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전국 최초의 ‘말매개치유센터’ 꿈꾼다
말과의 교감으로 몸과 마음이 자라는 아이
지난 4월초, 자연에서의 배움을 찾아 산골마을로 유학 온 도시 아이들이 자라나는 ‘춘천별빛산골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별빛)’에 새로운 가족이 찾아왔습니다. 3년여의 준비 끝에 맞이하게 된 귀한 가족은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였던 ‘초롱이’입니다.
마을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투표로 ‘간택’된 초롱이란 새로운 이름과 함께 별빛에 오게 된 초롱이는 전국 최초의 ‘말매개치유센터’ 설립을 꿈꾸는 춘천별빛산골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의 큰 한걸음입니다.
우연히 홀스테라피(Horse Therapy Center) 세계에 입문한 뒤 일본의 말매개치유농장까지 방문하며 노력한 윤요왕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장과 직원들, 또 홀스테라피 전문가 김철 ‘말쌤(별빛 아이들이 부르는 애칭)’의 노력 덕분에 성사될 수 있었죠.
별빛은 지난 4월 12일에는 홀스테라피가 궁금한 사람들을 초대해 말매개치유와 초롱이를 소개하는 첫 워크숍을 갖기도 했습니다. 말과의 교감을 통해 정신적, 심리적, 신체적 치유를 가능케 하는 홀스테라피의 이점을 이론으로 배우고, 또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같은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강원도청 농정과도 첫 워크숍 이후 별빛을 찾아 짧게 홀스테라피를 경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직접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은 동물인 말과 함께 동거동락하게 된 별빛 선생님들은 초롱이를 돌보는 방법을 부단히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은 김철 강사입니다. 별빛의 홀스테라피 수업을 담당하는 김철 강사는 나다 홀스테라피 센터장을 맡고 있는 말 매개 교육 치유사이자 승마 지도사, 말 트레이너, 대안교육 교사로 매주 금요일마다 별빛을 찾아 아이들에게 홀스테라피 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별빛 선생님들에게는 초롱이 운동법과 목욕법, 마사 관리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고 합니다.
홀스테라피 수업을 진행하는 ‘말똥말똥농장’입니다. 별빛 선생님들이 직접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는 수고를 거쳐 완성됐고, 초롱이의 보금자리도 별빛 선생님(정확히는 별빛에 실습을 나온 춘천교육대학교 자원봉사 학생)의 손끝에서 예쁜 벽화가 담긴 안락한 공간으로 꾸며졌습니다.
별빛 홀스테라피의 주인공! 초롱이입니다. 올해 5살인 초롱이는 사람으로 치면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청소년기로, 잘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낯선 ‘홀스테라피’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사항이 될 만큼 정신적, 신체적 치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뇌성마비 환자나 정신지체, 자폐아, 신체외곡 증상을 겪는 환자들의 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고, 또 실효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고요. 심각한 질환이 아니더라도 말 위에서 평소 긴장하고 있었던 자신의 신체를 의식화하는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크게 완화할 수 있어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김철 강사에 따르면 사람은 보통 3m 내에 아우라(기운)를 느끼는데, 말은 이 범위가 사람의 5배에 해당하는 15m라고 합니다. 때문에 곁에 선 사람의 긴장감 등의 심리상태를 예민하게 알아채 행동으로 연결 짓는다고 합니다. 이 같은 말의 특성과 행동을 통해 내가 가진 감정이나 생각을 느끼고 표현하고, 또 현실 상황에도 대입해 보는 방법 등으로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몇 배 가까이 되는 말과 소통하고, 타고 끌면서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럼, 우리 별빛 아이들은 실제 홀스테라피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요?
먼저 농장을 청소하고, 초롱이에게 먹이를 주는 등의 초롱이 돌봄 활동은 선생님들 뿐 아니라 아이들의 일이기도 합니다. 별빛 아이들은 요일을 정해 초롱이에게 먹이를 주고 마사와 농장을 청소하는 일에서 책임감 있게 동물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죠. 초롱이의 똥을 치우는 것도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아주 능숙하게, 또 즐겁게 해내고 있습니다.
다만 홀스테라피 수업은 아이들에게 만만치 않죠. 손대지 않고 초롱이가 일렬로 늘어선 콘을 지나가도록 하는 미션을 받은 다섯 아이들은 처음에는 양팔을 잔뜩 벌려 말을 막아 세우는 방법으로 말을 원하는 곳으로 이끌고자 합니다. 초롱이는 아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먹이가 있는 마사 주변만을 뱅글뱅글 맴돌기만 했죠.
말쌤은 아이들에게 조언합니다. “말에게 너희들의 에너지를 보여줘!”, “어떤 방법이 좋을지 서로 이야기해봐, 많은 대화가 가장 중요해”, “서로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계속해서 알아차리려고 노력해 봐”.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초롱이 때문에 서로 화내고, “안해!”하고 돌아서고, 또 달래는 지루한 시간이 40여 분간이나 이어졌을 무렵, 고심하던 아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점프하거나 손을 높이 올려 몸집을 키우는 등의 방법으로 조금씩 말을 움직여 나가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터져 나온 환호성, 아이들의 끈질긴 노력에 감복한 초롱이가 드디어 콘 사이를 유유히 지나간 겁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봐 온 별빛 선생님은 계속해서 박수를 치고, 또 쳤습니다. 몇 년 동안 함께 학교를 다녀도 서로 손 한 번 잡아본 적 없다는 녀석들이, 소통을 통해 협력을 이뤄 미션을 완수한 모습이 어쩐지 보는 사람까지 뭉클하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소통과 협동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무엇인가를 ‘해 볼 기회’가 없어 함께 무엇인가를 ‘이룰 기회’가 없었던 것이었으리라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습니다.
말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신체를 사용하는 법,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능력을 기르는 법, 협동하는 법, 주의력을 높이는 법, 친구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이뤄보는 경험,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기쁜 일에 대한 추억 등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동안 아이들의 마음이 한 뼘 자라지 않았을까 기대도 됩니다.
한 달여 정도가 지나면, 초롱이에게 좋은 벗이 될 말 한 마리가 추가로 별빛 식구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별빛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을 넘어 인프라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말매개치유센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또 마중물이 될 수 있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별빛의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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