htm
<춘천 동네방네>
춘천에 위치한 ‘동네방네’는 지역의 다양한 인적 자원과 잠재된 지역의 가치를 추구하는
지역 여행을 통해 기존의 불공정하며 획일적인 여행을 배척하고,
여행자가 사용하는 여행 경비와 에너지가 지역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여행을 지향하는 공정여행 청년 기업입니다.
현재 춘천 낭만시장에서 ‘궁금한 이층집’이라는 여행자 카페 운영 외에
‘춘천 원도심 투어’, ‘봄내길 투어’ 등 다양한 공정 여행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 연락처 070-4190-5401
- 홈페이지 http://dnbntra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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