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강원도사회적경제인한마당을 다녀오다
김태호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팀장)
지난 6월 26일부터 27일까지, 강원도가 추죄하고 강원도 내 4개 사회적경제단체(강원도사회적기업협의회, 강원도마을기업협의회, 강원도광역자활센터,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공동 주관한 ‘2015 강원도사회적경제인 한마당’ 행사가 속초시 설악동 숙박업소들의 게스트하우스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속초시 설악동에서 개최된 계기는 관광패턴 변화와 숙박시설들의 노후화, 수학여행객 등 단체여행객 감소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설악동 숙박업소들이 게스트하우스로 활로를 모색하고, 침체된 설악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게스트하우스 개촌식을 하는 가운데 이곳에서 사회적경제인 한마당 행사를 함께 하면 더욱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함께 진행을 한 것입니다.
최근 메르스와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함께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사회적경제인이 불어넣자는 또 하나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여곡절 끝에 사회적경제인의 자발적 참여 속 당초 계획보다 프로그램을 간소화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당초 좀 더 일찍 속초로 가 행사 준비에 힘을 보태고자 하였으나 이러저러한 사정이 생겨 12시 30분쯤 춘천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늦게 출발한 덕에 현장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을 챙겨가긴 했습니다. 이것도 ‘힘을 보탠 거다’,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드디어 행사장소에 도착.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비에 젖어 초라해 보이는 환영의 현수막과 함께 철거되고 있는 천막들…,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사실 이날 계속되는 가뭄 끝에 정말 오랜만에 속초시에 단비가 내린 날이었답니다. 속초시는 행사 당일(26일) 오후 3시까지 제한급수를 하다가 오랜만의 단비로 제한급수를 풀고 시장님이 행사에 참여하셨다고 합니다. 정말 기쁜 날이고 사회적경제인이 비를 몰고 왔다며 모두들 반가워하셨습니다.
행사 장소는 예전에 단체 수학여행객들을 받았던 지역이라 게스트하우스 중에서도 대형 강당과 식당을 갖춘 곳으로 다행히도 무사히 실내로 옮겨 치를 수 있었습니다. 정말 하늘이 이래저래 사회적경제인과 속초시를 함께 돕는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반가웠고, 행사진행을 도울 일이 있어 우산을 쓰고 다니며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무척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이전엔 빗소리의 아름다움을 왜 미처 몰랐을까요. 이 비는 행사가 끝나고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져 속초시 가뭄 해갈은 물론 행사 이후 술자리와 잠자리의 운치를 더해 주었답니다.
오후 2시부터 식전행사로 네이버에서 모두서비스를 소개, 전자상거래 활용 방법을 설명했으며, 강원도는 시․군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제품 공공구매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모든 분들에 유용한 시간이었길 바라봅니다.
궂은 날씨 속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많은 사회적경제인들이 개회식에 참여하기 위해 북적북적 모이셨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이 많아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인사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저 또한 여러 분들께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네요.
드디어 개회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원도사회적기업협의회 이천식 대표님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최문순 강원도지사님, 김시성 강원도의회의장님, 이병선 속초시장님,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최정환 이사장님, 한국마을기업협의회 박명분 회장님 등 많은 분들이 축하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모두들 비를 내려주신 하늘에 감사하며 이처럼 밝은 표정으로 개회식에 임했습니다.
저 사진 속에 혼자 까만 안경을 쓰고 계신 분, 보이시죠?
네. 바로 대한민국 최고 록그룹 부활의 리더이자 국민할매 김태원씨입니다. 현재 춘천의 예비사회적기업인 ‘(주)폴제페토’의 대표이시며 강원도 사회적경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토크콘서트 때도, 기념촬영을 할 때도 일말의 흐트러짐 없이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임해주셨습니다. 개인적인 소회는 가장 가까이서 본 연예인인지라 몇 번을 계속 쳐다봐도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마치 별에서 온 사람인 것처럼….
오늘 행사의 사회자입니다. 축하의 말씀을 해 주신 몇몇 분들은 사회자가 미남이라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으시더군요. 수려한 외모만큼 매끄러운 솜씨로 행사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개회식에 이어 사회적기업 ‘RUN갯마당’의 축하공연이 이어졌습니다. RUN갯마당은 속초에 자리한 사회적기업으로 우리나라 양대 국악 한마당 대회인 전주대사습놀이와 국악한마당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실력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정말 혼을 담은 연주로 많은 분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습니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토크콘서트 시간입니다. 경상북도 청도에서 사회적기업을 하시는 최초의 연예인 사회적기업가 전유성씨의 사회로 부활의 리더 김태원씨, 횡성의 사회적기업인 (유)열린사회서비스센터의 백명화 대표님, 강릉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경화 대표님이 게스트로 출연하셨습니다.
각자 사회적기업을 하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콘서트가 진행되었는데,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사회적경제 영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주셨습니다. 전유성씨는 역시 훌륭한 코미디언이시더군요.
특히 (유)열린사회서비스센터 백명화 대표님은 연예인에 밀리지 않는 입담으로 저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토크콘서트 전, 저에게 떨리고 긴장된다고 하셨는데, 처음에 조금 긴장하시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마이크를 놓지 않으셨습니다. 오죽하면 전유성씨가 말이 너무 많으시다고 말리더군요.
백명화 대표님 말씀 중에 몇 가지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 기업에서 창작의 고통은 산모의 산통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관(행정)은 산모(사회적기업)가 잡을 끈 정도만 지원해 주면 아이를 낳는 것은 산모라는 표현으로 행정에서 지원하는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정해진 틀에 맞추라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멋진 비유로 우회적으로 비판하셨다고 느꼈습니다.(이 부분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착한 소비와 관련하여 사회적기업 제품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공동체영농조합법인’이라는 횡성지역의 사회적기업의 예를 드셨습니다. 공동체영농조합법인 제품이 두부와 달걀이 있는데 처음에는 맛없고 잘 부서지는 두부, 그리 질 좋지 못한 달걀을 생산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용했더니 지금은 살아남아 좋은 제품으로 지역사회에 큰 기여를 하는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당장 눈앞에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작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뜻과 가치에 동참해 주는 것. 같이 살 길을 고민하는 것. 이것이 착한 소비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활의 김태원씨 앞에서 부활의 ‘사랑할수록’을 열창하고 계신 강릉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이시자 단오문화제협동조합 이사장님인 이경화 대표님이십니다.
김태원씨의 표정이 보이시나요?^^
노래 후에 스타발굴프로그램 ‘위대한탄생’에서처럼 “노래 실력이 김국진 수준이네요.”라는 짧은 한 마디로 위트있게 노래 실력을 평가해 주셨습니다. 비록 박한 평가(?)를 받았지만, ‘사랑할수록’은 김태원씨가 1991년 속초에서 칩거할 때 작곡한 곡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순서가 아니라 모두 멈칫멈칫하다가 이렇게 여러 분이 나오셔서 전유성씨, 김태원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 사진 속에 제가 없어 조금 아쉬운 마음입니다.
저녁식사 후 사회적경제인 한마당 행사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전유성 연출의 클래식 콘서트 ‘얌모얌모’의 공연입니다. 원주에 있는 사회적기업 ‘음악만들기앙상블’ 이후 이토록 재미있는 클래식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맨 밑에 있는 사진은 공연하시던 분들이 갑자기 무대 밑으로 내려와 제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셔서 당황한 마음에 셔터를 눌러 탄생한 사진입니다. 저의 당혹감이 사진에 묻어나나요? 사실 제가 가지고 있던 카메라가 대여한 것으로 사용방법을 잘 모르는 상태였고, 어두운 실내라 사진이 잘 안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컸습니다. 어쨌든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고 멋진 자세로 찍었는데요. 다행히 결과물이 나쁘진 않은 것 같네요.
전 그냥 사진 요청에 찍어드린 것 뿐인데 사회자가 사진 찍느라 수고했다며 선물까지 주셨습니다. 춘천도시농업센터에서 만든 상품으로 유아용 원목의자입니다. 제가 아이가 있는지라 너무 감사히 잘 쓰고 있습니다.
이어 예비사회적기업 노리소리강원두레에서 일렉기타 공연을 기부해 주셨고, 마을기업협의회 최중원 회장님의 색소폰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이때 반응이 어찌나 좋았는지 마치 무도회장과 전국노래자랑의 뜨거운 열기를 방불케 했습니다.
사실 저때 제가 맨 앞자리에 앉아 있어 누군가 저를 끌고 나갈까 봐 살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무사히 넘어가 다행이었습니다.
이어 오프닝 축하공연을 했던 속초의 사회적기업 RUN갯마당의 공연이 다시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강릉의 예비사회적기업 (주)오드팩토리의 탭댄스와 통기타 보컬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이 탭댄스를 출 때는 제 딸 생각이 나 넋놓고 쳐다보며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말썽쟁이 대마왕이지만 언젠가는 저렇게 멋진 숙녀로 자랄 날이 오겠죠?
공연하는 동안 객석 풍경입니다. 정말 모두들 즐거운 잔치에 오신 듯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네요.
강당에서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은 분들이 계셨으니, 저분들 덕에 이번 행사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혜란 대리님의 표정에서 노고가 묻어나네요.
제가 사회적기업 영역에서 일한 지도 어언 4년째인데 이렇게 우여곡절과 변수가 많았던 행사는 처음 겪어보고, 또 이렇게 잘 극복하여 치러진 행사도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경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시작부터 많이 걱정했는데 일단 당일 제한급수를 푼 비가 왔고, 공연도 수준 높아 숙소로 가시는 사회적경제인들의 표정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정말 오랜만에 강원도사회적경제인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네트워킹의 기회나 개인, 자신의 기업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분명 올 한해 행사로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쭉~ 계속되어야 할 행사이기에 잘한 점은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은 채워 더욱 풍성한 사회적경제인의 한마당 행사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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