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의 현재와 미래
김달현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팀장)
2002년 겨울, 한살림이라고 하는 직장에 입사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내가 일하는 곳이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름대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태어나 아이가 3살쯤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은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수도권을 떠나자.”
물론 긴 시간 동안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이 결론이 나기까지 중대한 영향을 끼쳤던 것은 ‘아이의 행복’이었다.
“정부와 언론이 마치 십대들과 전쟁을 하려는 것 같지 않니?”
하고 묻는 내 물음에 아이는 껄껄 웃으며 말한다.
“전쟁은 무슨 전쟁이요? 학살이지.”
- ‘다시 마을이다’ 중에서
가끔 내 아이, 혹은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경쟁해야 하며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수능이라는 시험 한 번에 모든 것을 평가받으며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가면 다시 취업이라고 하는 전쟁으로 뛰어든다. 경쟁에서 승리할 수도, 뒤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원주에 이사한 지 얼마 후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라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아이는 그 안에 조합원으로 있는 소꿉마당어린이집을 다닌다. 나름 도시에서 자랐던 아이는 소꿉마당을 간 지 하루 만에 얼굴부터 발끝까지 흙먼지를 뒤집어쓴 검둥이가 되어서 왔다. 하지만 표정만은 무척 건강해 보였다.
그렇게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던 아이는 내년에 학교를 다닐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한글을 몰라 약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 처음으로 공부라는 것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다. 나는 이 아이가 자라면서 경쟁에 이기는 것보다는 함께 이기는 것을 배우고, 지식을 남기는 것보다는 사람을 남기는 삶을 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삶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님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다.
나는 한살림부터 원주네트워크까지 어쩌다 보니 ‘사회적경제조직’, 특히 협동조합에서 꾸준히 일을 하고 있다. 레이드로 박사는 협동조합이 거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민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을 한다. 거대자본주의와 긴 시대의 아픔들이 만들어낸 문제점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지금도 수없이 목격하고 있다. 그 벽은 너무나 거대하고 튼튼해서 어디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 그리고 옆에 사람, 또 옆에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서로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조직이 생기고, 다양한 다른 조직들과 관계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그물망들이 하나하나 엮여나가면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세상은 조금 더 희망이 있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일을 하면서 이 정도 꿈은 가져도 괜찮을 듯싶다. 과하지 않은 소박한 삶과 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것, 자신이 속한 그 안에서 거대한 자본주의와 맞서기 위해 대안을 찾고, 사람을 찾고, 좀 더 나은 삶의 모델을 제시하고 다음 세대들이 누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내가 오늘도 사회적경제 영역 안에서 머물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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