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만들어가는 ‘우리 마을 경제 공동체’
- 춘천지역자활센터 ‘청년 change up 사업’-
문경민 춘천지역자활센터 팀장
요즈음 우리 마을에는 하나씩 둘씩 느리지만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늘려 가는 움직임이 있다. 청년들이 마을로 돌아와 자신이 좋아하는 카페를 만들고, 동네 찻집 같은 서점을 만들고, 음식점을 열고, 입양 보낼 인형을 제작하고, 미장원을 개업하고, 빵집에서 열심히 빵을 만들어 팔고, 때로는 망해서 문을 닫는다. 청년들끼리 모여서 골목을 만들기도 하며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청년들끼리 모인 공간에서 장터를 열기도 하고, 정해진 기간에 축제를 열기도 한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와르르 무너지는 현장을 만나게 된다. 빵이 좋아서,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소품을 인테리어로, 할 수 있는 만큼만, 고등학교만 졸업했지만, 작은 가게라서 금방 망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테이블 하나만 있는 레스토랑이지만, 우리끼리 모이니까, 소박하지만 개성 있게, 돈이 아니라 경험을,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 등 그 안에는 다양한 실험정신과 기존 보수경제로는 가늠할 수 없는 효용이 넘친다.
경제 주체의 주객이 전도된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야 입장이 가능하기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한다. 빵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알지 못한다면 그 집 빵을 먹어보기는 아주 어렵다. 일요일에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줄을 서야 하는 집도 있다. 바야흐로 소량생산,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의 시대가 온 느낌이다. 바야흐로 춘천이라는 마을 곳곳에 젊은 에너지가 퐁퐁 솟고 있다. 청년의 싱그러운 도전정신과 건강한 노동철학과 지역사회 경제 이야기가 그 안에 숨 쉬고 있다.
이런 지역사회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함께 사회복지기관의 새로운 움직임도 있다. 춘천지역자활센터의 ‘청년 change up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일반 취업 시장에서 실패한 청년들이 취업과 창업 그리고 진학을 준비하고 재도전하는 과정을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과정에서 새롭고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훈련 과정이 개발되고, 사회적 적응을 위한 서비스 제공 및 취업과 창업을 위한 네트워크가 재구성된다. 카페와 펄샤이닝, 마트사업을 기점으로 지역의 도시재생사업과도 협력하여 확대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부 잘하는 친구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대학에 갔다. 전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친구도 성적 좋고 적응 잘하는 친구는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했다. 공부도 못했고, 적응력도 별로 없는 나는 취업처에서도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나이만 먹고 자격증은 없는 내가 되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옛말이 있다. 올곧게 자란 나무, 좋은 재질의 나무, 향이 깊은 나무... 일찍 상품성이 높게 자란 나무는 미리미리 사람의 손에 잘려 시장에 팔려나가고, 상인의 눈에 띄지 않아 바람맞고 눈·비 맞는 인고의 세월을 보낸 멋진 소나무가 결국 선산을 찾아가는 우리를 맞아준다는 말이다.
느리지만 천천히 자신을 계발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마을 안에서 쓰임이 될 곳에 취업을 하고, 지역사회 경제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함께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 마을에서 생이 다하도록 함께 살아갈 주인들이라는 것이다. 그 힘들이 굽이굽이 내려다볼 40년 뒤 춘천 마을이 기대되는 오늘도 ‘나는 무척 가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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