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의 미래는 현장속에 있다
김동식(도마을기업協 총괄본부장)
2013년 5월, 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금요일 오후. 당시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평창으로 가기 위해 영동고속도로 위에서 핸들을 잡고 있었다. 그날 오후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내가 유난히 졸리던 이유는, 따사로운 오후의 봄 햇살이 유난히 나른하게 느껴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또한 전날 처가 쪽 상갓집에서 밤을 지새웠기 때문만도 아니었다. 나른한 햇살과 잠 한숨 못 잔 피로와 곧게 뻗은 고속도로의 무료함이 한꺼번에 겹쳐져 졸음이라는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졸린 눈을 비비며 찾아간 곳은 이제 막 마을기업이 되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이던 오대산힐링빌리지였다. 오대산힐링빌리지는 평창군에 있는 지역 주민들의 주도하에 지역이 가지고 있던 평창의 우수한 산림자원들을 활용하여 힐링체험과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운영함으로써 주민소득과 마을 활성화를 목표로 2013년 마을기업에 도전한 조직이었다.
그 당시 차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내리자 나에게 쏟아지던 주민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내가 그곳을 방문한 이유는 마을기업을 신청한 마을들을 대상으로 현장실사 및 심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심사자 입장에서만 보면 신청한 마을기업 후보들은 부족한 면이 참 많다. 사업계획서도 부족하고, 사업비 사용계획도 부족하고, 앞으로 어떻게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도 뚜렷한 근거 없이 이유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이 부족해 보였지만 나는 오대산힐링빌리지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조직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하고자 하는 의지와 일에 대한 열정,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추진력들이 그들과의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나에게 전해졌고, 나는 마을기업 대표와 주민들의 그러한 가능성들을 당시 높이 평가하였다. 지난해 12월 다시 오대산힐링빌리지를 찾았을 때, 그분들은 한겨울 설원에서 즐길 수 있는 겨울 힐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습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사회적 경제의 현장 조직들은 외부 전문가나 행정에서 보면 많이 부족하고 허점투성이처럼 보인다. 특히나 서류나 행정절차, 예산 집행과 같은 부분에 있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경제 현장 조직들을 키워야 한다. 그것은 외부 전문가나 행정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현장 조직들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에 대한 열정과 강한 의지, 함께 가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 속에서 나는 현장조직들의 무한한 가능성들을 발견한다.
딸기 하나로 연간 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 마을기업인 응골딸기영농조합도 처음엔 속초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보잘것없는 비닐하우스 한 동에서 시작되었다. 부녀회원을 중심으로 농한기에 수제 비누를 생산·판매하는 마을단위 부녀회의 가장 성공 모델로 꼽히는 병내리부녀회도 그 시작은 부녀회원들이 긴긴 겨울 동안 소일거리를 찾기 위해 마을회관에 모여 비누 한 장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작고 부족해 보이지만 현장을 키우자. 현장 속에 사회적 경제의 미래가 있고, 강원도의 미래가 있다.
<강원일보·한국분권아카데미 공동칼럼>
** 본 칼럼은 2014년 1월 8일 강원일보에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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