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놓칠 수 없는 기회 ①
○ 함께 하는 분 :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김대호 ㈜공감만세 연구위원
임지헌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 때와 곳 : 2022년 7월 25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하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관계인구(지역에 살지 않아도 지역에 다양하게 참여하는 인구)를 통해 지방정부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으로, 지역에 다양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기대되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앞두고 강원도사회적경제는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까요?
법의 취지와 실행 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중 홍보와 공론 형성, 지자체별 특성화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는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와 김대호 연구위원을 임지헌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이 대면해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제도 시행까지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미리 체감하는 고향사랑기부제, <고향사랑기부제, 놓칠 수 없는 기회> 첫 번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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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두환)
㈜공감만세(이하 공감만세) 대표 고두환입니다. 공감만세는 실무에서 실행적인 대안을 찾고 싶어서 2009년 창업한 사회적기업인데 주로 지역의 이슈를 해결하는 대안을 찾는 일을 해왔어요. 초창기부터 시작된 공정여행과 청년 등을 거쳐 최근에는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된 실행 사업들을 다루고 있어요.
김대호)
공감만세 연구위원으로 일하는 김대호라고 합니다. 브랜드 마케팅,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도시계획 등의 다양한 컨설팅을 거쳐 지금은 공감만세와 함께하고 있어요. 공감만세는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요즘 성장 모멘트의 유망한 사회적기업이라 기꺼운 마음으로 합류해서 일하고 있어요.
임지헌)
2014년도부터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라고 하는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임지헌입니다. 고향사랑기부제 관련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생겨서 일정을 조정해 자리하게 됐는데, 유의미한 논의들이 오갔으면 좋겠네요.
2. 고향사랑기부제가 무엇인가요?
고두환)
행정안전부에서 지난해 말에 통과된 법으로 정확한 명칭은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에요. 쉽게 이야기하면 본인이 애정하고 있는 지역에 기부할 수 있는 제도죠.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기본적으로 기부 금품을 모집할 수 없게 돼 있는데, 고향사랑기부제로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역 이슈 등에 기부 금품을 모집할 수 있게 했어요. 기부금의 30%까지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고, 15% 정도는 판매 위탁 수수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요.
답례품은 8월 공표 예정인 시행령에서 정하는 것들로 내용이 바뀌고 있는데 보통 지역의 농수산물 그다음이 지역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 지역 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 지역사랑 상품권이나 관광지 입장권 등이 포함돼요. 10만 원까지는 정치자금법과 같이 100% 세액 공제되고, 10만 원 초과분의 세액공제 비율은 16.5%예요.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세’란 이름으로 2008년 일본에서 시작됐어요. 공감만세 일본법인은 일본 내에서 고향세를 개설, 운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서 직접 고향세를 진행하고 있고요. 글쎄요, 한국 법인 중에 일본에서 고향세 자체를 모금하고 집행해 본 곳이 있을까 싶네요. 자연스럽게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일본의 사례들도 많이 보고 들었어요.
지난해 일본의 고향세 전체 모금액은 8~9조 원에 달하는데, 각 지자체가 설정한 고향세의 목적에 따라서 괜찮은 사례를 만들어 내는 곳들이 있어요. 인구를 늘리려고 하거나 지역 농민들의 농산물 판매를 증진하고자 하는 곳도 있고, 지역 문제 자체를 해결하려고 하는 곳도 있죠. 답례품의 경우 일본은 고향세 구조가 우리랑 달라서 자기 소득 범위에 따라 2,000엔의 수수료를 제외하면 거의 100% 공제해 줘요. 상품의 범위가 넓고 한우나 대게 같은 고가의 상품이 상위를 차지하기도 해서 우리나라랑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워요.
고향세 도입 논의는 국내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저는 분명히 고향세 답례품이나 고향세를 사회적경제 중심으로 활용하게끔 시행령이 풀릴 거라고 꾸준히 이야기해 왔어요. 당시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결국 지금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어요. 사회적경제는 안정적 재원을 확보한다거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지역에서 하는 기반을 다지기도 좋을 수 있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만큼 협업 시 좋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임지헌)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게 지난해였었죠. 관련해서 사업을 만들면 좋겠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마을기업에요. 물론 마을기업만을 중심에 두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강원도의 문제를 놓고 봤을 때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들이 마을 단위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아닐까 하거든요. 전국의 마을기업들이 비슷하겠지만 대부분 농산물 생산하고, 일부 가공하고, 더한다고 하면 체험 정도예요. 돌파구를 찾는다면 무엇이겠냐고 해서 한 축으로 마을 중심의 ‘돌봄’에 대한 고민을 쭉 진행하면서, 다른 한 축으로 새로운 기회 요인을 모색하고 있었어요.
행정과의 논의에서 시책까지 이뤄내진 못했는데, 정책이 없다고 우리가 준비를 안 하는 건 아니니까요. 광역에서 좀 어렵더라도 공감만세랑 작업하는 기초자치단체들, 이런 곳들과는 어떻게 답을 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3. 공감만세가 지방자치단체들과 진행하는 답례품 개발 및 마케팅 사례들이 궁금합니다.
고두환)
사실 특정 지역의 특산품이라고 인지되는 건 물량이 부족할 만큼 이미 잘 팔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강원도 양구의 사과가 그렇죠. 대신 이런 경우가 있어요. 태풍 때 발생하는 낙과는 상품 가치가 없지만, 지역 내 사회적기업이 낙과를 갖고 사과 주스도 만들고 식초도 만들어요. 고향사랑기부제는 모금이기 때문에 모금에 참여함으로써 내가 지역에 어떤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지가 기부자한테 굉장히 중요해요. 일반 플랫폼에서 낙과로 만든 사과식초는 일반 식초보다 구매 유인이 크지 않지만, 고향세의 경우 구매 유인이 크게 발생할 수 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고향사랑기부제에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지역의 문제를 추가 세수로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이에요. 양구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요? 양구에 돈사(豚舍)가 많아서 악취가 되게 심한데, 악취저감장치는 개인 재산이기 때문에 양구 군비를 갖고 진행하기 어려웠어요. 군민의 삶의 질이나 여행객들에게 심각한 문제니까 양구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이걸 해결하고 싶은 거예요. 이런 사례는 일본에선 아주 보편적인 사례에 해당해요.
또 양구는 고향사랑기부제로 관계인구를 늘리고 싶어 했어요. 양구의 화이트칼라 대부분이 춘천에서 출퇴근하는데, 고향사랑기부제로 기존의 경직 경비를 갖고 처리할 수 없었던 지역복지를 높여주거나 양구가 매력적일 수 있는 것들을 확보해 주면 양구에서 살 수도 있는 인구라고 보는 거예요. 양구는 군(軍) 철수로 인구 2만 선이 무너질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는데, 보육이나 돌봄, 교육 등의 복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고향세를 많이 사용하는 일본 소멸 지역들과 비슷한 방향을 고민하고 있어요.
충청남도의 경우 광역에서 시책 대응이 좀 빨라서 답례품을 사회적경제로만 억 단위 개발하는 입찰도 진행한 바 있어요. 임 국장님이 제안했을 때만 해도 사회적경제 상품이 답례품으로 들어갈 거라고 예상을 못 한 시점이었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겠고요.
4. 고향사랑기부제, 강원도 사회적경제에게 어떤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임지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했을 때 지역 네트워크 단위에서는 우리 지역의 문제를 얼마큼 파악하고 있느냐를 파고 들어가는 게 핵심이 될 듯해요. 강원도에 있는 12개 지역 네트워크들이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해요. 고향사랑기부제의 핵심이 답례품은 아니거든요. 행정하고도 ‘그럼 강원도의 문제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부터 해보자’, ‘원주시의 문제가 뭐냐’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고요. 그래야 행정과 민간이 거버넌스를 이뤘을 때 힘을 받을 수 있겠고, 거기에 이제 사회적경제가 함께한다고 할 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거죠.
어쨌든 강원도 사회적경제에게 있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인 건 확실해요. 답례품만 놓고 봐도 그렇고, 기존에 해결하고 싶었지만, 자원이 부족했거나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했던 것들을 시도해 볼 기회이기도 하고요.
고두환)
사실 강원도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이 개발될 만한 실험을 많이 해왔어요. 강원도사회적경제 공동브랜드로 유통조직인 ‘강원곳간’이 있고, 탄광지역 지원사업도 있어요.
지금은 법과 제도를 정확하게 분석해서 기부자에 맞춘 모금 전략을 내놓을 만한 전문적인 전략 설계가 있어야 해요. 고향사랑기부제에 사활을 건 광역이 등장했거든요. 고향사랑기부제는 출향민보다는 연말정산에 민감한 급여 생활자가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거나 상품으로 가치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기부하고픈 매력적인 형태를 제안하는 답례품에 반응하는 경쟁 시장이에요. 상품은 민간 플랫폼과 유사하지만, 기본적인 속성은 펀딩으로 봐야 하고요. 그 시장을 이해하고, 지역에 맞는 형태의 전략을 설정하고, 시뮬레이션해야 하는 숙제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이에요.
일본 사례를 보면 A 지역에 고향세를 내면 70% 이상은 떠나지 않고 매년 다시 A 지역을 이용해요.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죠. 제도 시행 후 고향사랑기부제 시장을 선점한 곳이 짜 놓은 구조를 다른 곳들이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시간이 없는 거예요.
김대호)
고향사랑기부제의 전망은 밝아요. 다만 한국형은 일본과 달라서 어떻게 한국형을 정착시키느냐가 중요하고, 그걸 제일 먼저 성공하는 곳이 중심이 될 거로 보고 있어요. 잘 될 것 같다고 예상하는 성공 모델은 앞서 사례로 들었던 강원도 양구를 꼽고 싶어요. ‘답례품 성격의 관광 상품’으로 기부자를 관계인구화 하는 전략 수립 연구가 7월에 종료되는데 곧바로 2차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이야기도 오가고 있어요.
임지헌)
양구를 소개한 건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였어요. 접경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 공정여행이나 SMART관광 등 시기가 맞물리면서 양구를 추천했는데, 성공 모델로까지 꼽힐 줄은 몰랐네요.
고두환)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고 대안을 모색해 강도 높은 학습을 하면 실제로 안착률이 높은 경향성이 있는데, 양구 공무원들이 고향세를 접하고 학습한 게 1년 반이 넘어요. 준비 척도를 놓고 보면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도 양구가 가장 우수해요. 네, 놀랍게도 양구예요.
-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들의
태동이 느껴지시나요?
이어지는 2부에서는
제도 시행 후 예상되는 진통들과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에 기회임이 분명한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추가로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럼, 8월 중 블로그를 통해
업로드되는 2부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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