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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현장칼럼

강원도 사회적기업의 성공요인②

by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3. 3. 20.

봄내살림의 성공 요인은?

 

 

봄내살림이 지역에서 좋은 평판을 받으면서 성공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은 명확한 사회적 미션을 설정하고 사회적 미션 수행을 위한 강한 의지와 노력이다. 특히 사회적 미션 수행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책임성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가가 있었야 한다. 봄내살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진천이 바로 그 역할을 하였다.


봄내살림은 로컬푸드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사회적 미션을 구현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봄내살림의 사회적 미션은 친환경 로컬푸드 유통사업을 통해 ① 농가의 살림살이를 안정시키고, ② 1차 농산물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의 물품이 지역내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하여, ③ 지역순환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봄내살림의 2012년 1~9월 총 매입액은 8억원인데, 춘천 농가,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내 사업체 등 지역농가 및 사회적경제 조직으로부터 매입 물품 중 69%를 매입하고 있고, 적정한 매입가격을 유지하여 지역농가 및 사회적경제 조직의 살림 안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봄내살림은 급식업체들이 기피하는 원거리 농촌지역 학교에도 적극적으로 지역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고, 안전한 급식 식재료 공급을 통해 춘천관내 학교급식 공급업체 중 최우수 공급업체로 선정되었다.


봄내살림이 사회적 미션에 충실하였던 이유는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협동적 지역사회 만들기라는 비전을 공유하면서 사업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풍부한 논의와 합의를 거쳤기 때문이다. 봄내살림은 학교급식 및 로컬푸드를 담당하는 사업체의 필요성에 대한 1년간의 논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춘천생협, 춘천친환경농업인연합회를 포함한 지역내 사회단체들이 참여하여 만들어졌다.


봄내살림의 두 번째 성공요인은 여타의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지역사회와의 적극적인 협력이다. 봄내살림은 춘천에서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의 조직화와 지역사회와의 협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봄내살림은 학교급식이나 식생활교육과 관련하여 지역시민단체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강원도사회적기업협의회와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활동에 적극적이다. 봄내살림 이진천 대표는 양 기구의 이사를 맡고 있다. 또한 봄내살림은 참닭갈비, 밀알일터 등의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생산하는 농축산물을 생명밥상에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사업개발비를 지역에 내놓으면서 로컬푸드 역량강화사업 및 공동브로셔 발간(2011년), 지역물품 추석특판사업, 지역물품 공동브랜드 사업(2012년, 봄내가 자란다)을 진행하고 있다. 봄내살림이 지난 추석에 진행하였던 특판사업은 (준비가 부족한 단기적인 사업이었지만) 3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것은 봄내살림이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쌓은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봄내살림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세 번째 요인은 협동적 조직문화이다. 협동적 조직문화란 민주적 운영구조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주인의식(주체성)과 소속감을 가지고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기업의 발전을 협력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이다. 봄내살림은 협동적 기업문화를 만들려는 꿈을 놓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봄내살림의 의사결정구조는 주주총회, 이사회, 직원회의로 구성되어 있다. 주주총회는 분기별로 개최되고, 이사회는 반기별로 개최된다. 매월 직원회의가 열리고 이 회의를 통해 기업운영 및 직원처우개선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다. 봄내살림은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직원들의 급여인상 등 근로여건 개선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봄내살림의 평균급여는 동종업계 일반업체에 근접해가고 있으며 여타 사회적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봄내살림은 기업의 미션 공유를 통해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업무의 자율성이 높여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봄내살림의 이진천 대표는 늘 직원들의 근로여건 개선과 협동적 기업문화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현재의 직원들이 출자하여 스스로 운영하는 평생직장을 꿈꾸고 있다.


봄내살림의 성공의 네 번째 요인은 정부의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에 따른 지원이었다. 인건비, 사업개발비 사업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사회적기업가들에 유용한 자원이 되었다. 봄내살림은 이 자원을 기반으로 당시 생소하였고 시장기반이 취약하였던 로컬푸드 영역에 뛰어들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적 역량과 정부 지원을 적절히 결합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봄내살림이 성장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외부 요인은 ‘시장환경의 변화’였다. 봄내살림이 진출한 공공급식 식재료 공급시장은 저가입찰방식에 기반한 치열한 경쟁이 있었고 농협이나 일반 급식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었다. 봄내살림은 초기 사업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규모로 지역산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할 수 있었던 반면, 기존의 급식공급업체들은 규모의 경제와 전국적 유통망을 통해 저가농산물을 취급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저가입찰방식의 시장여건에서 로컬푸드 사회적기업이 자립잡기는 쉽지 않았다. 로컬푸드 사회적기업에게 출구를 연 것은 학교급식조례의 제·개정이었다. 이 조례는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에서 지역산 농산물을 권장하였고, 친환경농산물 차액보조를 담았다. 이 조례의 실행으로 인한 공공급식 시장의 변화는 지역산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하였던 로컬푸드 사회적기업에게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였다.
 

 


봄내살림에 여전히 남은 숙제

 

 

이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봄내살림에 많은 과제가 남겨져 있다. 첫째, 여전히 시장경쟁에서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봄내살림의 이진천 대표는 친환경급식시장과 농업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역량을 가지고 있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를 풀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경영지원 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적기업가 스스로 기업운영에 필요한 인사노무, 법무, 회계, 사업기획, 실무 업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경영컨설팅 사업이 있지만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사회적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의 성장단계별 전문화된 경영컨설팅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여전히 공공시장이 사회적기업에 그렇게 우호적이지는 않다. 예를 들어 공공급식시장은 여전히 저가입찰구조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어 정직하게 지역산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하는 로컬푸드 사회적기업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또한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가 그리 잘 실행되지 못하고 있고, 사회적기업이나 로컬푸드에 대한 행정 담당자나 지역사회의 인식이 부족하여 로컬푸드 사회적기업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그리 높지 못하다. 사회적기업 친화적 공공시장이 조성되지 않는 한 사회적기업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셋째, 사회적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이 미약하다. 사회적기업들은 융자지원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투자자본 유치와 장기대출자금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봄내살림은 지역친환경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수매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이 수매자금 확보가 어렵다. 향후 시설확대 등 추가자금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 친화적 자본시장의 조성도 시급한 과제이다. 


넷째, 여전히 봄내살림은 공공근로적 조직문화를 극복하고 협동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봄내살림은 협동적 조직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동적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적일자리 사업에 내재되어 있는 ‘공공근로적 관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공근로적 관성이란 “직원들이 기업에 대한 소속감이나 일에 대한 어떤 동기부여도 가지지 못한 채 사용자나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일하면서 눈치껏 시간을 때우는 태도”를 말한다. 이러한 태도는 과거 공공근로 사업에서 만연한 조직문화이다. 공공근로적 관성은 2003년부터 시작된 사회적일자리 사업에서도 지속되었고 사회적일자리사업을 받는 사회적기업들이 직면하는 핵심 문제이다. 이것은 협동적 조직문화와 다르다. 기업운영 경험이 적은 사회적기업가들은 공공근로적 관성으로 인한 심각한 좌절감을 맛보는 경우가 많으며, 사회적기업가의 역량만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일자리사업을 수행하는 초기부터 협동적 조직문화 형성과 정착을 위한 충분한 컨설팅과 교육지원이 있어야 한다.

       


봄내살림이 성공하려면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을 무엇을 해야할까?

 

지금까지 보았듯이, 봄내살림은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대안으로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고용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순환경제를 활성화하고 장기적으로 따뜻한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분위기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봄내살림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적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은 ① 협동적 지역사회를 향한 비전을 공유하면서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와 책임성을 갖추어야 하고, ② 여타 사회적경제 조직 및 지역사회와의 긴밀하게 연대하고 협력해야 하고, ③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갖추고 자립성을 높일 수 있도록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해야 하고, ④ 공공근로적 관성을 넘어선 협동적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은 사회적기업 스스로 창출하기가 쉽지 않으면 행정 및 중간지원조직의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은 ① 지역발전과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이해하면서 중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육성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② 민간 주도의 지역별, 업종별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촉진하여 사회적기업에게 필요한 자원을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③ 사회적기업 친화적 자본시장 및 소비시장을 조성하여 사회적기업의 판로개척을 활성화하고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④ 사회적기업이 명확한 사회적 미션 수립, 비즈니스 역량 강화, 기업으로서의 기본체계 정비, 협동적 조직문화를 갖출 수 있도록 성장단계별 경영컨설팅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이 글은 한국분권아카데미에서 주관하는 강원도 풀뿌리기업 소개책자에 실릴 내용 중 일부를 편집한 글입니다.

 

by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기업통합지원센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