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 숲 체험 이야기
Q. 푼푼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A. 오늘은 ‘숲 체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Q. 숲 체험이요?
A. 네. 대학생 친구끼리 숲 체험 프로그램에 다녀온 후에 쓴 이야기인데요. 함께 보시죠.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면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더욱더 굳은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좋은 글을 한 편씩 읽곤 하는데요. 한 줄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봄볕에 눈이 녹듯, 위안이 되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이야기가 저에겐 그랬는데요. ‘추운 겨울 날, 따뜻한 글 한 편 나눠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소개해 드리게 되었답니다.
“지친 삶 속 동경(憧憬)의 장소, 오대산 힐링 빌리지를 다녀오다”라는 제목의 이 체험기는 사실 지난 편에서도 잠깐 언급했었던 ‘강원도 사회적경제 대학생 매거진 마카롱’ 3호에 실려 있는 글인데요. 학생들이 도내 사회적경제기업을 직접 탐방한 후에 기록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체험기는 춘천 한림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 ‘오대산 힐링 빌리지’의 산림치유프로그램과 ‘안개자니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약초 프로그램에 다녀온 후 써내려간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중간, “숲은 우리의 스트레스를 잠시 덮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처를 보게 한다. 상처를 보고 나를 위로한다. 꼭 치유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치유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도 벗어나자.”라는 글귀가 있는데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런 마음으로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친 삶 속 동경(憧憬)의 장소,
오대산 힐링 빌리지를 다녀오다
글·사진 : 최다애, 정다솜(엔토리)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중간고사를 치르고, 10월의 끝자락에서 산더미 같은 과제, 아르바이트 그리고 취업의 압박에서 벗어나 우리는 1박 2일 평창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오대산 힐링 빌리지로 훌쩍 떠났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하루 종일 수다 떨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소소한 것에서 느끼는 힐링과는 또 다른, 마음의 안정과 평화, 고요함 속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우리는 ‘오대산 빌리지’에서 머물며, ‘오대산 힐링 빌리지’ 의 산림치유프로그램인 숲 체험과 평창군 병내리 부녀회가 설립한 마을기업인 ‘안개자니영농조합법인’ 에서 운영하는 약초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숲이면 충분해요
숲 체험을 하기 위해 8시 30분, 이른 아침에 운동장으로 나섰다. 오대산 힐링 빌리지는 엄마들이 모여서 만든 마을기업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숲해설가 선생님들의 모습이 정말 엄마와 닮아 있어 놀랐다. 엄마가 공부해서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나 보다.
숲해설가 선생님을 따라 걷다가 단풍잎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단풍나무 앞에 멈춰 섰다. 봄 햇살과 가을 햇살이 다르니 가을 햇살을 잘 느껴 보라고 하셨다. 단풍잎이 물드는 이유, 낙엽의 역할, 벌레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무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들으며 숲을 걸었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서 벗어나 흙을 밟으니 폭신폭신했다. 걷기가 편해졌다. 꽃 하나 없는 숲이었지만 향긋한 냄새가 났다. 나무, 풀, 흙에서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싱그럽고 상쾌해서 숨을 깊게 내쉬고 뱉을 때마다 몸 속이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숲만으로 여기 온 이유가 충분했다. 숲해설가 선생님들의 해설은 우리가 자연을 느끼고 우리네 인생을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숲에 가서 그 기운을 흠뻑 마셔라. 햇빛이 나무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것과 같이 자연의 평화가 우리에게 흘러 들어올 것이다. 바람이 신선함을, 그리고 에너지와 열정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걱정은 가을의 낙엽과 같이 떨어져 없어질 것이다.
-존 뮤어(환경운동가)
숲해설의 마지막 순서는 명상이다. 각자 좋아하는 나무를 고르고, 그 나무 앞에 매트를 깔고 누웠다. 매트가 두툼하니 불편하거나 혹시 뭐가 묻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설사 불편하고 뭐가 묻는다 해도 숲에서는 문제될 게 없겠지만…. 나는 약간 휘어 있고 높게 자란 소나무를 골랐다. 소나무를 만져보고, 껴안아보고, 냄새도 맡아봤다. 나무와 일대일로 대면하니 희한하게도 더 ‘나’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무 앞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햇빛이 내 몸을 따뜻하게 해줬다. 파란 하늘이 보였다. 어젯밤 별로 가득했던 그 하늘이었다. 밤에도, 낮에도 하늘은 아름다웠다. 햇빛과 나뭇가지도 같이 보였다. 숲 한가운데 누워보기는 처음이었다.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렸다. 조용해진 듯했다. 진짜 조용해져서가 아니었다. 살면서 항상 염려했던 주변의 시선과 위에 나온 엄마에 대한 고정관념과 같이 남을 판단하던 고정관념, 나를 판단하던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조용해졌다. 긴장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긴장이 풀렸다. 편안해졌다. 여러분도 숲에 가서 여러분을 옭아매던, 말이 많고 빠르고 복잡한 세상을 벗어나기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기어코 잡고 있던 것도 놓아보기 바란다. 누워 있으면 숲해설가 선생님께서 명상을 돕는 말씀을 해주신다. 숲은 우리의 스트레스를 잠시 덮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처를 보게 한다. 상처를 보고 나를 위로한다. 꼭 치유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치유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도 벗어나자.
힐링을 맛보다
숲체험의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약초 체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초 체험장은 숲체험장과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가는 길목에는 넓은 캠핑장과 다양한 체험 시설, 화려한 단풍나무 등 여러 볼거리로 심심치 않았다.
약초 체험을 하기에 앞서 우리는 약초 체험장과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약초 체험과 수공예 체험에 사용되는 약초와 나무들이 가꾸어지는 약초 정원에 방문했다. 약초 정원에는 맥문동, 둥굴레, 마가목, 가시오가피 등 주변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나무들과 약초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건강을 위해 농약을 치지 않아서인지 갉아먹은 듯한 잎들도 보였지만, ‘나를 먹으면 건강해진단다’라는 것을 말해주듯 뿌리와 줄기들은 굵고 선명했다.
약초 체험장에 들어선 순간, 씁쓸하고 진한 향기에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대표님께서는 약초 체험에 더 좋은 약초탕을 대접하기 위해 전날부터 오랜 시간 끓이셨다는 약초탕을 내어 주셨다.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약초탕 베이스에 감초, 천궁, 황기, 생강나무를 비롯한 약초들을 듬뿍 넣고 다시 한번 끓이기 시작했다. 약초탕이 끓는 동안 대표님께서는 약초탕에 들어가는 갖은 약초의 효능과 특징들을 말씀해 주셨다.
몇 분이 지나 약초탕을 맛보았다. 약초탕은 진한 향과 감초 때문인지 단맛으로 거부감이 전혀 없고, 이렇게 많은 약초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역하지 않고 조화로운 맛을 내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우리는 약초탕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꼈다.
누구나 지친 삶 속에서 훌쩍 떠나기를 동경한다. 하지만 많은 생각들에 주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주말, 더 추워지기 전에 소중한 사람들과 진정한 힐링을 찾아 오대산 힐링 빌리지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오대산힐링빌리지 영농조합법인>
아이에서 어른까지 전 연령을 대상으로 오대산의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운영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휴식과 마음의 안정을 선사한다.
조합원들 모두 평창군에서 실시한 숲해설가이드 교육을 이수하였으며, 숲해설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또한 타기업과 상생협력을 통해 마을기업을 더욱 확고히 했다.
-주 소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진고개로 351-16(간평리 43)
-전화번호 : 033-334-7575
-산림치유프로그램 및 네이처파크 이용 예약 문의 : odsvillage.com
이렇게 소개해 드리고 나니, 아쉬움과 죄송함이 남네요. 저 푼푼씨가 직접 다녀온 후에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렸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추운 겨울이 가고 푸른 새싹이 돋을 때쯤, 꼭 다녀오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시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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