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4.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곳, 옥상정원
Q. 푼푼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 준비하셨나요?
A. 오늘은 도심 속 옥상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Q. 옥상정원이요?
A. 네. 자연과 상생하는 옥상정원에 다녀왔거든요. 함께 해요.
어린 조카의 손을 꼭 붙들고 아직은 덜 여문 가을 길을 걷던 어느 날, 우연찮게 발견한 사마귀. 도로 위에서 펄쩍펄쩍 뛰는 모습을 보며 퍼뜩 이름을 떠올리는 대신, 그 모습이 신기한 듯 가까이 다가서는 조카의 팔목을 그러쥐며, “안 돼!”라고 말했습니다. 물음이 그득 담긴 조카의 눈을 보자니 제 머릿속에도 하나의 물음이 떠오릅니다. 나는 왜 안 된다고 한 걸까?
[낯-설다] :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아니하다, 혹은 사물이 눈에 익지 아니하다.
우리는 흔히 낯선 것들을 경계하죠. 지구상의 생물 중 53%를 차지하고 있다는 곤충. 그러나 자연과 멀어진 현대인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낯섦의 대상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경계의 대상, 때로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는 바로 사마귀가 낯섦의 존재, 즉 경계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오늘은 바로 많은 이들에게 혐오, 혹은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곤충과 사람, 나아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의 한 프로젝트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예비사회적기업인 비틀에코협동조합의 옥상정원 ‘달짝지근 프로젝트’입니다.
ⓒ비틀에코
곤충은 수많은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연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생물에 비해 약 14배 정도 빠르게 멸종되어 가고 있다고 해요. 거기에는 물론 자연적인 요소들도 있겠지만, 그보단 사람들의 무관심과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더욱 많습니다. 비틀에코는 그러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곤충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곤충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생태계 만들기’는 비틀에코의 소셜 미션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달짝지근 프로젝트’. 도심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옥상정원을 만들고, 그곳에서 도시양봉사업을 함께 병행하는 사업입니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곤충이 살 수 있는 도시 생태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민들에게 도심 양봉을 확대·보급하고자 추진되었다고 해요. 그 첫 번째 장소가 바로, 강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2호관에 위치한 옥상정원 ‘벌자리’입니다.
옥상정원은?
건물의 옥상에 설치된 정원으로 고층빌딩, 백화점, 호텔, 공동주택, 학교 등에 만들어지며, 부지에 여유가 없고 녹지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또 토지이용이 고밀도로 이루어진 시가지에 있어서는 부족한 녹지를 보충하는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도심지역의 열섬효과를 해결할 수 있으며 미세먼지나 CO² 농도 저하 같은 도심환경기능을 개선합니다. 도심녹지 조성을 통해 에너지 사용비용이 절감되는데, 올해 여름 전국적인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옥상정원이 거론될 정도로 효과가 뛰어납니다. 100평 정도의 옥상정원이 지역에 10곳이 있다면 연간 약 6,000만원 정도의 전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비틀에코 한이곤 대표 인터뷰 中]
시험기간. 도서관에 틀어박혀 햇볕 하나 쬐지 못하고 공부하고 있는 친구를 억지로 끌어내어, 함께 향한 옥상정원. 2호관 입구로 들어서면 벽면에 ‘벌자리’ 안내표지판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밝혔지만 이 프로젝트는 도시 생태 환경을 위해 조성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기에 처한 꿀벌들과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계획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지어진 이름, 벌자리!
수많은 곤충 중, 왜 벌일까?
꿀벌은 수술의 꽃가루를 몸에 묻혀 암수에게 전달,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돕는데요, 인간이 먹는 농작물의 약 70%가 바로 이러한 꿀벌의 도움으로 생산된다고 합니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가 4년 안에 멸종할 거라는 가설이 제기될 정도로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꿀벌. 그런데 최근 들어 꿀벌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CCD, 벌집군집붕괴현상이라는 것인데요, 일벌이 자기 집을 찾지 못해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집단으로 죽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도처에 깔린 전자파와 강한 농약 등이 가설로 제기되고 있다고 해요.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많은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도심양봉은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 중 하나입니다. 지역에서 꿀벌을 100만 마리를 양봉하면 연간 10만 마리가 자연에 정착하고, 자연적으로 꿀벌의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다고 합니다.
ⓒ비틀에코 / 벌자리 페이스북
오픈 전, 벌자리 서포터즈를 모집하여 화단과 텃밭을 만들고, 그곳에 꽃과 작물들을 심어 키우기도 하며, 함께 공간을 기획하고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여럿이 함께 가꾼 공간, 어떤 모습일까요?
옥상 문을 열고 들어서마자 탁 트인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계절적인 이유 때문에 조금은 휑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청량한 하늘과 따뜻한 가을볕 맞으며 앉아있자니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옥상정원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는 친구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다.”라고 말하네요. 가끔 공부하다 바람 쐬러 오면 딱 좋겠다고요.
일교차가 큰 날씨에도 불구하고 파릇하게 자라나고 있는 꽃과 작물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정성과 애씀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덕분에 자연이 주는 안락함과 여유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이곳이 어떻게 조성된 공간이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사전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냥 와서 편안히 쉬었다 가는 것만으로도 옥상정원의 역할로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갖고 있는 좋은 뜻과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비틀에코는 달짝지근 프로젝트 외에도, 방과후학교 ‘우화스쿨’을 운영, 아이들이 잘 알지 못했던 곤충에 대해 알려주고, 직접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곤충생태 전문교육 방과후학교 지도사 양성과정도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열심히 뛰고 있다고 해요.
어렸을 때 방과후 컴퓨터 교실 말고, 우화스쿨 같은 체험활동을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마 조카에게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마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벌자리’를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도심 속 옥상정원이, 그리고 도심양봉이 더 널리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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