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알려주마!
‘진짜’ 마을기업 이야기 ➁
○ 함께 하는 분 : 윤정열 現 강원랜드 희망재단 팀장(前 복동아리영농조합 대표)
황경자 춘천워커즈협동조합 이사장
이봉희 돌배마을협동조합 이사장
이예연 홍천명품한과영농조합 대표
○ 때와 곳 : 2018년 10월 18일 오후 3시 경 / 강원도경제진흥원 6층 대회의실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마을기업 설립에 앞서 마을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마을기업 설립 전 교육-현장에서 듣는 마을기업 토크쇼’를 지상중계로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이번 토크쇼는 마을기업 설립을 희망하는 참가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삼척에서 마을기업 대표를 지내다 현재는 ‘강원랜드 희망재단’ 사회적경제팀장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정열 대표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습니다.
패널로는 ▲1년차, 황경자 춘천워커즈협동조합 이사장 ▲2년차, 이봉희 돌배마을협동조합 이사장 ▲3년차, 홍천명품한과영농조합 대표 등 3명이 참여해 마을기업 설립과정과 운영, 리더와 조합원의 역할과 책임 등 마을기업 현장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럼, 마을기업 설립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스스로의 경험을 토대로 진실한 도움을 주기 위해 열띤 논의와 진지한 조언, 따듯한 충고를 나눈 세 명 패널의 이야기가 담긴 <선배가 알려주마! ‘진짜’ 마을기업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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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열)
세 분 다 기업의 리더이시잖아요. 리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리더로서 감내해야 할 것들도 많고 힘든 점도 많으실 텐데요.
이봉희)
전 너무 많네요. 리더는 크나큰 인내를 감내해야 해요. 감정적으로 행동해도 안 되고,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되고요. 꼭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사업 아이템도 끈질기고 부단하게 점검해야 하죠.
이예연)
리더는 힘들어요. 그 중에서 제일 힘든 게 ‘어떤 걸 결정할 때’예요. 오늘 교육 참여자분들도 앞으로 대표를 선출하게 되시잖아요. 어떤 한 사람에게 대표를 권할 때는 반드시 그분에게 조합에 반하지 않는 이상 ‘어떤 걸 결정할 권리’를 함께 주셔요. 그래야 빠른 결정을 할 수 있어요. 간혹 늦어진 결정이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기도 하니까요.
저 같은 경우도 무한정 기다릴 수가 없으니까 우선 유선으로 통보하고 결정하는, 독선까지는 아니어도 고집스럽게 5년을 지나왔어요. 그러고 나면 각 조합원마다 각자 전문 분야가 생기고 각자에게 적절한 역할 분배도 이뤄지게 돼요.
초반에는 리더를 신뢰하고 믿음을 보여주세요. 그 배가 정말 엉뚱하게 산으로 가지 않는 한, 여러분들의 역할도 다 주어지고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이 생겨요.
윤정열)
조직의 역할 분담과 책임, 권한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황경자 대표님은 1년차인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황경자)
이예연 대표님 말씀에 공감이 많이 되네요. 저 같은 경우에 제 또래친구들은 다 은퇴했는데 저는 창업한 꼴이 됐어요. 처음 조합에서 이사장을 선출할 때 제가 나이도 제일 많았고 마침(?) 백수여서 이사장을 맡게 됐어요.
조합원들이 각자 역할분담을 했고 서로 돕자고 약속했는데, 지난 해 설립 전 교육부터 함께 했던 7명 중 한 분이 떨어져 나갔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너희가 싫어서’일 거예요. 당시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봉희 이사장님이 내부적인 소통, 단합을 계속 강조해 주시잖아요. 저희도 마을기업 설립 전 교육을 받을 때는 “어떻게 계획서를 잘 써서 지원금을 받을까?” 하는 고민만 했는데 결국 계속 가는 건 ‘사람’밖에 없더라고요. ‘사람을 남기는 계획서’를 쓰셔야 해요. 저는 그게 제일 어렵고 힘들더라고요.
윤정열)
굉장히 좋은 말씀을 해주셨네요. ‘사람을 남기는 계획서’, 꼭 잘 반영하셔서 사람을 남겨보시길 바랍니다.
이봉희)
덧붙여서 회계의 투명성도 중요해요. 총회 때 낱낱이 다 밝혀야 해요. 이해를 못 하는 분이 있다 하면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물어서 와전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윤정열)
마을이나 법인 사업에 있어 조직이 와해되고 금이 가는 게 대부분 돈 때문이죠. 춘천워커즈협동조합을 떠나신 분은 멀리 가셨나요?
황경자)
가까이에 계세요.
윤정열)
맞습니다. 마을기업은 등 돌린다고 해서 안 볼 수가 없어요. 같은 마을, 같은 지역이니까요. 굉장히 어려운 길이죠.
자, 제가 질문하는 것도 좋지만 기업 대표님들 서로서로 질문하시면서 각자 궁금하신 내용을 질문해 보시는 건 어때요? 후배 된 입장이시니까 1년차 춘천워커즈협동조합부터 해보시겠어요?
황경자)
돌배마을협동조합은 올해 2년차 접어드셨는데, 수익이 어떠세요?
▲영월 돌배마을협동조합
이봉희)
저희 사업 아이템이 ‘고사리’인데, 고사리는 심으면 생산까지 3년 걸립니다. 지난해 1만 7000평에 고사리를 심고 그 바로 위에 돌배나무 1만 1000주를 심었어요. 3년이 되면 돌배 꽃이 만발할 테니까 고사리 밭까지 가는 1km 길이 장관이 될 것 같네요.
다만 아직 3년이 되지 않아 고사리로 인한 수익은 없네요. 대신 조합원들이 생산한 잡곡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황경자)
고사리 수확하시면 저희 반찬가게에서 많이 구매할게요!
이봉희)
감사합니다.
윤정열)
이렇게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되네요, 하하하.
이봉희)
춘천워커즈협동조합 아이템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반찬가게는 저한테도 꼭 필요한 사업인데 지역이 달라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아쉽네요. 지금까지 결산은 어떻게 되세요?
▲춘천워커즈협동조합 반찬투정 전경
황경자)
먼저 저희 사업을 간략히 설명드릴 필요가 있어요. 저희가 일주일에 2번 반찬을 만들어면 직접 찾으러 오거나 추가 비용을 받고 배송을 해드려요. 비용은 월 회원 가입을 통해 선불로 받는데, 9월 결산까지로 보면 영업 손실은 있지만 선불이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갖고 있어요. 아이템이 좋다고 말씀하시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영업방식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힘들기도 하죠. 어쩔 수 없이 적자가 발생했을 때는 주변 지인들 옆구리 찔러서 출자도 받아요. 저희 출자 1구좌가 100만원인데, 이런 방식으로 적자를 보전하는 방식이 건강한 재무제표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출자 또한 부채의 한 방식이니까요. 어쨌든 현재는 버텨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3년 후에 생산품을 내는 돌배마을협동조합 앞에서 어렵다 할 일이 아닌 것 같네요, 하하하.
이봉희)
홍천명품한과는 어때요? 아무래도 한과는 명절 때만 판매가 될 것 같은데요.
▲홍천명품한과, 2018 강원도 사회적경제 선도기업 선정
이예연)
마을기업 설립 전 교육을 정말 성실히 받으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아이템 선정 후에 가격을 결정하게 되잖아요. 저희는 시장평균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했어야 했는데, 지역 내 한과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잘못 결정했어요. 나중에 이것저것 따져 가격을 올리려니까 참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신상품의 가격을 올려서 보전하거나 조금 모자라면 대표가 희생하고 있어요. 마을기업 설립 전 교육에서 본인의 아이템에 대해서 상세하게 교육을 받으셔야 한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네요.
윤정열)
네, 마을기업 설립 전 교육에서 원가분석 같은 걸 하시게 될 텐데요. 비용구조, 수익구조를 잘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을 주셨네요. 이번에는 교육 참여자 중에 패널들에게 궁금한 점을 들어보도록 할게요.
▲최순녀(영월) 교육 참여자
최순녀(영월)
세 분 다 노력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특히 2년차 돌배마을협동조합은 같은 영월이라 한번 방문해 보고 싶네요. 특별히 고사리를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와 수익성도 궁금하고요.
이봉희)
저희 마을에서 자연산 고사리가 나요. 고사리 철이면 가구당 200~300만 원 정도 수익을 올릴 만큼 경쟁력도 있고요. 또 고사리는 3년만 잘 기르면 빽빽하게 들어차면서 잡풀이 들지 않아 관리할 필요가 없어져요. 비료도 줄 필요가 없고 영구히 고사리가 나는 땅이 되니, 이후에는 가공하는 비용만 들어요. 꽤 괜찮지 않나요? 저희 마을에 한번 오셔서 같이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네요. 꼭 방문해 주세요.
윤정열)
기업의 정보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됐네요. 사회적경제기업은 네트워크에 힘을 빌려서 인적 네트워크로 판매를 많이 하게 되기 때문에 네트워크 활동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또 실천하셔야 합니다.
▲서형철(평창) 교육 참여자
서형철(평창)
인건비는 어떻게 분배하시나요?
이예연)
저희는 한과 특성상 일손이 필요할 때 월급이 아닌 그때그때 시급으로 드리는 분들도 있어요.
이봉희)
저희는 총회를 통해서 작업량만큼의 금액을 n분의 1로 나눠요. 그 외에는 전부 외상이죠. 3년 후 수익이 나면 그때부터 나누기로 했고, 남녀 간 상이한 인건비도 조합원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해 둔 상태예요.
▲김홍경(삼척) 교육 참여자
김홍경(삼척)
춘천워커즈협동조합은 식품이다 보니 배달사고나 반품 사례가 잦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황경자)
반찬투정 회원 대부분이 생협 조합원이에요.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 입맛에 안 맞거나 더운 날씨 탓에 반찬에 문제가 생겼어도 90% 이상 이해하고 드셔주세요. 그런 신뢰 덕분에 열심히 만들고 있고요.
윤정열)
여러분, 혹시 ‘사회적금융’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자금과 마케팅 판로일 텐데요. 마케팅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니 잠시 제쳐두고 자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패널 중에 사회적금융에 대해 아시거나 이용해 보신 분 계신가요?
황경자)
협동조합 같은 조직은 제1금융권 문턱이 높아요. 가끔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 우선 대출 제도가 생겼다고 안내받기도 하는데 아직 시도해 보진 않았네요.
다만 춘천에서 지난 2013년 생협 조합원 위주로 ‘묻지마 종잣돈’ 펀드를 만든 사례가 있어요. 월 1만원씩 5년 동안 모아봤더니 1300만 원 정도 모이더라고요. 작은 돈이지만 지역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에게 소액대출을 하고 있어요. 담보도 이자도 없는 소액대출은 ‘이 돈을 어떻게 쓰겠다’ 하는 서류 한 장이면 충분해요. 현재까지 10개 기업이 혜택을 보았고 원금을 떼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제도상으로 사회적금융이 생기는 일도 환영하지만, 협동조합을 자발적으로 만드는 것처럼 사회적금융도 자발적으로 만들어보시길 권해요.
윤정열)
현재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0.5~1%대 저리로 대출이 가능하죠. 어려움이 생길 때 사회적금융으로 도움을 받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참 질문도 끈질겼고 답변도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못다 한 이야기나 교육 참여자 분들에게 한마디씩 남겨주시겠어요?
이예연)
저희는 조금 일찍 교육을 받아 먼저 출발한 것뿐이에요. 여러분도 계획을 세워 남들보다 부지런히 출발하셨다는 점에서 작은 혜택을 받으신 거예요. 틀림없이 원하시는 기업을, 원하시는 바를 이루실 겁니다. 열심히 해주세요!
이봉희)
마을기업은 어쩔 수 없이 영세하고 어려워요. 다만 우리가 다 사회적경제인이 되어 합심된 목소리로 우리 목소리를 내고 연대한다면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돌아가셔서 회원 활동도, 네트워크 활동도 열심히 하셔서 기업이 소기에 정상궤도로 발돋움하시길 바랍니다.
황경자)
어떤 규격에 맞춰 억지로 하진 마시고, 시범사업 등의 풍부한 경험이나 조직을 충분히 갖춰 출발하셔도 늦지 않으셔요. 저희는 조금 성급하게 와 지금의 애로사항을 겪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거든요. 다음 번 교육에서 사업계획서를 쓰게 되실 텐데, 마을기업에 선정이 됐을 때 꼭 써야 하는 내용을 성심성의껏 꽉꽉 채우셔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시길 바랍니다.
윤정열)
세 분 패널에게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아울러 오늘 토크쇼에 참여해 주신 분들과, 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현장의 이야기를 토대로 좋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향후에 좋은 마을기업이 꼭 되길 응원하겠습니다.
-솔직담백한 경험담으로
마을기업 후발주자들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을 나눠 준
세 분 패널과
유쾌한 진행력을 뽐내주신
윤정열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설립 전 교육 참가자들 모두
좋은 마을기업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길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그럼,
다음번 공감토크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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