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시작하는 사회적경제
지은희(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 차에 태워 보내고, 첫째 아이는 학교까지 직접 차를 운전해 등교를 시킨 후에야 출근길에 오른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드로잉 모임’에 간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북카페에서 소소한 수다와 함께 저마다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 이 한 시간을 위해 포기한 점심 한 끼가 아깝지 않다. 일하는 여성들에게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의 단상이다.
신자유주의가 심화된 사회는 균형을 잃고, 소득은 점점 양극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 또한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면서도 일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꾸려나가야 하는, 일하는 여성들에게 하루 스물네 시간은 부족하기만 하다. 여성들에게 ‘쉼’이 필요했다. 단순한 ‘쉼’이 아닌 공감과 소통에 기반한 내적 ‘힘의 축적’. 그것이 마더센터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마더센터는 어린이도서관과 북카페를 함께 운영하여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서로를 존중하고,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들을 발견할 때마다 그 재능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강좌’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다.
마더센터는 부모교육, 비폭력대화, 조합원 강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여성들에게 필요한 내적 에너지를 제공한다. 조합원은 강사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강좌의 수강생이 되기도 한다. 강의를 개설한 강사는 수강료의 일부를 마더센터에 환원하고, 그 수익금은 마더센터 공간을 위해 쓰인다. 커뮤니티를 통해 지역농산물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해마다 열리는 ‘사랑의 바자회’ 수익금으로 지역 어린이들과 ‘책나눔’도 하고 있다. 마더센터의 활동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 한다. 그 만족감과 행복감은 자신을 넘고, 마더센터를 넘어 지역사회로 환원, 확산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 사회적경제의 붐을 타고 생겨난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직들이 강원도 내 232개, 춘천만 해도 34개가 된다. 개인적인 바람은 ‘마더센터’가 강
원도 내는 물론 각 시에라도 하나씩 생겨났으면 하는 것이다. 마을기업이든, 사회적기업이든 여성의 내적 힘을 기르고, 그 힘이 다시 공동체로 환원된다면 그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사회적경제는 내가 아쉽고 절실한 것을 누군가와 소통하면서 착한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시장논리 그 이상의 가치에 기반해야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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