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 빚는 즐거움, 주모협동조합
춘천의 작은 양조장 ‘호수’, 주조체험
직접 빚는 전통주, 만드는 재미 쏠쏠
‘밀밭만 지나도 취한다’는 옛말은 우리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술을 한 모금도 못하니 한 번도 술자리의 주빈이 되어 본 적은 없지만, 양조장에서 은근하게 흘러나오는 술 익는 냄새가 시큰한 듯 향긋한 것이 사람을 아주 홀려놓아 정처 없이 양조장을 휘휘 돌다 정말로 취해버려 그 앞에서 곯아떨어졌더라는 우스갯소리는 곧잘 늘어놓곤 했습니다.
‘사람을 홀린다는 술 익는 냄새가 무엇이었을까?’ 상상하던 그때 그 어린 마음으로 춘천 효자동에 위치한 물맛, 손맛, 술맛 좋은 춘천양조장 : 호수에 다다랐습니다.
‘호수’는 술과 요리를 즐기는 소담한 공간이자 주모협동조합의 술 빚는 양조장입니다. 주막을 지키는 푸근한 그 ‘주모’이기도 하지만, 사실 술의 질을 결정하는 술밑(누룩을 섞어 버무린 고두밥)을 이르는 ‘주모’에서 가져온 이름입니다. 더 자세히는 술덧을 발효시키기 위해 효모를 배양한 것을 이르는데, 알코올의 농도와 향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좋은 술을 빚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한번만 들어도 머리에 쏙~ 들어오는 재미난 이름입니다.
가가호호 특색 있는 가양주(家釀酒)를 빚던 우리네 옛 모습과 술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엮어 풀어내는 재주가 기가 막힌 최경자 주모협동조합 대표는 ‘술 빚는 즐거움’을 두루 나누기 위해 올해부터 호수 공간을 활용한 ‘주조체험’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절기마다 의미 있는 자연재료를 배합해 만드는 ‘절기주’에 대한 콘텐츠가 풍부해, 사시사철 재미있는 옛이야기가 함께하는 주조체험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하죠.
오늘은 절기주에 앞서 가장 기본이 되는 술, ‘부의주(浮蟻酒)’을 빚어보기로 했습니다. 부의주는 술이 다 익으면 쌀알이 하얗게 떠오르는 것이 마치 개미 유충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술을 빚는 과정은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두었다가 물기를 빼 둔 찹쌀을 찜기에 올려 고두밥을 쪄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튼실한 불길이 꼬들꼬들하게 찹쌀을 쪄내는 시간 동안에는 누룩즙을 만듭니다. 술 빚기 전, 하루이틀 정도 누룩을 얇게 편 뒤 햇볕과 바람을 맞히는 과정을 ‘법제’라고 합니다. 누룩즙은 이 법제를 끝마친 누룩을 사용해 만듭니다.
면포에 담아 누룩을 물에 넣고 손으로 힘 있게 꾹꾹 쥐었다 펴주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약간의 끈기를 머금은 누룩즙을 완성하게 됩니다. 손에 감기는 누룩의 질감과 차박차박 부딪치는 물소리도 즐겁지만, 구수하게 올라오는 누룩향이 흐뭇함을 자아내는 과정입니다. 누룩이 아닌 누룩즙을 사용하면 술이 훨씬 부드러워진다고 하니, 송송 땀이 맺힐 듯 열심히 만들게 되고요.
이렇게 만든 누룩즙을 식힌 고두밥과 잘 버무려서 술독에 담으면 술을 되기 위한 발효가 시작됩니다. 누룩즙과 고두밥을 버무릴 때도 누룩즙과 마찬가지로 손압을 이용해 꾹꾹 쥐었다 펴주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벌써 뽀글뽀글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문헌을 바탕으로 전통주를 복원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 최경자 대표는 본격적인 주조체험에 앞서 술 빚을 때 필요한 ‘육재六材’에 대해서 짚어주는데, 여기서 육재라 함은 좋은 쌀, 좋은 누룩, 좋은 물, 좋은 그릇, 청결 그리고 술 빚을 때 가장 중요한 온도를 이릅니다.
완성한 술독은 23~25℃ 사이에서 발효시키는데, 술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리저리 옮기지 않아야 하고, 향을 머금지 않도록 냉장고나 강한 향을 내는 것 주변에 두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처음 3일은 하루에 한 번 위아래를 섞어주고, 품온(발효 중 술독의 온도가 외부보다 올라가는 것, 처음 표시해 둔 양보다 손가락 한 마디쯤 용량이 늘어난다)이 된 후에는 살살 윗부분만 꾹꾹 눌러주면 됩니다. 그렇게 열흘의 시간이 지나면 술이 완성됩니다. (주모협동조합은 초보자들을 위해 체험 후 온라인 채팅방을 개설해 하루하루 술 익는 과정을 공유하고, 조언을 나눠줍니다)
이렇게 완성된 술을 한자리에 모아 나눠 마시기도 하는데, 재밌게도 같은 재료를 갖고 같은 날 만들었어도 그 맛이 모두 제각각이라고 합니다. 70년대 이후 주류 대량생산이 이뤄지며 빠르게 소실된,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하던 가양주 문화를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전통주를 찾을까요?” 주모협동조합은 ‘직접 만들어보거나 마셔본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 같은 뜻을 담아 주조체험을 마련한 주모협동조합, 전통주 소믈리에부터 카누 제작자까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전통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뭉친 협동조합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게 됩니다. 현대양조 기법으로 전통주를 재현하고, 지역의 맛을 담은 풍미 있는 술을 만들고픈 주모협동조합의 작은 양조장 앞에서 은근히 넘어오는 술 익는 냄새에 발길을 떼지 못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이곳, 춘천의 작은 양조장 ‘호수’에서 술 빚는 즐거움을 찾아보세요!
주모협동조합 : 호수 양조장 주소 - 강원 춘천시 효자문길7번길 17 문의 - 010-5364-7434 체험 - 전통주·절기주 제조 체험 판매 - 유하주·유하탁주 ※ 문화체육관광부 관광두레사업 수혜기관 최우수등급(2016~), 춘천 우수사례 선정 ※ 식사 예약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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