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제, 지역의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사회적경제 기업
“협동조합은 문제해결을 위한 결사체였다”
방성환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경영지원팀장
170년 전, 영국.
로치데일은 산업혁명을 이끌며 식민지에서 싼값의 면화를 수입하고 면직물을 생산하여 수출하면서 최고의 번영기를 누렸다. 산업혁명을 통해 상인자본가에게 모든 수익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삶은 비참했다. 기계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굶는 사람도 늘어갔으며, 평균수명도 매우 낮았다.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하루 17시간이라는 고강도 노동 생활 속에서 상인자본가에게 빚을 져 가며 질 낮은 음식을 고가에 사야만 했다. 중량을 부풀리기 위해 돌가루가 섞인 밀가루, 이물질이 섞인 버터 등 노동자들의 생활은 처참해져갔다.
1844년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로치데일 직물공장의 지도자와 노동자 28명은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뭉쳤다. 상인들의 횡포에 제대로 된 식료품을 얻을 수 없었던 이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질의 먹거리를 합리적 가격에 판매하는 상점을 열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생활고 속에서도 1인당 1파운드를 출자하고 자신에게 더 나은 삶의 세상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함 속에서 협동조합 설립을 논의했다. 마침내 28파운드의 출자금으로 설립된 최초의 식료품 협동조합 가게를 열었다.
로치데일 선구자의 협동조합 스토리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사회적경제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진부할 수도 있는 로치데일 선구자의 스토리를 꺼낸 이유는 오늘날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경제 기업에게 있어 나의 문제, 지역의 문제로 시작해 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함이다.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설립 배경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나의 문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이었다. 자본상인가가 저질의 식료품과 생필품을 고가에 팔아 다수의 저임금노동자가 고통 받는 현실 속에서 나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식료품 가게를 차리게 된 점은 오늘날 나의 문제와 지역에 공감되는 문제는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가고 있는 모습에서 그 선구자들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과거에는 없었던 또는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다양한 나의 문제, 사회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청년 및 취약계층의 주거문제, 맞벌이 학부모의 아이돌봄 문제, 독거노인의 돌봄문제 등등. 이러한 우리의 문제는 앞으로 더욱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정책적 대응도 한계가 있으며, 문제해결과정에서 발생되는 또 다른 문제와 갈등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나의 문제와 지역사회의 문제는 내가 그리고 지역을 살아가는 공동체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안에서의 해결책도 이미 갖고 있을 것이다.
1. 어깨동무사회적협동조합
2019년 봄, 춘천의 학부모와 예비학부모들이 모여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하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 가는 초등 방과 후 복합공간의 문을 열었다.
아이를 둔 8명의 엄마는 맞벌이 아이픽업 문제, 학교돌봄 공백 문제, 아이 주도적 놀이 공간 부재, 아이발달과 성장교류 네트워크 등에 대한 나의 어려움과 공감을 바탕으로 서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결사체를 구성하고 ‘춘천어깨동무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운영하게 되었다.
현재 15여명의 아이들이 즐겁게 성장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학부모들도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비슷한 고민과 문제를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아이돌봄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필자의 자녀도 초등생 1년차인데, 방과 후, 돌봄교실 모두 선정되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돌봄을 해야 하나 고심하던 중 ‘하늘에서 내려온 금동아줄’처럼 나의 고민과 문제를 해결해 준 고마운 곳이다.
2. 래디쉬협동조합
도무지 끝을 알기 어려운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는 호황을 맞았다. 캐나다 퀘벡의 식당주인은 이런 상황 속에서 고민이 늘어갔다. “현재 배달대행 수수료가 너무 높다. 식당과 고객이 지불한 배송료는 대기업 채권자를 위한 수익구조다”, “배송담당자의 질 낮은 서비스에 대한 문제로 고객만족이 낮아진다”
조합 공동설립자 만십라만(Mansib Rahman)은 어릴 때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부친을 도왔고, 부친이 투병 중 직접운영을 맡으며 현재 이러한 식당주인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발한 래디쉬협동조합은 2020년 몬트리올 인근 4개 식당의 배달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60여개의 식당주인 조합원으로 확대했고, 식당주인, 배달직원, 소비자들로 구성 수익을 재분배하고 상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에서 친환경 배달수단인 화물용 전기자전거로 변경해 지역의 대기오염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 개인의 입장에서 나의 문제는 작을 수 있다. 너무 작아서 ‘이게 고민거리인가?’ 라고 스스로 반문할 수도 있다. 괜찮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내가 해결하려는 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시작이 반이다. 해결방법이 서툴러도 일단 해보자. 함께 고민하고 도움 줄 수 있는 곳들도 많이 있으니.
‘나’로 출발하는 ‘너와 나=우리’의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은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더 나은 내 고장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게 한다. 내가, 우리가 해결해가고 있는 문제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고마움이 될 수 있고, 지역을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시작이 될 수도 있는 등 선한 영향을 미치게 할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 중 이런 말이 있다.
“혼자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갈 수 있다”
나의 문제를 주변 이웃과 나눠보고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나아가면 나와 내 이웃 나아가 우리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사회적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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