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식량 ‘벅스푸드’, 강원도 선두주자를 소개합니다 ②
○ 함께 하는 분 : 이금선 구미정드림캠프협동조합 대표
김빛나라 영월고소애협동조합 홍보팀장·곤충사육사
○ 때와 곳 : 2019년 8월 1일 영월곤충박물관(영월 소재)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다음 세대의 먹을거리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자급자족 식량자원을 지켜내고자 차분히 현재를 준비하고 있는 두 기업을 만나봅니다.
2013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식량위기를 경고한 바 있습니다. 또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란 책을 통해 세계 인구 60억 명인 현재,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기아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소는 배불리 먹으면서 사람은 굶는 모순적인 축산산업, 사막화와 삼림파괴로 농토를 잃어버린 환경난민들, 먹을거리를 수입에만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 등이 이야기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대량생산으로 식량부족 사태를 타개할 수 있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며, 축산산업의 모순을 해소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도 있는 미래 식량자원으로 곤충(벅스푸드)을 제시하며 ‘작은 가축(Little Cattle)’이라 명명했습니다.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7월 25일 곤충을 한우·젖소·돼지·닭 등과 같이 축산법에 따른 가축으로 인정하는 법 개정안을 공포했습니다.
살짝 겉핥기로 살펴본 벅스푸드가 조금은 궁금해지셨나요? 강원도에서 선구자적 혜안으로 벅스푸드 사업에 뛰어든 영월고소애협동조합과 구미정드림캠프협동조합(아리귀뚜라미)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깊이 배워봅시다.
그럼, <미래식량 ‘벅스푸드’, 강원도 선두주자를 소개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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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월에 곤충박물관이 있네요?
김빛나라) 일찌감치 곤충사업에 뛰어든 타 지자체들과 비교하면 강원도는 후발주자에 가까워요. 부랴부랴 지원을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영월곤충박물관이에요.
이금선) 강원도에서도 영월하고 원주 쪽 지자체가 곤충사업에 관심이 있어요. 원주는 개인 업체를 지원하는 편이고, 영월은 제일 발 빠른 곳이죠. 2017년쯤에 영월에 곤충사업 붐이 일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고소애뿐만 아니라 굼벵이 농장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이 곤충박물관을 정선에서 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있어요. 박물관이 많은 영월 쪽에서 좀 더 빨리 움직였구나 싶죠.
김빛나라) 저희가 체험이나 교육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현재 공간은 저희가 요구했기 때문에 마련할 수 있었어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만들었는데 영월사람 중에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홍보가 부족하죠.
이금선) 저도 소문으로 듣고 관심이 있었는데 직접 와 본 건 처음이에요. 규모가 상당해서 놀랐고, 볼거리가 풍족하게 제공된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될 것 같아요.
4. 곤충사육의 어려운 점은?
이금선) 최근 학계에 보고된 사례 중에 외국의 200평 규모 귀뚜라미 농장에서 귀뚜라미들이 싹 전멸했다는 보고가 있어요. 아무래도 바이러스겠죠? 근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사례가 없어요. 큰 질병 없고, 키우기는 수월하죠. 먹이 주는 부분만 신경 쓰면 애들은 잘 자라요. 사실 먹이도 제가 배추를 고집해서 그렇지, 과일이든 뭐든 다 잘 먹어요. 다만 과일은 작은 초파리가 잘 생기는 문제 때문에 먹이원에서 제외하고 있어요.
김빛나라) 하아, 정말 공감되네요. 고소애도 단백질이랑 수분이면 그냥 다 먹어요. 특히 과일같이 단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근데 초파리나 응애(몸길이 1~2mm의 거미강 진드기목의 절지동물)가 생겨서 절대 관리가 안 돼요. 먹이를 줄 때는 2~3시간 안에 다 먹을 만큼만 딱 줘요.
저희는 밀기울(밀가루 부산물)을 바닥에 깔아주는데,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떡밥 만들 듯이 촉촉하게 뭉친 다음 대두박(콩 껍질)하고 비타민을 곱게 빻아서 섞어줘요.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너무 세게 뭉치면 파고들다가 죽는 애들도 있어서, 적당한 정도로만 반죽해 줘야 해요.
이금선) 과일은 진짜 관리하기 힘들어서 못 줘요. 정선에 사과, 얼마나 유명해요. 파지사과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해도 초파리나 응애가 생겨서 관리가 안 돼요. 또 건사료 말고 습사료를 발효시켜서 주는데 잘못하면 곰팡이가 생겨요. 딱 먹을 양만큼만 줘야 하는데 그걸 맞추기가 어렵더라고요.
김빛나라) 맞아요. 먹이 판에 막 달라붙잖아요. 그거 씻어주는 것도 일이에요. 또 귀뚜라미나 고소애나 단백질이라 썩으면 냄새도 고약하고요.
5.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요?
김빛나라) 처음에 생각할 때는 어르신들이 거부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훨씬 더 잘 받아들여요. 저희는 주 고객이 아프신 분들이 많아요. 적은 양으로 소화가 잘 되고 몸에 부담이 없는 걸 찾으시다 보니. 실제로 병원에서 고소애를 권하고 있고, 효과도 보시고요.
고소애가 식품으로 인정받은 지 4년 정도밖에 되지 않기도 했고, 혐오감을 걷어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죠. 당장에 타깃은 아프신 분들이고,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서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어요.
한때는 일본 스시도 서양에서는 야만인들이 먹는 혐오 음식 취급을 받았었지만, 지금은 동서를 막론하고 대중화가 됐잖아요. 식용곤충도 기호식품처럼 감자 사고 고구마 사듯이, 고소애 사고 귀뚜라미 사고 이랬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죠.
이금선) 확실히 어린애들이 선입견, 고정관념이 없어요. “먹어 봐!” 이러면 선뜻 먹고, 또 아주 솔직하게 평을 하고요. 근데 어른들은 고정관념이 있어서 애들이 먹겠다 그래도 “아우, 별걸 다 먹어~” 이러면서 못 먹게 말리기도 해요.
커피도 서양이 일본에 판매할 때 과자부터 시작했다고 하잖아요. 애들부터 먹게끔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어차피 먹어야 하거든요. 곤충을 키우면서 정말 많이 알게 된 점이 환경문제예요. 저 어릴 때만 해도 냇물을 퍼서 먹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잖아요. 불과 30년 만에 이렇게 변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환경 변화는 반드시 먹이사슬에도 변화를 불러와요, 분명히.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오고요. 그러면 식용곤충을 먹어야 하는 시기도 와요. 우리가 시범적으로 먹고 끝나는 게 아니고 우리 2세대, 3세대가 소고기, 돼지고기를 대체해서 먹어야 하는 식량이거든요. 긍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잘 해야겠죠.
그래서 방금 팀장님이 하신 말씀, 정말 좋았어요. 마트에 가서 귀뚜라미 사고, 고소애 사는 거요. 마트에서 사서 가정에서 뭔가를 만들어 먹는 날이 올 거예요. 진액이다, 분말이다, 환이다 말고 조미료나 오일처럼, 또는 원물을 고르듯이 식용곤충을 일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6. 비전을 위한 준비는?
김빛나라) 어쩔 수 없이 외형적 거부감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있어요. 밀웜은 동물 사료용 고소애가 따로 있어요. 먹는 것도 자라는 환경도 식용 고소애랑 전혀 다른데, 이 차이를 모르는 분들은 “짐승 먹이를 사람 먹으라는 거야?”라고 하세요.
돌파구를 마련한 게 ‘동충하초’예요. 보통 동‘충(蟲)’하초라고 말하지만 사실 동‘초(草)’하초가 대부분이에요. 동충하초는 겨울에 벌레였다가 여름에 풀이 된다는 말 그대로 겨울에 죽은 곤충에 버섯 균이 들어가 자라서 버섯이 되는 건데, 국내 시판되는 제품들을 농진청에서 실험했다고 하는데 곤충 성분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현미나 귀리가 99%고 그걸 동충하초라고 판매하는 거예요. 사기가 아니냐 하는 논문도 나왔는데, 아직 이슈화가 되지 못한 것 같아요.
보통 누에나 굼벵이로 시험을 많이 하는데 잘 안 돼요. 저희가 이번에 전문가 분을 섭외해서 고소애로 실험을 했는데 거의 성공단계예요. 저희 입장에서는 원물을 파는 것보다 동충하초로 가공하는 게 원가절감이나 수익, 제품의 영양 성분 면에서 훨씬 좋아요. 시판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고요.
이금선) 괜찮은 아이디어예요. 동충하초균이 굉장히 예민해요. 찾기도 어려워서 히말라야까지 가서 어렵게 구해오기도 하죠. 자연적으로 동충하초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원균을 가지고 포자를 만들어서 곤충 안에 직접 넣어주는 방식인데, 이번에 귀뚜라미까지 동충하초를 키워냈어요. 이제는 곤충으로 만든 동충하초가 좀 성공적이지 않을까 해요.
김빛나라) 그러려면 동충하초와 동초하초의 차이를 소비자들이 분명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겠죠.
이금선) 저희는 2014년부터 귀뚜라미를 했는데, 상품은 단백이 진액 하나 만들었어요. 지역 내에 가공시설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정선농업기술센터 가공장이 있는데, 사과나 블루베리 이런 걸 가공하던 기계로 동물성을 가공하면 아무리 많이 세척을 해도 미취나 냄새가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저희 가공시설은 따로 있고, 그것만 사용할 수 있어요. 하다못해 파우치를 바꿔보고 싶어도 할 수가 없죠.
그래서 강원도 차원에서 ‘곤충가공센터’가 있었으면 해요. 실제로 강원도에 제안을 해보기도 했어요. 가공시설만 받쳐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김빛나라) 고소애 유(油)는 영월에 가공공장이 없어서 성주에 있는 가공공장에 OEM을 주고 있어요. 1세대 고소애 농장인데, 한번 다녀오려면 6시간 넘게 걸려요.
이금선) 가공 시설의 어려움도 있지만 사실 많이들 만드는 환도 안 만든 이유는 감자 키우는 농가가 감자 과자까지 만들지 않잖아요. 우리는 키우기만 할 테니까 누군가 가공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곤충 붐이 일면 누군가 만들겠지, 그러면 우리는 건강하고 안전한 원물을 생산하는 농장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환 만들려고 애도 안 쓰고, 어디선가 만들까 싶어 기다렸는데 너무 조용해요.
그래서 지금은 ‘그럼, 우리가 만들어서 띄워봐야지’란 생각으로 제품개발을 준비하고 있어요. 한 끼 식사대용으로 정말 출출할 때 먹거나 다이어트 혹은 운동하시는 분들을 위한 프로틴, 이런 식으로 젊은층을 겨냥하는 스틱젤리를 고민하고 있어요. 시중에 프로틴 제품들은 식물성에서 끄집어낸 인조잖아요. 진짜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간편한 제품을 생각했는데, 몇 년 뒤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 미래 세대의 먹을거리를 위해
편견과 선입견을 겪어내며
새로운 시도와 대안을 고민하는
두 기업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아직은 낯선
식용곤충이지만,
낯설 뿐이니 날선 편견은
잠시 접어두세요.
곧 눈부시게 성장할 테니까요.
그럼,
다음 번 공감토크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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