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 푼푼씨, 범산목장에 다녀오다
Q. 푼푼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A. 오늘은 횡성에 있는 범산목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까 해요.
Q. 범산목장이요?
A. 자연 생태적 순환농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기농 목장입니다. 함께 가시죠.
우유는 칼슘, 지방질, 단백질, 그리고 무기질과 비타민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식품입니다. 갑자기 웬 우유 이야기냐고요? 지난 <푼푼씨, 건강한 자연을 먹고 오다>편에 등장한 'cafe 자연비'를 기억하시는지요. 그때 백명화 대표님께 자연비에서 만들고 있는 빵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었었는데요, 그 중에는 지면에 미처 싣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빵을 만들 때 우유도 좋은 것을 사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유에도 좋은 것과 덜 좋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순간이었지요. 집에 돌아와 어떤 우유가 좋은 우유인지 검색해 보니, 유기농 우유가 있더라는 사실! 네. 그렇습니다. 오늘은 이 유기농 우유와 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목장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좁고 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넓은 주차장과 함께 푸르른 대지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바로 ‘범산목장’입니다. 강원도 횡성 우천면에 위치한 목장은 1996년 1월 설립되어 2003년에 친환경 유기농 목장으로 전환, 지금까지 자연 그대로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좋은 품질을 인정받아 파스퇴르와 한살림, 초록마을, 두레생협 등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춘천생협 조합원들이 범산목장으로 견학을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도 부랴부랴 따라나섰습니다. 범산목장은 신선한 우유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관광목장을 운영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는 곳입니다.
체험장은 약 50여 명의 체험객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규모의 건물이었습니다. 치즈 만들기, 피자 만들기 등의 먹거리 체험이 진행되는 공간답게 시설이 굉장히 깔끔하였습니다. 체험에 앞서 직원 분에게 범산목장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범산목장이 일반 목장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설명해 주던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목장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범산목장! 과연 무엇이 다를까요?
크게 사료와 자라나는 환경의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우유의 맛과 등급은 젖소가 자라는 환경과 먹는 사료에서 큰 차이가 생긴다고 합니다. 일반 목장에서는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영양분이 많은 배합사료를 사용한다고 해요.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자연 그대로의 풀이겠죠? 그래서 범산목장은 젖소들에게 배합사료보다, 60만평의 유기농 땅에서 직접 생산한 건강한 풀을 더 많이 먹이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2008년에 IFOAM(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 유기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해요. IFOAM은 젖소에게 주는 풀 사료의 50% 이상을 자기 땅에서 키워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받을 수 있는 까다로운 인증 중 하나로, 국내에서는 범산목장이 유일하게 확보하여 실천하고 있습니다(범산목장의 경우 직접 기른 유기농 풀 70% 이상을 사료로 사용 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소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밀사가 아닌 방목의 형태로 소를 키우고 있다고 해요.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인 체험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실외체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야생화와 종유석, 분재가 전시된 전시관과 다양한 미술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꽃향기 가득한 야생화하우스에서는 삼색조팝과 상록패랭이, 수호초 등 이름과 생김 모두 생소한, 그러나 아름다운 꽃들을, 종유석 전시관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들과 아랍에서 나무요정이라 불리는 귀한 규화목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다음으로 들른 곳은 바로 우유가공공장!!! 공장 2층에 우유를 생산하는 모습을 한눈에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한쪽 벽면에는 어마어마한 인증 현황들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라인을 타고 원유가 출발, 살균과정을 거쳐 냉각, 보관되어 병에 담기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지켜보는 어린 친구들을 보니 역시 직접 보고 듣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범산목장의 모든 공정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며 살균 공정 중 우유가 외부 공기에 노출되지 않아 세균 오염의 방지는 물론 철저한 위생관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유의 등급은 세균수와 관련이 있는데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1등급A 우유의 경우, 그 기준이 우유 1㎖에 포함된 세균수가 3만마리 미만이라고 합니다. 범산목장의 경우는 그보다 무려 6배 강화된 규정(세균수 5,000마리 미만)을 가지고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살균을 위해서는 열처리 과정이 꼭 필요한데요. 보통 시중에서 팔고 있는 대부분의 우유는 80℃ 이상에서 살균처리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유의 핵심성분이라 할 수 있는 “칼슘”은 80℃ 이상의 온도에 노출되면 불활성화되는 현상이 발생하지요. 그래서 우유를 가공한 후에 따로 칼슘을 넣어주는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범산목장의 경우는 칼슘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75℃에서 살균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아이들을 위한 착유체험장입니다. 실제 젖소를 이용한 체험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착유장에는 모형젖소가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매우 민감한 동물인 소! 착유체험은 젖소에게 스트레스가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렇게 모형젖소를 구비해 놓았다고……. 이 스트레스나 건강상태에 따라 우유의 맛이 많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신 어머니들이 그래, 사람하고 똑같겠지 하시며 아이에게 모유 먹이던 경험들을 떠올리기도 하였습니다. 비록 실제 젖소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아주 즐겁게 체험을 하고 있죠? 내가 아닌 다른 이(동물)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기! 아마 아이들에게도 의미 깊은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실외체험이 끝나고 난 뒤 30분가량의 점심시간을 갖고, 일정상 바로 실내체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치즈 만들기, 만든 치즈를 이용한 피자 만들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범산목장에서 직접 생산한 유제품들을 가지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체험이었습니다. 직접 만든 데다 목장의 깨끗한 유기농 제품들을 이용해 만드니 그 맛이 몇 배는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웃음 끊이질 않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유제품에 대해서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자연 그대로의 먹거리들이 점점 더 귀해지는, 이상한 세상입니다. 어른들이 건강한 먹거리릍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자연 그대로의 것들을 손쉽게 보고, 맛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상, 푼푼씨였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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