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회적경제를 고민하다 ①
함께 해주신 분들 : 원주의료생협 전무 박준영 / 춘천 동네방네 대표 조한솔
때와 곳 : 2013년 5월 31일 / 원주의료생협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한국 사회적경제와 청년 활동’을 주제로
원주의료생협의 박준영 전무와 춘천 동네방네의 조한솔 대표가 함께 했는데요.
청년 사업적기업가인 조한솔 대표는 자신보다 한발 앞서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온 박준영 전무와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가지게 되었던 고민과
여러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두 사회적경제인이 만나 Seesaw타기 하듯 젊은 에너지를 주고받았던
6월의 공감토크, “청년, 사회적경제를 고민하다” 그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원주의료생협을 방문한 <동네방네> 조한솔 대표
가치와 이익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
조한솔) 우선 저희 ‘동네방네’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지역의 자활에 관심 있던 친구들이 모여 ‘우리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 지역과 밀접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공정여행 청년기업 입니다. 2011년에 상지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1기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올해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상태입니다. 지금은 ‘동네방네’를 통해 지역의 청년들이 함께 모여 놀고, 이것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관점에서 협동조합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준영) 그럼 춘천 도심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건가요?
조한솔) 네, 춘천 명동에 있는 시장 안에서요. 거기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작년에는 시장사업에 참여하기도 했었는데요. 그 때 젊은 층과 시장을 연계할 수 있을 만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청년 모임이 필요할 것 같아 지역에서 활동하거나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들이 ‘Allez! 창창 팩토리’라는 모임을 만들어 매주 수요일마다 지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소하지만 지금은 협업도 함께 일어나고 있는 상태이고요.
▲동네방네가 운영하는 여행자카페 <궁금한 이층집>
박준영) 예전에 TV에서 보니까 전주의 어느 시장에서도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 청년 활동을 하고 있더군요.
조한솔) 네, 비슷한 콘셉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도 시장 2층에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하고 있거든요.
박준영) 저는 청년들이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활동을 할 때 이런 접근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청년들이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온전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느냐, 이것이 지금 어려운 거잖아요.
그렇다면 부단한 노력을 통해 최저 임금 정도는 어떻게든 만들어 내고, 나머지 전략은 기존에 있는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들한테 주거비, 의료비, 정보통신비 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하는 것이죠. 지금 시장에 있는 카페 임대료는 거의 무료거나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 아닌가요? 그런 형태의 지원이 있으니까 나머지 부분은 정책적으로 해결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는다면 장기적으로 많은 청년들이 협동조합이든 자기가 뜻하는 바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해질 수 있다고 봐요.
조한솔) 사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사업을 운영하며 최저 생계비까지 버는 작업들이 매우 힘들다는 것과 협동조합이라든가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익보다는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돈을 얼마큼 추구해야 할까? 이게 과연 옳을까?’ 에 대한 판단 기준과 그런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정립이 필요한 상태예요. 그리고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지역 사회에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비즈니스 영역에 들어왔을 땐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 끌어 줄 수 있는 네트워크 구조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원주의료생협> 박준영 전무
박준영) 저는 그 고민하신 지점이 옳다고 생각해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결사체이기 때문에 가치지향적인 부분이 있지만 사실 사업체거든요. 그 뜻은 사업을 통해서 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이 아니에요. 그러면 그냥 시민단체나 복지단체가 하면 되죠. 협동조합은 좋은 뜻을 사업체라는 방식을 통해서 실현할 때 그 존재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협동조합 문화가 한국사회에 아직 정착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사업체 영역보다는 결사체적 의미에 관점을 더 두고 있는 상황이죠. 이것이 극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업체로서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 낸 다음에 좋은 뜻을 실현해도 괜찮거든요. 이게 꼭 선후관계는 아니지만 자기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꼭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동네방네’가 공정여행을 기획해서 춘천 지역의 시장이나 여러 좋은 명소, 지역 음식점을 소개하고 소상공인들의 물건 판매해 주는 것 자체에 사회성이 충분히 녹아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대형 여행회사나 대형 마트 이런 곳은 지역에 관심이 없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은 공정여행이 아닌 일반 여행 갈 때도 당연히 비용을 지불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동네방네’가 거기에 대한 좋은 콘셉트를 제대로 잡는 게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 ‘동네방네’ 여행프로그램들은 개발된 게 많이 있나요?
조한솔) 많지는 않지만, 작년 같은 경우는 서울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단체신청이 많이 들어와서 저희가 있는 시장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했죠. 그리고 올해 상품들을 조금씩 내고 있고, 이번에 여행과 관련된 교육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다른 수요들이 들어와도 지금 당장은 하지 못하고 있어요.
▲<동네방네> 공정여행 안내포스터
박준영) 만약 협동조합으로 간다면 지금 네 명의 구성원들이 조합원이자 직원이자 노동자가 되는 거잖아요. <몬드라곤의 기적>을 저술한 김성오 씨 강연 내용 중에 협동조합의 조합원인 사람이 낮에는 노동자로서 자기 일을 하고 밤에는 경영자가 되어 생산성, 합리성에 대한 판단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네 분이 추구하는 것에 대한 자발성, 헌신성, 에너지 들이 끊임없이 발산되어야 그 결사체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초창기에는 주어진 일만 해서는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동네방네’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지역이나 청년들에게 어필을 하려면 그만큼의 숨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협력이 부족한 한국 사회, 그리고 그 안의 청년들…
조한솔) 그리고 요새 고민하고 있는 것이 저희가 여행이라는 아이템으로 시작은 했지만, 계속 사업을 하고 각기 다른 구성원이 함께 하다 보니까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어떤 친구는 ‘지역과 청년’이라는 주제로 많은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고, 다른 한 명은 마을이라는 관점에서 공동체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저랑 다른 친구는 여행 사업을 계속 하고 싶어 하고요.
한 팀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갖고 있어서 ‘이것을 동네방네로 하나로 묶어내기가 힘들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협동조합에 대해 잘 몰라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 고민 중이에요. 혹시 전무님도 이런 경험을 하신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박준영) 저는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본 경험은 없어요. 한살림이나 의료생협 등 기존의 협동조합에서 주로 활동을 하는데요, 최근에는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컵밥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카페 협동조합이 새로 생겨 그와 관련된 일을 했죠.
말씀하신 네 분이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도 뭉칠 수 있는 부분은 있어요. 그 내용을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목적이나 사업내용에 모두 명시를 하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 하에 사업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후원자들을 모아 조합원화 시키고 그런 과정을 통해 소통을 하는 거죠. 어차피 협동조합은 그 뜻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서 조직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지금 준비하시는 일은 네 분이 노동자 직원, 협동조합 직원 등 그 후원자들을 묶어내는 과정에서 승패가 갈릴 것 같아요.
▲조한솔 대표(좌)와 박준영 전무(우)
조한솔) 작년에 인천의 ‘슈퍼살롱’이라는 청년 모임이 협동조합 관련 지원을 받아서 이탈리아 볼로냐로 협동조합 탐방을 갔었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 청년들이 모여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협동조합을 계획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협동조합을 만들지 못했죠. 지금의 청년들은 연대와 협동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만들기 어렵다는 거예요. 그래서 현재는 그냥 느슨한 네트워크 형식으로 있는 상태인데 ‘지금의 청년들이 협동이나 연대의 경험이 없다.’는 의견에 대해 박전무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쭈어보고 싶어요.
박준영) 저도 10년 동안 이쪽 계통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이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동업을 하면 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협동조합이라는 문화 자체가 자리 잡는 데 더 어려움이 있다는 거예요. 국제협동조합 연맹의 협동조합 정의를 보면 첫 문장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거든요. 우리나라는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문구에서 사회주의적 색채를 떠올리다 보니까 분단국가라는 상황과 맞물려 정착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죠.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러한 활동들이 더 필요할 수 있어요. 독립된 개인들이 스스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역으로 더욱 협력하는 활동들이 지금의 청년들에게 필요하고 또 그들 스스로도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단 말이죠. 상황은 이렇지만 극적인 반대는 또 반대쪽과 통하듯이 저희가 경험하지 못한 청년들의 협동문화가 새롭게 만들어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청년들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꾸려서 나아갈 때, 기존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잘 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볼로냐, 몬드라곤 지역은 노동 운동이나 가톨릭과 함께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면서 100년 동안 성장해 왔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역 내에서 연대성을 갖고 활동을 했던 조직들이 없을 뿐더러 사회적경제 조직 내에서 서로 보살피며 같이 나아갈 조직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독자생존 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적경제 조직과 청년들이 이런 관점을 갖고 협력해 나가다보면 장기적으로 좋은 효과들이 날 거라 생각해요.
- “청년, 사회적경제를 고민하다” 두 번째 이야기가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원주의료생협>
원주의료생협은 의료, 건강, 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보건의료전문가, 지역복지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협동조합입니다.
의료시장의 상업화로 인해 약물남용, 과잉진료,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차별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를 인식한 원주 시민들이 의료의 본질적 가치인
건강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의료생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원주의료생협의 의료기관은 건강한 마을과 평등한 사회 실현을 목표로
조합원과 함께하는 다양한 지역복지사업, 건강증진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 연락처 033-744-7571
- 홈페이지 http://itstandard.co.kr/~wjmedcoop/01_intro/intro0101.htm
<춘천 동네방네>
춘천에 위치한 ‘동네방네’는 지역의 다양한 인적 자원과 잠재된 지역의 가치를 추구하는
지역 여행을 통해 기존의 불공정하며 획일적인 여행을 배척하고,
여행자가 사용하는 여행 경비와 에너지가 지역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여행을 지향하는 공정여행 청년 기업입니다.
현재 춘천 낭만시장에서 ‘궁금한 이층집’이라는 여행자 카페 운영 외에
‘춘천 원도심 투어’, ‘봄내길 투어’ 등 다양한 공정 여행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 연락처 070-4190-5401
- 홈페이지 http://dnbntra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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