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주류경제학자들이 현 경제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평가하지만 이렇다 할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 한 채 전 세계가 '자본주의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경제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협동조합·사회적기업으로 구성되는 사회적경제가 대표적 대안경제체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에서의 사회적경제는 공식적으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뒤늦은 출발을 했지만 유럽은 이미 2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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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사회적경제다' 정관영/도서출판 공동체/285쪽/1만7천원 |
근대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로 희생당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증가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 스스로 결사체 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협동조합의 효시다. 생활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공제조합 등 다양한 자조적인 결사체들이 만들어지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사회적 권리, 정치적 단결이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경제는 당시 자본주의체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세말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이 사회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복지국가체제로 전환되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이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된 1980년대 이후 유럽에서 다시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 책은 대안경제로서 사회적경제를 제3영역의 내부적 현상으로만 보기보다 이를 둘러싼 정치와 사회경제사 흐름에서 살펴야 사회적경제의 시대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때문에 책의 구성도 지금까지의 사회적경제 혹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관한 책들과 달리 크게 <국가의 이해>, <시장의 이해>, <사회적경제의 이해>로 짜여 있다. 한국에서 사회적경제가 시작되고 발전하는 경로와 과정이 유럽에서의 그것과 많은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국가와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거대 담론 또는 경쟁시장에서 탈락한 개인이 성공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경제활동 지침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경제위기 시대에서 개인이 겪는 사회적 위기는 '협동과 연대'라는 새로운 경제활동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인 <지역과 사람을 살리는 희망경제론>처럼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희망없음'이 무엇에서 비롯되고,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말한다. 희망이 없는 사람들의 당연한 권리는 무엇이며, 그 권리 실현이 한국 사회 발전에 어떤 의미와 전망을 가져다주는지 역사와 구조를 통해 보여준다. 이것은 삶의 문제이며, 복지의 문제이며, 경제민주화와 정치개혁을 통한 더 나은 사회로의 발전문제이다.
한국에서의 사회적경제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사회사상적·정치적·역사적 배경을 포괄하는 이념과 철학, 정책적 함의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다소 그 의미가 축소되어 출발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10여 년 전 독일 유학을 하면서 접한 사회적경제가 한국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하는 <한국형 사회적경제>로 실현되는 것이 집필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사회정책학, 경제사회학,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저자의 폭넓은 지적 배경이 담겨있는 이 책은 사회적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학습서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제는 사회적경제다>는 2월6일부터 인터넷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머니투데이 2013.02.06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3020614095935114&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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