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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체험리뷰

【푼푼씨, 사회적경제에 빠지다】영화 보다

by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3. 9. 9.


chapter 9. 푼푼씨, 영화 보다


Q. 푼푼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나요?

A. 오늘은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해요.

Q. 영화관이요?

A. 강릉에 있는 독립예술극장에 다녀왔거든요. 지금부터 함께 하시죠!






"우리 어디서 볼까?"

"신영극장 앞에서 만나."


강릉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중에서 ‘신영극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신영극장은 강릉에서 가장 오래 된 영화관으로,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명절이나 특별한 날 이곳에서 영화를 보았던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약속 장소를 잡을 때면 흔히들 “신영극장 앞에서 만나”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니까요. 실사가 아닌 손으로 직접 그린 영화간판과 가스불에 오징어 굽는 냄새가 종일 나던 매점,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아 좋아하는 영화는 몰래 몇 번이고 앉아 볼 수 있었던 곳. 추억의 극장 신영극장을 푼푼씨가 만나고 왔습니다.   



푼푼씨가 신영극장을 찾은 이유는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로 장건재 감독의 『잠 못 드는 밤』이라는 영화입니다. 지난해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어 영화제에서 한국장편부문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영화랍니다. 그때 영화를 봤던 친구의 강력추천으로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영화였어요. 마침 개봉했다는 소식과 함께 강원도에서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신영극장에서 유일하게 상영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푼푼씨.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신영극장은 강릉 시내 중심에 있는 신영빌딩 4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간판을 보고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어요. 복합상영관이 생기면서 강릉의 오래 된 영화관들이 하나 둘 사라졌는데요, 과거 신영극장도 그렇게 사라진 곳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운영되고 있냐고요? 바로 예비사회적기업 ‘강릉씨네마떼끄’의 노력 덕분이랍니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릉씨네마떼끄 회원들 / Ⓒ씨네마떼끄


강릉씨네마떼끄는 1996년에 창립되어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영화단체입니다. 처음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영화를 보는 소소한 모임으로 시작하다가 지금은 영화연구 및 토론을 위한 정기세미나와 좋은 영화를 소개하기 위한 영화제 개최, 영상제작교실과 영화단체들과의 소통 등, 다양한 방면에활동하고다고 합니다.


영화의 산업적 흐름보다는 문화적 가치에 주목하며 관객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강릉씨네마떼끄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오랜 시간 고민하다 때마침 역사와 이야기를 안고 있는 신영극장이 문을 닫은 채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하여 여럿이 뜻과 힘을 모아 작년 5월 18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개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잠 못 드는 밤』의 첫 상영시간은 오전 11시였습니다. 관람료는 일반인의 경우 7,000원, 청소년은 6,000원, 노인과 장애인은 4,000원입니다. 푼푼씨는 11시 조조영화였기 때문에 2,000원 할인된 가격에 영화표를 구입할 수 있었어요. 영화 시작 전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 구석구석을 구경했는데, 오래 된 영화관이라 조금 허름할 거란 예상과 달리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공간이었습니다.


영화관의 곳곳을 둘러보며 눈에 띄는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데스크 뒤편에 진열되어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DVD들, 그리고 반대쪽 벽면에 걸린 ‘나는 주인이다’라는 이름의 액자였습니다. 티켓팅을 해 주신 분께 살짝 여쭤봤더니 DVD의 경우 강릉씨네마떼끄 회원들에 한해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고요, ‘나는 주인이다’의 경우는 신영극장을 다시 개관할 때 필요했던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벌였던 캠페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강릉독립예술극장을 공적지원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스스로 개관하자는 취지로 벌인 캠페인이었는데요, 후원금 30만원을 내면 극장 좌석에 후원자의 이름을 새겨 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혜택들을 누릴 수 있다고 해요. 후원제도와 회원혜택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주소를 통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theque.tistory.com/category/About/회원제도




10분 전, 상영관에 들어섰습니다. 오래 된 영화관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 않나요? 요즘의 복합상영관보다 스크린도 작고 의자도 불편했지만 푼푼씨는 옛 추억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사실 복합상영관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불편하다는 거지한 시간 가량 앉아영화를 보는 데에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의 관객이 함께 영화를 즐겼는데요, 신영극장은 단 한 명의 관객이 와도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요.


『잠 못 드는 밤』은 결혼한 지 2년 된 부부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이기를 담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신혼생활을 보내던 부부에게 느닷없이(사실은 예고된 수순처럼) 다가오는 질문 하나. “우리도 아기를 가져야 하나?” 부부의 갈등과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이죠. 영화는 그 순간을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었습니다. 결혼을 안 한 푼푼씨조차 공감가게 만들 정도였어요. 


Ⓒ정동진독립영화제



씨네마떼끄는 지역주민들이 좀더 다양한 영화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운영하는 일 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정동진 독립영화제’입니다. 벌써 15회째를 맞고 있는 영화제는 한국독립영화협회와 공동으로 기획한 여름축제로 강릉시 정동초등학교 야외 운동장에서 독립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개성 넘치는 영화제라고 합니다. 매년 8월 첫 번째 주말, 관객들을 찾아간다고 하니, 내년엔 함께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있는 신영극장. 더 이상 추억 속의 영화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푼푼씨도 이곳에서 하나하나 가슴 따뜻해지는 추억을 쌓을 생각입니다. 내년 여름에는 강릉의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야외에서 영화를 보고 있을 푼푼씨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여러분도 강릉씨네마떼끄와 함께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이상, 푼푼씨였습니다.






@홈페이지

강릉씨네마떼끄 http://www.film4n.com/2006/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http://theque.tistory.com/

정동진독립영화제 http://www.jif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