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를 통한 비상飛上, 춘천 생협연대 ②
○ 함께 하는 분 : 노남희 춘천 아이쿱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박미나 춘천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상무이사
박은영 한살림 춘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 때와 곳 : 2020년 10월 30일, 춘천 아이쿱 생협 활동실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100만 가구 이상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국내 3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두레생협’, ‘ICOOP생협’, ‘한살림’은 국내 사회적경제의 대표 사례이자, ‘생활의 변화가 어떻게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역동적인 조직이기도 합니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은 협동조합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지만, 모두 한 덩치씩 하면서 그 안에 담긴 가치관과 기준, 개성이 아주 뚜렷한(또한 경쟁자이기도 한) 세 곳 생협 간에 이루어지기엔 사실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만 어렵다고 했지, 불가능하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반갑게도 춘천지역 생협 조직들이 드물고도 어려운 일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아니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럼, 연대를 통해 자생(自生), 자립(自立), 자정(自淨)을 이루고자 한 발짝 한 발짝 사뿐히 내딛고 있는 건강한 생협연대의 활기찬 기운을 만나보시라.
<연대를 통한 비상飛上, 춘천 생협연대> 두 번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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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개 생협의 연대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박은영)
올해 6월에 열렸던 ‘환경의날 기념행사-환경한마당축제’에서 3개 생협이 각각 다른 주제로 부스 운영했던 것,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한살림춘천은 논 생태계에 주목한 ‘논살림’을 주제로, 춘천아이쿱생협은 플라스틱 재활용 화분을 소개하면서 자원 재활용에 대한 주제로, 춘천두레생협은 토종씨앗에 대한 주제로 운영했어요.
각 생협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사전에 조율하니까 각각 특색 있는 부스들이 마련될 수 있었어요. 시민들은 환경에 대한 여러 주제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고, 생협마다 분야별로 재밌게 부스를 운영한 장면들이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어요.
박미나)
생협은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참 많은데, 그 모두를 한 곳 생협이 준비하려면 벅차죠. 그런데 3개 생협이 골고루 나눠서 특징적으로 하니까 참 알차게 진행됐어요.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하면 저는 지역 국회의원을 찾아갔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네요. 생협 활동으로 국회의원을 찾게 된 건 처음이었거든요.
노남희, 박은영)
저희도 처음이었어요.
박미나)
시 정책을 가지고는 시의원이나 관계된 분들을 자주 만났지만 생협 활동으로 국회의원을 만날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노남희)
올해 춘천시 자원순환과와 가진 간담회, 기억에 남지 않으세요? 저희 요청이 아니라 춘천시에서 3개 생협을 초청해서 춘천시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간담회와 정담회 순으로 만남을 가졌잖아요. 이후에 무산되긴 했지만 자원순환페스타 행사가 결정된 다음부터는 거의 2주에 한 번씩 만남을 가졌고요.
박미나)
오~ 맞아요. 춘천에서 환경이나 쓰레기 문제에 있어서 3개 생협이 가장 진솔하게 꾸준히 관심과 실천을 갖고 있다는 걸 춘천시가 알아준 것 같았어요. 생협연대는 원래 정기모임을 2달에 한 번씩으로 정했는데, 자원순환과와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정기모임이 거의 한 달에 한 번이 됐어요.
5. 현재 진행 중인 연대사업이 있나요?
노남희)
아주 가깝게는 3개 생협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모임이 있네요. 기존까지는 각 생협의 대표자만 연대를 위한 정기모임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연대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3개 생협 간에 교류하는 사람들을 늘리려고요.
올해 강원도평생교육진흥원 지원사업 중 사회적기업의 일터평생학습 지원사업이 있는데, 3개 생협마다 내부 활동가들을 위한 교육을 기획해 공모에 선정됐어요. 그 가운데 춘천두레생협이 기획한 커리큘럼 중 하나를 3개 생협 활동가들을 위한 교육으로 만들어 주신 거예요.
박은영)
공동체 관련한 영화를 함께 관람한 후 지역의 공동체 문제를 고민해 보는 교육 2회를 3개 생협 활동가들을 위해 만드셨죠.
박미나)
올해는 특히나 마음들이 많이 지쳐 계신 것 같아서 저희는 문화예술사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예요.
박은영)
한살림춘천은 ‘춘천의 역사를 알자’고 해서 춘천 역사교육을 받았는데, 춘천아이쿱생협은 쓰레기 박사라고 불리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을 초청해 강의를 들었죠?
노남희)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데,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홍수열 소장을 초청해서 강의를 듣고, 바로 ‘50일 챌린지’를 시작했어요. 적극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이는 실천 생활을 서로 공유하고, 그래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도 하고요. 그 밖에도 활동가들의 활동 의지를 높일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좋다고 생각한 커리큘럼은 향후에 3개 생협이 연대해서 함께 해볼 수도 있겠어요.
박미나)
그동안 자원순환, 쓰레기 문제는 각 생협마다 열심히 실천하고 있었지만 지역으로 확산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모여서 함께 활동을 시작하면서는 지역으로의 확산이 조금씩 눈에 보인다는 생각이에요. 3개 생협의 연대로 자원순환과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뀐다면 그거야말로 연대 활동이 창출해내는 가장 큰 사회적가치가 될 거예요.
하나 예를 들면, ‘공유 장바구니’가 있죠. 집에 있는 장바구니를 매장에 가져오면 일정한 혜택을 주고, 제공받은 장바구니는 누구나 3개 생협 매장 어디에서나 빌려 쓰고 반납할 수 있는 활동이에요. 생협 조합원들은 한 곳에만 조합원이지 않고 3개 생협을 다 이용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일반 시민들로까지 확산되면 정말 좋겠어요.
박은영)
한마디로 장바구니 공유경제죠.
노남희)
자원순환페스타를 통해 공유 장바구니를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까지 확산시킬 계획이었어요. 춘천에서는 시장 한 곳이 공유 장바구니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해당 사업을 위한 장바구니를 따로 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작하지 않아도 집에 장바구니가 벌써 몇 개씩들 되잖아요. 기존에 것들을 활용하는 방식이 자원순환, 공유경제에는 더 알맞은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박은영)
한살림춘천은 우유팩 수거해서 포인트로 제공하는 사업을 상시로 바꾸면서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어요. 우유팩이랑 은박이 붙어있는 테트라팩도 하나하나 씻어서 가지고 오세요.
노남희)
저희는 우유팩이랑 생수 마개 수거를 하고 있어요. 생수 마개는 마개 1개당 30원의 생수 기금이 적립되고 저개발국가에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는 데 사용돼요.
박미나)
연대 활동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이거예요.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자리에 모이니까 공유가 되죠. 좋은 건 우리도 해볼 수 있고, ‘저런 거 참 괜찮다’ 하고 활동이나 아이디어도 공유되고요.
6. 전국에 비슷한 생협연대가 있나요?
모두)
없죠, 없어요.
박미나)
정책적인 문제 등을 위해 3개 생협의 중앙조직들 간 연합은 있지만, 지역에서 이렇게 연합하는 경우는 없어요.
박은영)
되게 신기해해요. 한살림춘천은 한 달에 한 번 중앙으로 회의를 가는데 “저희는 춘천의 3개 생협이 모여서 이런 활동들을 함께해요”라고 하면 다들 “우와~” 하고 신기하게 생각해요. 전국에서는 저희가 첫 사례죠.
노남희)
3개 생협은 지역 안에서는 경쟁관계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는데, 다른 지역은 딱 그런 분위기예요.
박은영)
경쟁관계가 맞기도 하지만, 저희는 그 관계를 떠나서 더 대승적인 차원을 생각한 거죠. 연대를 통해 생협의 목소리가 커지고, 파급력이 커지면 결과적으로 생협이 더 커질 수 있고 역할도 많아지는 거죠.
박미나)
춘천이라는 지역이 3개 생협이 잘 연대할 수 있는 정도의 적절한 규모이기도 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알맞게. 당연히 처음 연대 활동을 마련하셨던 세 분 이사장님들의 의지가 가장 크고요.
박은영)
춘천은 작은 지역사회지만 3개 생협 연대를 마련한 세 분 이사장님처럼 열려 계신 분들이 많아요. 춘천에는 참 그런 성향의 분들이 많아요.
7. 사회적경제 기업들에게도 생협 입점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던데?
박미나)
춘천두레생협은 강원곳간(강원도 사회적경제 공동브랜드) 오프라인 숍인숍 1호점이에요. 2013년에 개장했으니까 거의 강원곳간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볼 수 있죠. 안전한 먹을거리만큼 춘천두레생협에게 중요한 건 ‘지역의 안전망’이에요.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사회적경제가 바로 그 가치와 맞닿아 있죠. 사회적경제 상품들이 생협 기준에 조금 못 미처도 매장에 입점해 판매하고 있어요.
박은영)
저희도 생협 기준에 못 미치는 부분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논의하다가 지난해부터 사회적경제라고 하는 큰 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한테 없는 품목에 한해 강원곳간 상품을 받고 있어요.
비슷하게 올해 ‘상생마켓’이라고 해서 코로나로 인해 얼어붙은 사회적경제 판로에 도움을 주기 위해 두레생협-한살림생협이 공동사업을 진행한 게 있어요.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에 사회적경제 상품을 한시적으로 전시·판매하는 사업이었는데, 한살림춘천은 ‘이왕이면 지역물품으로 받자’라고 해서 춘천이나 강원도 상품만으로 전시·판매를 진행했어요.
상품을 발주했는데 바로바로 상품이 입고되지 않는 등 조금 준비가 부족한 기업도 있었지만, 조합원들에게 지역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어요.
노남희)
아이쿱은 전국 물류라 지역과의 결합은 조금 떨어져요. 다만 중앙에 사회적경제 기업 물품을 맡는 전담팀이 있고, 상품을 이용한 후 피드백을 전달하는 체험단이 운영되고 있어요. 덕분에 초창기와 비교해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상품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어요. 조합원 반응은 확실해요. 생협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담겨 있고, 시중에 있는 상품들보다 훨씬 의미 있죠.
박미나)
저희 조합원들도 좋아하고, 굉장히 열심히 참여하셨어요. 생협은 상품을 ‘생활재’라고 부르잖아요. 두레생협 상품은 연합회의 ‘연합생활재’와 지역생협이 입점하는 ‘독자생활재’로 나뉘어요.
독자생활재로 들어온 상품에 대해서는 수많은 피드백을 해요. 지역 생산자들은 생협에 가장 납품하고 싶어하고요. 초창기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원재료만 국산이고 나머지를 다 외국산으로 채운다거나 첨가물, GMO에 대한 인식이 약했는데 지금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지역 생산자분들의 인식도 높아졌어요.
첨가물까지 국산화하려는 고민과 노력들을 굉장히 많이 하시고, 또 그만큼 상품의 질도 좋아지고요. 상품이 좋아지니까 조합원 구매도 늘었어요. 그럴 때 ‘아, 지역이랑 성장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피부로 느껴지죠.
8. 연대 활동에 대한 바람, 한마디씩!
노남희)
즐겁게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간혹 하고자 하는 건 같은데, 방식에 있어서 조금씩 다를 때도 있지만 합을 맞춰서 잘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하고 있는 활동들이 내년, 내후년 더 확장돼서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 더! 더! 더! 확대되길 바라요.
박은영)
저도요!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이 지역으로 확산되길 가~장 바라고 있어요. 특히 환경과 자원순환의 문제들이 소비문화와 함께 변화된다면 춘천시가 전국에서 제일 살기 좋고 깨끗한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되는 데 3개 생협이 역할할 수 있고, 또 역할하길 기대합니다.
박미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앞서 두 분이 다 해 주셨네요. 정말 한마음 한뜻인가 봐요! 지금처럼 즐겁게 연대를 이어나가면서 생협연대가 생협이 추구하는 좋은 가치들을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해지도록 하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길 바랍니다.
- 연대를 통해
더 높은 비상을 준비하는
춘천 3개 생협의
함께하는 모습, 어떻게 보셨나요?
“우리는 어쩌면 함께 살아가도록
진화했을 것 같아, 엄마.
친구들과 경쟁하려고 할 때보다
서로 도우려고 할 때 마음이 따뜻해지잖아”
권윤덕 <피카이아> 중
아이가 던지는 천진난만한 혜안이
과연 정답인 듯합니다.
그럼, 다음 공감토크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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