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농촌형 커뮤니티케어
○ 함께 하는 분 : 최대영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 나이들기좋은마을팀장
장수경 구만리콩마을영농조합법인 기획실장
○ 때와 곳 : 2020년 6월 24일, 홍천 구만리콩마을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내가 살고 있는 내 집, 내 동네에서 필요한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지역사회의 힘으로 이뤄지는 한국형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비전을 밝힌 바 있는데요. 사실 민간에서는 일찌감치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시설에 입주하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적인 돌봄 모델을 꾸준히 모색해 오고 있었습니다. 특히 지역의 사회문제와 복지, 사회서비스 등과 맞닿아 있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농촌 마을의 고령 어르신들을 위한 대안적 돌봄 모델로 자신들만의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만들어가는 기업 두 곳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수익사업의 장으로 변질된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며 이뤄지는 노인 돌봄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실천과 실험에 나선 강원 사회적경제 기업,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과 ‘구만리콩마을영농조합법인’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그럼,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농촌형 커뮤니티케어>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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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체적인 돌봄 내용은?
최대영)
나좋을(나이들기좋은마을팀)은 올해 마을 어르신들의 틈새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우리마을119’ 사업을 보다 본격화했어요. 소소하게 하수구나 전기 수리 등으로 시작했는데, 상시적으로 운영하지 않다 보니 자꾸 끊기는 거예요. 이걸 보완하려고 춘천사회혁신파크의 리빙랩 사업을 통해 상시운영 체계로 전환했고, 그러고 나니까 해야 할 것들이 자꾸 눈에 보이고 있어요.
올해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지사가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는 '소양강댐주변지역 사회적 소외층 방문의료' 사업과 연계해서 방문진료나 병원 방문을 위한 차량 운행도 보다 본격화 할 예정이에요.
장수경)
하수구나 전기 같은 것들 망가지면 시골 어르신들, 얼마나 막막해요. 부를 곳도 몇 곳 없는데, 시내에서 오면 출장비만 3만원, 5만원 하니까요. 어르신들이 참 고마워하실 게 눈에 선해요.
별빛의 ‘우리마을119’ 같은 사례는 앞으로 안 나올 거예요. 근무시간이 뭔가 싶게 자신을 쏟아서 활동하는 활동가는 최대영 팀장님하고 제 나이 또래가 마지막 세대이지 않을까 싶은데,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우선 제가 봐도 신기한데요.
최대영)
요즘은 ‘화재’나 ‘안전’을 보완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옛날 두꺼비집을 누전차단기로 바꿔드리고, 가스차단기도 설치하고요. 안전손잡이를 설치하거나 ‘경로당 식탁을 입식으로 바꿔드려야지’ 하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별빛 아이들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반찬 나눔도 있는데, 이게 좀 커져서 같이 식사를 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활동이 ‘세대공감센터’의 토대가 되기도 하고요. 별빛은 지역아동센터, 산골유학센터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센터를 지향하고 있어요.
세대공감센터는 종합복지관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요.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따로 또 같이 공간을 사용하면서 잠깐이라도 눈 맞춤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하죠. 외국 사례를 보니까 아이들이 뛰노는 것만 봐도 재활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고 하더라고요.
‘왜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고려하지 않지?’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도 있을 텐데, 별빛은 이미 3년 동안 아이들과 어른들의 교류를 프로그램으로 시도해 본 경험이 있어요. 결론은 프로그램으로는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은 마냥 놀고 싶으니까 어르신들과의 프로그램을 숙제 대하듯 하고,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손주들 같으니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데 그게 또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부담이 되시는 거예요.
그냥 어르신들이 화투 치시면 옆에서 아이들이 구경하면서 즐겁게 노는 것도 좋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마을지도 퍼즐도 좋은 놀잇감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마을지도를 퍼즐로 만들면 어르신들이 그렇게 재밌어 하신대요. 본인이 가장 잘 아는 곳이니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붙여서 설명하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열심히 만들어 보려고요.
또 어르신들 건강을 위한 ‘건강산책길’도 구상 중이에요. 시골마을에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앞에 운동기구들 많잖아요. 그 기구들 활용도는 형편없어요. 별빛은 쓸데없는 운동기구들 대신 대상을 80대 어르신들로 해서 이분들이 산책을 하신다면 뭐가 필요할까를 생각해봤어요. 농촌은 70대 어르신들도 정정하시거든요.
지금은 아이디어 단계인데, 걷다가 혈당을 체크하거나 흘러간 노래가 나오는 벤치를 두거나 마을 어르신들의 예전 사진을 전시해 둔다거나 하는 포인트들을 구상하고 있어요. 또 80대 어르신들이 걷다가 제법 힘들어지겠구나 싶은 지점마다 잠시 앉아 숨 고를 수 있는 쉼터를 두고요.
장수경)
마을디자인 사업을 구상하고 계신 거군요. 저희도 구만리공원 사업으로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자연놀이터를 조성했어요. 올해 다른 사업을 붙여서 공원화 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고요.
별빛의 세대공감센터 이야기도 참 공감되네요. 돌봄은 결국 어떤 한 부문만 특화되는 게 아니라 순환해야 하는 거고 통합으로 가는 게 맞다는 확신을 또 하게 되네요.
최대영)
구만리에 도착해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아봤는데 깨끗하고 정갈하더라고요. 마을사업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바로 받았어요.
장수경)
별빛에서 구체적인 돌봄 사업들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구만리는 공동체 사업을 제외하고 노인 돌봄을 위한 사업이 현재는 없어요. 마을 단위 첫 노인주간복지센터 건립이 좌초됐지만, 잠시 주춤한 거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을을 위해 내 땅을 내어놓겠다는 분이 우리나라에 몇 분이나 있을까요? 마을의 공동시설을 위해 내 것을 내놓겠다는 대단한 분이 마을에 계시고 이장님을 포함해 마을 일 하시는 분들 의지가 강해서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센터 건립은 꼭 할 겁니다.
4. 농촌 커뮤니티케어의 어려움을 느낄 때는?
최대영)
별빛이 소재한 사북면과 구만리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어요. 구만리는 골프장 반대 투쟁 경험을 통해 공동체라는 대단한 자산을 쌓았지만, 사북면은 과거 융성했던 농민회 사업이 어긋나면서 마을에 분란이 생겼고 그 때의 상처들이 아직 남아 있어요. 별빛이 펼치는 사업에 대해서도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하기 되게 어려워요.
별빛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욕구조사를 하는 편인데, 구만리는 주민들 스스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다는 큰 차이가 있죠. 마을 공동체 사업을 위해 주민참여가 이뤄진다는 점, 또 마을을 토대로 시작했기 때문에 마을 복지사업을 받기 수월하다는 점도 부러워요.
장수경)
구만리는 말씀하신 면으로는 전혀 어려움이 없네요. 저희는 해야겠다고 하면 쭉 진행하면 되고, 뭐라 하시지도 않고 또 좋아하세요.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할 때 ‘나는 이런 거 하는지 몰랐다’, ‘돈 어떻게 사용했냐’ 하면서 공무원들 달달 볶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전 최근에 알았어요.
최대영)
워낙 투명하게 운영하시잖아요.
장수경)
오히려 내 돈을 보태면 보탰지 10원이라도 욕심내는 분들 없어요. 언제든 오시라 하고 있고, 시비를 걸자고 작정해도 걸만한 것도 없고요.
그래도 어려움은 있죠. 마을의 지도자급인 몇몇 분이 센터 건립에 강한 의지를 갖고 계시지만, 주로 관망하는 편이라 실무자들이 지치는 면도 없지 않아 있고요. 모두에게 낯선 분야지만 ‘나도 늙으면 갈 곳이니까 똘똘 뭉쳐서 만들어가자’ 하고 함께 관심을 갖고 그 안에서 역할을 나누는 게 필요한데, 잠시 사업이 중단된 현재까지의 과정에서 깨달은 건 어르신들은 노인복지센터와 찜질방의 차이를 잘 모르신다는 점이에요.
최대영)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하다못해 주간보호센터를 가 본 경험도 없으니까요.
장수경)
‘센터든 찜질방이든 생기면 좋지~’ 이 정도예요. 찜질방은 내가 당장 이용할 수 있지만, 센터는 내가 늙어서 가는 곳 정도로 여기시기도 하고요. 센터가 마을 안에 건립된다는 건 삶의 질이나 체계, 구조가 바뀌는 문제인데 크게 차이를 못 느끼세요.
농촌형 커뮤니티케어는 공동체를 껴안을 수밖에 없고, 공동체 구성원의 의지가 커야 하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잘 구성하는 게 참 중요해요. 잘 구성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케어’를 해야 하는데, 커뮤니티가 잘 구성되지 않았거나 구성원들의 의지가 있지 않으면 시의적 복지밖에 이뤄질 수 없어요. 나는 가만히 있고 받기만 하는 복지는 인간으로서 존재를 지우는 것일 뿐이에요. 오히려 스스로 의지를 갖고 움직이게 하는 게 지원의 핵심이죠.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즐겁게 살고 싶은데 문화적인 혜택도 받고 싶다고 하면, 북을 사주는 게 아니라 내 주머니 털어 북을 사게끔 기반 작업을 해야지 죽을 때까지 북치면서 놀 수 있는 거죠. 그냥 덜렁 사주기만 하면 지원 끊기면 안 해요. 그래서 결국 사람을 교육하고 변화시켜야 하고 의지를 갖게 해야 하는데, 활동가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이라 고민이 참 많아요.
5. 내가 꿈꾸는 농촌형 커뮤니티케어는?
최대영)
소통이 중요해요. 고령 어르신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도 어렵지만, 막상 모였어도 자기 이야기를 못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별빛은 소식지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글을 모르는 분들은 찾아가서 직접 읽어드리고요. 마을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대동소이하지만 다 의견들을 갖고 계세요. 그 이야기들도 정리해서 소식지에 담아 전달하는 거죠. 그렇게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소통이 이뤄지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장수경)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농업’이에요. ‘농업을 유지하고 있는 마을을 지켜야 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공동체성이 결국 사람을 살리는 기본이 된다’는 믿음이 있어요.
‘로제토 효과’라고 들어보셨나요? 미국 펜실베니아에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로제토 마을에서 유난히 심장병 발생이 적은 이유를 설명한 연구 결과를 일컫는 말이에요. 로제토 마을은 술과 담배를 즐기고, 비만인 사람이 많아서 의학적으로는 심장병 위험인자가 가득한 지역인데 옆 마을과 비교해 심장병 사망률 차이가 큰 거예요. 대체 이유가 뭘까 연구하니까 그게 ‘공동체’였다는 거예요.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확신, 내 옆 사람이 나를 지켜줄 것이란 믿음이 사람의 정서를 편안하게 해주는 거죠. ‘내일 뭐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하루하루의 걱정과 불안이 실제로 사람의 건강을 파괴하고 있다는 거고요.
예전에는 공동체라고 하면 ‘아름다운 것’이라고 추상화했는데, 실제로 이득이 된다는 거예요. 농촌 공동체가 가진 단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요. 직접 살아봐야 알 수 있는 장점들이 아주 많아요.
결국 생명을 지키고 키우는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잘 유지하면서 ‘우리’라는 울타리를 튼튼하게 해서 건강하게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게 제가 꿈꾸는 커뮤니티케어 모델이에요.
- 강원도 춘천과 홍천에서
이뤄지고 있는
농촌형 커뮤니테케어의
현재를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이제 막 출발한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고민과 실험이
모두의 무지갯빛 노년으로
꽃피어나길 꿈꿔 봅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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