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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현장칼럼

【우리사이 플러스】 우리를 위한 사회적경제네트워크

by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9. 4. 5.

우리를 위한 사회적경제네트워크

 

 

김태호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팀장

 

 

2018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10주년 정기총회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해오고 있지만 아직 낯설다. 지인들에게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요즘 무슨 일 해?” 이럴 때면 순간 말문이 막힐 때가 많다. 내가 사회적경제 관련 일을 한다고 하면 필연적으로 질문이 되돌아온다. “그게 뭐야?”

내가 아는 사회적경제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다 보면 나도 꼬여버리고 상대방도 더 난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나도 사회적경제가 낯설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면서도 업무 외에 교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경제와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하며, 돈 많이 벌어 부모에 효도하고 자식 잘 기르고 나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으면 봉사나 기부 좀 하며 사는 것을 성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이런 평범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사회적경제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문제, 내 가족의 문제에 대한 고민과 소외계층에 대한 아량…….

이러한 것들은 내가 아는 사회적경제와 너무도 닮아 있다.

 

강릉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활동

 

하지만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내가 아는 사회적경제는 보통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며 겪는 나의 문제, 내 가족의 문제를 주위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해결하기보다 돈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을 것이다. 현 사회 시스템과 현대인의 생활패턴에서는 그게 더 편리하고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류가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협동하지 않았으면 생존조차 어려웠을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협동을 통해 사람보다 큰 짐승을 사냥했을 것이고 협동을 통해 대자연을 극복하며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자본주의 폐해로 인한 빈곤, 양극화, 실업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당사자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생겨났다.

 

 

이러한 협동들은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협동이다. 즉 나와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협동을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자본이 지배하는 현대사회는 나와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협동이 아닌 돈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대부분 사회적경제가 낯설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경제를 한다. 긍정적이든 아니든 우리지역에는 정부주도하에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정부 정책과 관련 없이 스스로의 문제, 나아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이나 개인이 활동하고 있다.

 

 

보통사람들에겐 낯설고 딱히 설명하기 힘들고 그래서 지지받기 어려운 사회적경제를 하고 있다.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 단계이론을 보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면 대인관계로부터 오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가 나타난다. 애정과 소속의 욕구는 사회적으로 조직을 이루고 그곳에 소속되어 함께 하려는 성향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전반적으로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를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규모가 크든 작든 사회집단에 소속되어 수용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많은 학자들이 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존전략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혁신역량 제고를 위해, 정체성 유지를 위해, 혹은 지역화 전략의 거점 마련을 위해 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나같이 맞는 말이긴 하나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강원도에서 지역 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인제지역이다. 공식적으로 인제지역 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출범하기 전 네트워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1년 가까이 당사자들이 자주 만나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비록 지역에서 사회적경제는 낯설고 활동하는 사람도 소수이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지역 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인제군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일본 돗토리현 탐방

 

얼마 전, 춘천에 있는 한 사회적기업이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 가입하려고 가입원서를 제출할 때 왜 춘천사회적경네트워크에 가입하려고 하냐?” 물었는데, 대표자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우리는 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다양한 활동과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애정과 소속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고민은 소홀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많은 역할과 기능이 있겠지만 보통사람들에겐 낯설고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적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그래서 어딘가에 소속되어 관계를 맺고 싶은 기본적인 관점에서 우리를 위한 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