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단(斷)도박자와 동행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①
○ 함께 하는 분 : 지혜안전주식회사 장덕범 대표이사
깜밥이날다누룽지자활협동조합 정석용 팀장
○ 때와 곳 : 2019년 4월 30일 엔젤하우스(정선군 남면 무릉리 소재)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사회적기업의 가치 실현에 있어 어쩌면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한다고 말할 수 있는 두 사회적기업의 희로애락을 담아보았습니다.
춘천 소재 도로환경개선 업체 ‘지혜안전주식회사(이하 지혜안전)’와 정선 수제누룽지 생산업체 ‘깜밥이날다누룽지자활협동조합(이하 깜밥이날다)’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지혜안전주식회사는 재소자 및 출소자에게, 깜밥이날다는 단(斷)도박중독자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신체적·정신적·재정적 취약계층인 이들의 사회복귀와 정착, 자립을 꾸준히 돕고 있습니다.
“그 같은 어려움에도 어찌 지속할 수 있었을까?”하며 서로가 서로를 대단하다 여기는 웃픈(웃기고 슬픈) 대담 현장을 생생히 전해드릴게요. 그럼, <출소자·단도박자와 동행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첫 번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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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장덕범) 지혜안전주식회사는 차선 도색과 도로안전시설물 설치, 보수·관리 등 도로환경개선사업을 하는 전문 업체예요. 이 분야로 꾸준히 업력을 쌓는 와중에 갱생보호사업을 추진하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법무부 산하)을 통해 7년을 복역한 출소자를 채용한 일이 계기가 되어서, 재소자 또는 출소자를 직원으로 채용하기 시작했어요. 첫 인연을 맺은 친구는 자전거 하나 훔치고 7년을 복역했는데, 얼마 성실한지 몰라요. 그 친구는 벌써 17년차 장기근속자가 됐고, 10여 년 동안 지혜안전주식회사를 거쳐 간 직원만 해도 130명이 넘어요. 단기로 일했던 사람을 제외하고요.
현재는 직원의 70%가 재소자 또는 출소자인데, 그 중 최근 10년 안에 출소해 정직원으로 채용된 출소자는 8명이고, 2명의 교도관 지도하에 구치소에서 출퇴근하는 모범 재소자는 8명에서 최대 10명으로, 새로 들어오고 나오다 보니 유동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그래서 계획을 잘 짜야 돼요. 교도관은 6시에 퇴근해야 하니까, 일이 아무리 바빠도 재소자는 4시 30분이면 퇴근해야 하고 주·야간 근무도 당연히 안 돼요. 급하게 들어오는 일들은 감당하기 어렵고, 미리미리 꼼꼼히 계획해야 업무가 가능하죠.
정석용) 깜밥이날다는 정선 소재 ‘충만한교회’ 목사님이었던 김석기 전 깜밥이날다 대표님으로부터 출발했어요. 교회 바로 뒤 교각에서 벌어진 도박중독 장기체류자 자살사건이 계기가 돼 도박중독자 문제를 직시하게 되셨어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행복한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도박중독 장기체류자 대상 무료급식을 진행하시다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박중독자 자립을 위한 사회적기업 깜밥이날다누룽지자활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어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지난 해 12월까지만 대표직을 수행하셨고, 이후부터는 제가 깜밥이날다 운영을 전담하고 있어요.
깜밥이날다는 법인 설립 때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고 저도 그 중 한 명이었어요. 오늘 이야기 나눌 공간을 내어 준 엔젤하우스를 운영하는 부부도 도박중독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도박중독 장기체류자들을 대상으로 그린치유농법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이에요. 김석기 목사님의 권유로 시작하셨는데, 1000평 이상의 농토를 도박중독자분들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하고 계세요. 도박중독자분들이 좋아하고, 또 열심히 하셔서 좋은 성과들을 거두고 계시고요.
장덕범) 다양한 아이템이 있었을 것 같은데, 누룽지를 선택한 이유가 있어요?
정석용) 저희가 생산하는 누룽지가 수제누룽지라 손이 많이 가요. 도박중독자분들은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돼요. 일할 때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도박에서도 점점 멀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템을 수제누룽지로 선정했고, 지금은 여섯 분이 같이 일하고 있어요.
우여곡절은 참 많아요. 하하하. 같이 고개를 끄덕이시네요. 왔다가 금방 가시는 분도 많고요. 최근에 두 달 정도 안 돼서 떠나신 분도 계신데, 결과적으로는 좋게 가신 건데도 장기적으로 일을 했으면 했던 저희는 아쉬움도 좀 있고요.
그럼 가장 큰 우여곡절이 뭐냐 물어보면, 일할 수 있는 대상자 자체가 흔하지 않다는 거예요. 깜밥이날다는 스스로 강원랜드 출입을 영구 제한하는 영구출입정지증이 있어야 한다는 게 취업조건이에요. 도박중독자분들은 돈이 생기면 다시 도박장으로 발걸음 하게 되거든요. 스스로 영구출입정지를 신청하신 의지 있는 분들과 함께 하는데, 치유농업을 통해 깜밥이날다를 알게 되신 분도 있고, 어디서 이야기를 듣고 찾아오신 분도 있어요.
장덕범) 쉬울 거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시작했는데도 우여곡절이 참 많아요. 지금 직원들 별(전과) 다 모으면 70개가 넘어요. 전자발찌를 찬 사람은 지역을 벗어날 때 보고를 꼭 해야 하는데, 저한테 전자발찌 찬 걸 숨겼다가 문제가 된 적도 있고요. 얼결에 보니 제가 강원도내 보호감찰소를 다 알고 있더라고요. 하하하.
2. 출소자와 단(斷)도박자에게 일을 제공한다는 것?
장덕범) 출소자 중 특히 15년 이상 장기수들은 사회에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정말 힘들어요. 왜냐면 오래 서 있지 못하거든요. 한 시간 남짓 운동시간이 아니라면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생활을 장기간 해왔기 때문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큰 일이 돼요. 출소자들을 채용할 때 죄목은 묻지도 않아요. 그냥 얼마나 복역했나, 전자발찌를 했냐, 이것만 확인해요.
정석용) 아휴, 편견 같은 건 없으세요? 겁이 난다거나.
장덕범) 한 이불 덮고 며칠씩 먹고 자고 하는데요, 뭘. 살인부터 성매매 알선까지 죄목도 다양하고요. 저는 피해자 가족들한테 연락도 많이 받아요. ‘왜 그런 나쁜 놈에게 일을 주냐’, ‘회사에 불 질러 버리겠다’ 이렇게요. 그분들 억울한 심정, 저는 다 이해하니까 그냥 말해요.
“내가 이 사람한테 일 안 주고 그냥 내버려두면, 당장 칼 들고 나가 다른 사람 해코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 지금 일자리 잡고 밥 세 끼 먹고 하니까 다른 억울한 사람 생기지 않는 거다.” 이러면 그냥 전화 끊으시더라고요.
정석용) 확실히 재범율에 영향이 있죠?
장덕범) 그럼요. 확실히 줄어요. 일자리가 있고 없고, 재범율 차이가 70% 이상 차이가 있어요. 그래도 참 어려운 게, 도박도 중독이지만 범죄도 중독이에요. ‘다시는 구치소 안 가겠다’ 해도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 지갑을 들고 나와서 도로 돌려주러 갔다가 잡힌 경우도 봤어요. 그래도 한 명이라도 억울한 사람 생기지 않게 하련다, 그런 마음으로 해요.
정석용) 중독이란 게 정말 무서운 일이죠. 그래서 도박중독의 구렁텅이에 한번 빠졌었던 분들에겐 영구출입정지 신청이 정말 큰 결단인 거예요. 나에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삶의 희망이 생기니까 결단을 하실 수 있었던 거고요. 그런 의지를 가진 분들 보고 ‘열심히 하자’ 하죠, 저희도.
앞서 어려운 점을 몇 가지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최근에 조금 속상한 일이 있었어요. 저도 목회자이다 보니 새벽녘에 터미널에 나가서 전도 활동을 하는데, 한 분이 계속 한숨을 쉬고 계시더라고요. 왜 그러시냐 했더니 “죽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지역 내에서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사랑 운동도 겸하고 있어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가, 같이 일해 보자며 부천에 집이 있는 분을 정선으로 오시게끔 했어요.
이분이 집이 없으니까 저희 집에서 같이 살기까지 했는데, 예전에 도박 빚 때문에 만든 대포차가 법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당장 1000만원을 못 갚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기업에서 얼마, 개인적인 거 얼마 해서 그 돈을 갚아드렸어요.
장덕범) 아휴. 저도 그런 경우가 왕왕 있는데, 그래도 절대로 돈은 안 빌려줘요. 자기가 일해서 갚아야지.
정석용) 맞아요. 그게 맞는 건데, 제가 세상 경험도 적고 그러다 보니까 잘못 생각한 거죠. 제 돈은 안 받아도 된다 생각했지만, 나머지는 기업 자금이니까 ‘열심히 일해서 갚으시라’ 굳게 약속한 거였는데, 참 할 말이 없네요. 하하하.
그분이 브라질에서 사업을 하시던 분인데, 사업차 돈을 갖고 한국에 들어오셨다가 도박으로 다 날렸던 거예요. 가족들이 브라질에 있는데, 얼마나 보고 싶겠어요. 돈 갚아드리고 제가 잠시 태국을 다녀왔더니 A4 용지 3장에 빽빽하게 편지를 써두고 브라질로 가셨더라고요.
장덕범) 저도 10여 년 동안 130명 이상을 만났는데 정말 이런저런 인간군상을 다 만나봤어요. ‘어느 분을 보낼까요?’ 하면 그냥 두 팔, 두 다리 있으면 된다고 해요. 일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보내라고 해요. 18살, 19살 소년원 출신도 있고, 70대 어르신도 있고요. 일할 수 있는 기회는 활짝 열어놓고 있어요.
- 쉽지 않은 대상자들과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두 사회적기업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어지는
<출소자·단도박자와 동행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2부에서는
힘든 가운데에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보람들,
그리고 있는
기업의 미래상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럼 5월 중
블로그를 통해 업데이트 되는
공감토크 2부,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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