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퀸비,
소중한 나를 위한 ‘면 생리대’ 만들어요
최근 1~2년 사이, ‘생리대’라는 소재가 이렇게나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을까요? 저소득층 소녀들의 ‘깔창 생리대’, 독성물질 검출을 둘러싼 ‘생리대 파동’ 등 사회적 충격과 여성들의 불안을 불러일으킨 일들 덕분(?)이죠.
비용 부담이 크고, 안전도 확신할 수 없는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여성들로 하여금 새로운 대안을 찾게 만들었습니다. 유기농 탐폰이나 생리대, 면 생리대, 생리컵 등이 그 예입니다.
어떤 제품을 사용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번 기획을 통해 지속해서 사용이 가능하고 익숙해지면 세척과정도 크게 번거롭지 않은 면 생리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내 손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완성하는 면 생리대 만들러 원주로 함께 가요~
▲제이퀸비 로고
원주시 단구동 소재 ‘㈜퀸비스토어’입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2018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에 선정된 곳으로, 현재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퀸비스토어는 ‘제이퀸비’ 브랜드로 면 생리대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자체 실험실을 갖추고 면 생리대를 생산하는 전국 첫 사례여서 면 생리대 사업 업체들로부터 각종 문의가 쇄도한다고 합니다.
▲제이퀸비 실험실 내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정받은 실험실에서는 식약처의 의약외품에 관한 기준 및 시험방법 중 ▲성상 ▲색소 ▲산 및 알칼리 ▲포름알데히드 ▲중량 ▲흡수량 ▲삼출 ▲강도 등 9개 항목의 안전성을 테스트합니다.
해당 테스트는 원단뿐만 아니라 완제품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제이퀸비 면 생리대는 식약처의 최종 허가가 완료되는 2019년 1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심야식당을 운영하는 ‘원주아동청소년교육네트워크 물꼬’와 손잡고 청소년 대상 면 생리대 만들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이퀸비는 면 생리대에 대한 진입장벽을 줄이기 위해 시중가의 60%대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비싸서 사용 못 한다는 건 안 될 말’이랍니다.
이렇게나 ‘깐깐한’ 면 생리대라니, 누가 만드는지 궁금해집니다. 오늘의 면 생리대 만들기 체험의 선생님이기도 한 정미란 ㈜퀸비스토어 대표는 이렇게나 어려운 길인 줄 알았더라면 시작하지 못했을 거라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정미란 ㈜퀸비스토어 대표
생리대 파동이 한참이던 그 때, 정미란 대표의 첫째 아이가 초경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아토피가 심했던 아이에게 쉽사리 일회용 생리대를 권할 수 없었던 정미란 대표는 지역 공방을 찾아 제 손으로 직접 면 생리대를 만들어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던 것이 시작이었노라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접하게 된 면 생리대의 세계에 푹 빠져 이곳저곳 홍보를 자처하다가 우연히 ‘장애인과 면 생리대를 만들어 기부한 사례가 불법이었더라’ 하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윤을 보지 않고 만들어 기부한 제품에 대해서도 ‘불법’이라니!
“생리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있는 이 때, 여성의 삶에 유용한 면 생리대를 널리 알려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면 생리대를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발상이었겠죠?
고집과 신념으로 출발한 제이퀸비 면 생리대, 무엇이 다를까요? 직접 만들면서 하나하나 파헤쳐 보겠습니다. 오늘 만들어 볼 면 생리대는 ‘분리형’입니다. 흡수체가 되는 안감을 원단에 고정시키는 일체형과 달리 분리형은 크게 내어진 창 구멍으로 원단을 추가하거나 꺼낼 수 있도록 만들어집니다.
먼저 살에 직접적으로 닿는 광목과 아기자기한 무늬가 새겨진 면을 맞붙여 일반 날개형 생리대 모양으로 꼼꼼히 박음질해 줍니다. 그리고 박음질 선에서 0.5cm 정도 시접을 두고 가위로 잘라내죠.
잘라낸 후에는 곡선이 진 시접 부위에 가위집을 내 줍니다. 뒤집었을 때 원단이 울지 않고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해 베어두는 작업입니다. 모양을 잘 잡아주며 원단을 뒤집은 뒤에는 0.5cm 정도 여유를 두고 가장자리 둘레를 꼼꼼히 박음질해 더 튼튼하게 모양을 잡아줍니다.
오랜만에 잡아 본 바느질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실을 바늘에 꿰어 천을 쪼물대는 기분이 어쩐지 유쾌합니다. 그런데 이 ‘실’, 보통 실하고 조금 달리 보이는데요.
인체에 무해한 무독성 실로, 수의를 만들 때 사용할 만큼 생분해성도 뛰어난 친환경 소재라고 합니다. 보통 실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고 작업 도중 잘 끊어지는 탓에 손도 많이 가지만 바꿀 생각은 없다고 하네요.
박음질을 완성한 후에는 날개 끝에 가시도트, 일명 ‘똑딱이’를 달아줍니다. 이 가시도트 또한 무독성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가시도트까지 제자리에 맞춤으로 달아주면 따란~, 내 손으로 만드는 면 생리대가 완성됩니다.
애써 만든 면 생리대, 어떻게 사용하고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면 생리대 사용에 앞서 우려하는 점은 ‘잘 흡수될까?’, ‘양이 많은 날은 혹시 새지 않을까?’, ‘사용한 면 생리대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세척이 너무 번거롭지 않을까?’ 하는 부분일 텐데요.
분리형 면 생리대는 양이 많은 날에는 흡수체가 되는 원단을 추가로 넣어서 사용할 수 있고 생각보다 흡수가 잘 돼 보송보송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냉 분비도 적어져 더 개운한 사용이 가능하다고도 하고요. 또 사용한 후에 비닐에 넣어서 보관하면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장 궁금한 세척 방법, 정미란 대표는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속옷이라 생각하세요! 여성분들 보통 샤워할 때 속옷을 애벌빨래 하시고 모아서 한꺼번에 세탁기에 돌리시잖아요. 찬물(혈액은 따뜻한 물에서 빨리 응고돼요.)에 조물조물 애벌빨래 하신 후에 속옷과 함께 세탁하시면 깨끗하게 져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과산화수소를 풀어 둔 물에 담가두었다가 세탁해요.”
이런저런 일들이 아니었다면 일회용 생리대 이외에 대안을 고민하지 않았을 분이 많을 겁니다.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고 사용 후 쓰레기통에 간단히 버릴 수 있다는 일회용 생리대의 장점은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굳이, 하루 종일 일회용 생리대만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상이 가능한 일상 속에서 깨끗이 빨아 놓은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일회용 생리대를 보조하면 비용부담도 덜 수 있고 몸에 잘 맞는 분들은 생리통이 줄거나 생리로 인해 병원을 찾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수년이 지나야 분해되는 일회용 생리대 쓰레기를 줄인 뿌듯함은 덤입니다.
다소 번거로워도 빠르고 편리한 인스턴트 대신 밥을 지어 건강한 한 끼를 먹는 것처럼, 나를 더 소중히 하는 한 걸음이 될 면 생리대를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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