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조금 더 똘똘하게
○ 함께 하는 분 : 김상섭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혁신사업팀장
이태성 주식회사 더뉴히어로즈 대표
정미란 주식회사 퀸비스토어 대표
○ 때와 곳 : 2020년 7월 30일, 원주 카페쿱드림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강원도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말 그대로 불특정 군중(crowd)으로부터 자금(funding)을 조달받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르는 말입니다. 2011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신선한 반향을 일으켜 온 크라우드펀딩은 2020년에 이르러 국내 최대 플랫폼의 월 방문자 1,000만 명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강원도 사회적경제 기업들도 최근 몇 년 사이 크라우드펀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려는 의지와 시도를 보입니다. 중간지원조직의 지원사업을 통해 도전하거나 기업들 스스로 모험에 나서기도 합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는 숱한 시도들 가운데 유의미한 성과를 건져 올린 기업 대표 두 분과 강원도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크라우드펀딩 도전을 물밑에서 도운 중간지원조직 팀장을 패널로 섭외해 보다 똘똘하게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그럼, <크라우드 펀딩, 조금 더 똘똘하게>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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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상섭)
반갑습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혁신사업팀장을 맡은 김상섭입니다. 혁신사업팀은 혁신성장본부 소속으로 이전에는 판로 쪽을 주로 담당했는데, 최근에는 강원도 사회적경제의 전략적인 부분들을 많이 담당하고 있어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을 전담하고 있는데, 하나의 산업군,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강원도 사회적경제를 산업군으로 묶으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로컬푸드이고, 그 다음이 관광 분야와 돌봄이에요. 2018~19년도에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 사업을 로컬푸드로 운영했었고, 올해는 관광 분야를 특화하려고 하고 있어요. 판로뿐 아니라 사업을 기획 운영하는 쪽으로요.
이태성)
제가 운영하는 회사 이름은 ‘더뉴히어로즈’예요. 지난 2011년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1기로 창업을 했어요. 옥수수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양말 ‘콘삭스’ 브랜드로 출발했고, 지난해부터는 항균 기능이 뛰어난 은 섬유를 기반으로 ‘실버라이닝’ 브랜드를 새롭게 출시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또 최근 2~3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그래서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생활 속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사회적 운동)를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숍 ‘요선당’도 올해 팝업스토어로 첫선을 보였어요. 강원도에서는 유일한 제로웨이스트 숍인데, 팝업스토어 기간에는 제로웨이스트를 알리는 강연과 교육을 많이 했고 7월 재오픈 이후에는 실제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정미란)
안녕하세요. 면 생리대를 주 상품으로 해서 의약외품을 제조하는 퀸비스토어 대표 정미란입니다. 면 생리대 말고도 면 소재로 계속해서 상품을 만들고 있는데, 이태성 대표님이 쓰레기 문제 말씀하셨잖아요. 최근에 코로나 때문에 일회용 마스크 쓰레기 문제도 대두되었는데, 코로나 종식 후에도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체상품으로 퀸비스토어가 제안한 건 소창 면 마스크예요. 다만 소창 소재 자체가 공정이 까다롭고 먼지도 많다는 점, 또 우리나라에서 소창 원단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딱 한 곳뿐이라 원단 수급에 고민을 안고 있어요. 오늘 이태성 대표님 뵈면 원단에 대해 여쭤보고 싶었는데, 제로웨이스트 숍도 운영하신다고 하니 오늘 주제인 ‘크라우드펀딩’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네요.
2.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이 궁금합니다.
김상섭)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을 시작한 건 2016년부터인 것 같고, 2018~19년도에 많아졌죠. 기존 온라인 유통채널보다 진입하기 쉽고, 목표가 명확하다는 장점 때문에 상위 부처들에서부터 판로나 유통채널을 개척하는 데 있어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많아졌어요. 대형 오픈마켓은 입점 후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지 예측이 잘 안 되는데 크라우드펀딩은 어느 정도 명확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2018년도 이전에는 지원 사업금에 맞춰 평균 10개 기업 정도를 모집해서 크라우드펀딩 입점을 지원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지원사업의 목적은 지원사업이 없어도 기업이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앞선 과정은 특정 업체에 용역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기업과 소통하면서 제품에 관한 합의점을 모색하고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생략되어 버리더라고요.
모든 상품이 펀딩에 성공할 수 없지만, 입점 과정과 경험을 통해 기업에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난해에는 두 개 기업만 선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했죠. 지난해 성과가 훌륭했기 때문에 올해도 같은 방식으로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요.
함께 자리한 더뉴히어로즈는 일찍부터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신 경험이 있어서 저희가 다른 기업들 지원할 때 여러모로 도움을 얻고 있고, 퀸비스토어는 별도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시도하신 사례예요.
3. 지금까지 진행했던 크라우드펀딩은?
이태성)
2014년 ‘와디즈(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 2012년 설립)’가 처음 창업한 시점과 비슷할 때에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어요. 현재까지 10번 정도 펀딩을 했고요. 대부분 와디즈에서 펀딩을 했고, 네이버 ‘해피빈’도 몇 번 있어요.
와디즈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는 저희랑 결이 잘 맞았기 때문이에요. ‘콘삭스’ 브랜드는 사회적가치를 중시하는 네이버 해피빈 플랫폼과 더 잘 맞지만, ‘실버라이닝’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펀딩을 잘 활용해보자 했을 때는 와디즈가 더 적합하더라고요. 물론 저희는 실버라이닝이 함의한 사회적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제품과 소비자들의 니즈(needs, 소비자의 욕구)를 더 잘 일치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와디즈라고 판단했어요.
2019년 1월쯤 실버라이닝 펀딩을 시작했고, 6월에 앵콜 펀딩까지 완료해서 현재 진행 중인 펀딩은 없어요.
정미란)
저희는 올해부터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어요. 와디즈 빼고 ‘텀블벅’, ‘해피빈’, ‘오마이컴퍼니’ 이렇게 했어요. 면 생리대는 구매 대상자가 명확해서 펀딩과 잘 맞지 않는 아이템이라 면 마스크를 아이템으로 잡았는데, 코로나 시국하고 물리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건져 올렸어요.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한 이유는 ‘홍보’ 때문이에요. 펀딩 시 자사 쇼핑몰 링크를 걸 수 있더라고요. 펀딩 금액은 최소로 잡아놓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다 돌아보자’ 싶었죠. 그래서 크게 수익 창출을 기대하진 않았는데, 펀딩으로 구매하면 펀딩 종료 후 상품이 발송되지만 자사 쇼핑몰에서는 바로 구매할 수 있으니까 가격 차이가 있어도 구매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당장 마스크가 필요한 시기랑 잘 맞았던 거죠.
이태성)
저희도 초창기에는 ‘홍보’가 목적이었는데, 실버라이닝 브랜드부터 조금 다르게 접근했어요.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보고 싶었거든요. 우리가 설계했던 가설이 작동하는가를 검증하는 단계로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한 거죠.
단순히 펀딩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얻을 수 있고,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보기에도 유용하더라고요. 실버라이닝 브랜드로 속옷, 양말, 옷, 수건, 핸드타월 등이 있는데 다음으로 준비하던 아이템이 ‘베개’였어요. 주관식 설문으로 어떤 상품들이 필요한가를 던져 봤는데 50% 이상이 베개를 말씀하시더라고요. ‘아, 그러면 출시해도 되겠구나’ 확신을 얻게 됐죠.
다른 플랫폼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와디즈는 숨은 고수들이 많아요. 저희보다 지식도 많고, 전문적인 영역에 계신 분들도 많아서 이런 분들이 주는 의견을 귀 기울여 잘 듣고 반영하다 보면 열혈서포터, 찐팬, 충성고객도 생겨요. 때로는 1,000명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소수의 열혈서포터를 공략하는 게 목적이 되기도 하고요.
정미란)
맞아요, 펀딩을 처음 시작하면서 사실 거기까지 생각도 못 했는데 의외로 팬이 생기더라고요. 회사와 관련된 사이트를 꼼꼼히 살펴보고 기사도 읽어보시는 분들도 있고, 직접 전화해서 이것저것 관심을 표하기도 하고요.
이태성)
앞서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다 돌아보자’ 했다고 하셨잖아요. 조금 안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소모적인 건 둘째치고 각각의 플랫폼들은 저마다 이익을 내야 하니까 하나의 아이템이 여기에도 저기에도 보이는 걸 원하지 않아요.
일례로, 실버라이닝 와디즈 펀딩 후 타 플랫폼에서 제안이 들어와서 재고 수량도 있겠다, 펀딩을 오픈했는데, 바로 와디즈 측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또 여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다 올라와 있는 아이템은 매력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고요.
4. 가장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 결과는?
김상섭)
2억! 이태성 대표님이 앵콜 펀딩까지 합해서 2억 달성하셨죠.
정미란)
우와~, 멋있다. (박수)
이태성)
네, 실버라이닝 앵콜 펀딩까지 해서 2억 조금 넘게 달성했어요. 이 결과가 해외 펀딩으로 이어지는 등 여러 방면으로 문이 열리기도 했고요. 정미란 대표님 면 마스크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도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면이 있어요. 위생에 예민한 시기에 항균 기능이 특화된 제품이었으니까요.
왜 항균이 되는 제품이 필요했냐고 하면, 어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볼 때 해당 제품의 제조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보다 실제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브랜드도 ‘우리 친환경으로 제품 만들었어요’ 하고 끝이고, 판매 이후에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적인 영향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더라고요.
그 빈틈을 메워 보려고 한 게 실버라이닝이에요. 사람들이 세탁을 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염물질이 묻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세균 번식을 막아 냄새를 덜 나게 하면 세탁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했죠.
지난해 자연소재인 은으로 만든 섬유로 항균타월을 출시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했는데, 먼지가 많이 나고 잘 마르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대나무로 만들어서 수분을 잘 머금기는 하는데 건조가 쉽지 않았던 거죠. 아예 직조방식을 바꿔서 제품을 리뉴얼해 올해 다시 펀딩을 오픈했어요.
이 제품이 코로나와 맞물리면서 오픈 첫날 4,000만 원이 차버렸어요. ‘이게 뭐야?’ 싶게 처음엔 좀 얼떨떨하더라고요. 사이즈도 하나, 색상도 하나였지만 기존에 없던 제품이다 보니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정미란)
저희는 최근에 해피빈에서 소창 원단 소재로 마스크, 화장 솜, 수건, 행주, 생리대를 다양한 리워드로 묶어서 진행한 펀딩이 성공적이었어요. 천 기저귀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원단이 바로 소창이에요. 퀸비스토어는 자체 실험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원단이 들어오면 꼼꼼히 테스트하는데 소창 원단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부합하는 소재에요.
삶아야 한다는 점이 번거롭긴 하지만, 일회용 마스크 부작용으로 불편을 겪었던 많은 분이 저희 제품을 선택해 주었고 상품에 대해서 의견도 주셨어요. 단순한 형태에서 얼굴을 감싸는 입체 형식으로 바꾸고, 다시 보내드리고 또 의견을 받기도 하고요. 제품 리뉴얼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까지 미처 못 했는데 펀딩 종료 후 한 달이 지났지만, 꾸준히 소통이 이뤄지고 있어요.
크라우드펀딩 결과를 수치로만 보면 600만 원 정도인데, 조금씩 입소문 타면서 꾸준히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어요. 지금은 앞선 펀딩들을 마무리하고 완경과 관련한 아이템으로 다음 펀딩을 구상하는 중이에요.
-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한
두 기업과,
기업들의 펀딩을 지원한
중간지원조직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갑자기 마음이 동(動)해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하고 싶다면
크라우드펀딩의 현실과
꼭 필요한 제언이 담긴
2부를 눈여겨보세요.
<크라우드 펀딩, 조금 더 똘똘하게>
2부는
8월 중 블로그를 통해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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