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5.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
Q. 푼푼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 준비하셨나요?
A. 오늘은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책 한권,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Q. 책이요?
A. 네.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이에요. 함께 보시죠.
얼마 전, 강원도 사회적경제 대학동아리 ‘콩엔그린’에서 발간한 매거진 “마카롱”을 읽게 되었습니다. (“마카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감토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http://gwse.tistory.com/2188)
그 중 흥미로웠던 부분은 강원도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다룬 ‘기획특집’이었습니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부터 시작된 조사.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사회적경제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참 안타까웠는데요.
오늘은 사회적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한 권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바로,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세계 각국의 조용한 혁명을 직접 취재한 결과물을 엮어 만든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지역에서 일어난 작은 혁명을 기록한 연대기” 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접하고, 사회적경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베네딕트 마니에는 프랑스의 경제·사회 문제 전문기자로, 여러 국가에서 수백 건의 현장 취재를 해온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과 신흥국가에서의 아동 노동과 여성 인권, 인구 문제, 가난과 발전, 공정무역, 시민운동 등과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데요, 특히 인도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인도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은 그렇게 저자가 “수년간 전 세계 각국을 직접 발로 뛰어, 다른 세계가 단지 가능하다는 것을 넘어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집필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목차를 살펴보면, 물, 우리 모두의 공동 재산 / 협동조합 모델 / 새로운 삶의 방식 / 농업, 도시의 새로운 경계 / 지속가능한 농업의 창안 / 시민들의 화폐 이용 / 에너지: 무한한 지역 자율성을 향하여 / 함께, 그리고 다르게 살기 / 시민 건강센터 /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 세계를 다시 시민 손안에 / 이렇게 총 11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광범위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이 모든 것이 바로 사회적경제라는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
전부 자세하게 다루고 싶지만 그럼 책을 읽는 재미가 줄어들겠죠? 특히 좋았던 챕터와 사례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우리나라의 사례와 비교해서 읽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협동조합 모델 /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 국제노동기구 182개 회원국이 서명한 필라델피아 총회선언(1944)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함께 뜻과 힘을 모아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경제조직입니다. 자발적이고 민주적입니다. “수익의 일부는 의무적으로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재투자되고, 또다른 일부는 사회적 편익”을 위해 조합원들에게 분배됩니다. 프랑스에서는 협동조합의 수가 2000년에는 1426개였으나 10년 뒤인 2010년에는 1959개로 늘어났고, 조합 노종자의 수도 3만 2247명에서 3만 9107명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 여성을 해방시키다, 리자트(Lijjat)
성공적인 협동조합 사례로 꼽히고 있는 인도의 리자트. 리자트는 1959년, 뭄바이의 빈민 구역 에서 탄생하였습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던 7명의 여성들이 시장에서 전병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리자트의 시초였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전병이 잘 팔려 생산을 늘려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다른 가난한 여성들도 그들에게 합류하게 되었죠. 몇 달이 지나면서 손님은 더욱 불어났고, 하나의 조직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한 사회복지사의 조언에 따라 협동조합의 규약을 수용하고 엄격한 회계체제를 갖추고 여러 가지 원칙에 합의”하기에 이릅니다. “자선단체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사업이 잘되더라도 가난한 여성만을 고용하여 그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케 하는 수입을 보장하기로 뜻을 모은” 거지요.
50년이 지난 지금, 리자트는 인도 17개 주에서 농촌 여성 4만 2000명을 고용한 기관이 되었습니다.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의 여성협동조합이 된 것이죠. “조합은 선출된 여성 2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운영”합니다. 맨 밑에서부터 파파드(전병)를 생산해본 적 없는 여성은 절대로 관리자 직책에 오를 수 없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합의 모든 요소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네요.
우리나라는 2012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출자금 규모와 상관없이 5인 이상의 조합원이 모여 시·도지사에게 신고만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데요, 그 때문인지 협동조합의 설립이 붐처럼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이해가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후죽순 생기는 협동조합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한데요, 베네딕트 마니에가 들려주는 협동조합의 사례를 읽어보면서 협동조합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면 좋겠습니다.
■ 새로운 삶의 방식 / “단어의 본래 뜻대로라면,
문명은 열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열망을 의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줄여가는 데 있다.”
― M.K 간디
▶ 유통을 다시 시민들의 손에
뉴욕 주의 대학도시 이타카에서는 1981년에 문을 연 서점이 2011년 2월에 완전히 문을 닫을 뻔한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미 시민운동을 여러 차례 경험한 이 도시의 주민들은 서점 폐업을 원치 않았고, 그래서 다른 주민들에게 250달러짜리 지분을 사달라고 요청해 기금을 모았다. 이렇게 모은 25만 달러로 서점은 2011년 5월에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오늘날 이 ‘버팔로 스트리트북스’는 주민들이 공동경영하는 협동조합으로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으며, 여러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공동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으로 규정된다. 이런 유형의 시민 공동 소유 상점은 미국 곳곳으로 퍼져나가 오늘날 전국에 300군데 정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본문 89쪽 중에서
기존 소매상들의 쇠락을 막고자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렇게 시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경제를 일으키고 있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1896년에 생긴, 미시간 주의 ‘클레어’라는 빵집의 경우, 자주 점심을 사먹던 이웃 파출소의 경찰 9명이, 이곳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공동으로 가게를 인수하여 ‘콥스 앤스 도넛’이라는 상호로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동네 빵집이 문을 닫았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업종을 전환하게 되었는데요, 떼어낸 간판 위에는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대신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글귀가 눈에 밟혀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우리 이웃들의 힘으로 다시 빵집이 문을 여는 순간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꼭 이뤄질 수 없는 상상만은 아니겠죠?
■ 함께, 그리고 다르게 살기 / “살 만한 행성에 자리 잡을 수 없다면,
대체 집이란 무슨 소용인가?”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주거협동조합
주거협동조합의 정신은 모든 거주자들이 인종과 사회, 세대가 어우러지고 연대하는 데 큰 가치를 둔 삶이라는 틀 안에서 살게 하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과 장애인, 노인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이웃 간에 연대를 느끼게 되고, 서로 집까지 찾아가 돕게 되고, 그러면서 자치가 이루어지게 되는 거지요.” 세실 아르캉이 설명한다. 각 건물에는 주민들이 함께 식사하고 아이들이 어울려 놀고 숙제도 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 적어도 1곳은 있다.
― 본문 289쪽 중에서
이 챕터에서는 주거협동조합에 대한 여러 사례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거협동조합의 경우, 주거하고 있는 건물이 비영리 협동조합에 속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조합원이 됨으로써 장기적으로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만약 조합원 중 누군가가 이사를 간다면, 그가 살던 집은 공동의 소유가 된다고 합니다. 협동조합에 속한 집들의 경우, “시장에서 되팔 수 없고 다른 조합에만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기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웃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는 요즘. 이웃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참 부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몇몇의 공동체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서울의 성미산마을입니다. 아직은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이러한 공동체 마을이 더욱 많이 형성되길 바랍니다.
몇 가지의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 사회적경제. 어떠셨나요? 사회적경제는 어렵지 않습니다. 사회적경제의 주체가 ‘나’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에서 눈길을 돌려 인간과 자연의 회복을 향해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을 딛고 있는 사람들, 바로 우리가 그 주인공입니다. 관심과 애정 가득 담긴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 주위에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 이것이 사회적경제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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