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하기 좋은 도시 VS 살기 좋은 공동체
이경화(춘천지역자활센터장)
요즘 고속도로를 지나다 보면 ‘기업 하기 좋은 도시 00’이라는 광고판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특히 충청 이남 지역 지자체의 경우, 수도권에 있는 기업을 유치하고자 노력하면서 이전 기업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일정 정도의 성과 또한 있었다는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다.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목적은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적정한 일자리 공급이 부족하여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인구의 유출과 세수 축소에 허덕이는 비수도권 지자체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정책 선택일 수 있겠다. 그런데 정말 기업을 유치해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강원도 전체를 놓고 볼 때 원주지역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로부터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 경기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는 것 같다. 2013년과 2014년 기업유치 우수평가를 받은 강원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통계가 아닌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 증가는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왜 그럴까? 수도권에서 동해시 북평공단으로 이전했던 한 기업의 경우, 이전 직후 임금 체납이 발생해 지역 여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이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기업이전 보조금만 받아먹고 실제로 동해시에서 기업활동을 소홀히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보조금만 챙기거나 이전해도 기존에 그 회사에 다니던 사람들이 모두 이주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이전한 기업에 전문인력이 필요해 강원도 내에서는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 유치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상당한 예산이 배정되어 있을 것이란 추측만 가능하다. 이런 예산을 쪼개어 사회적경제 부문에 더 투자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도권에서 이전하는 기업과 달리 사회적경제 기업은 강원도에 뿌리를 둔 사람들에 의해 창업되고 운영되는 기업이다. 그러므로 사회적경제 기업에 필요한 일자리의 절대다수는 강원도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2013년 통계현황을 보면 강원도에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 수는 마을기업이 868개, 자활기업이 777개, 인증 사회적기업이 793개, 예비 사회적기업이 763개로 나타났다. 이외에 협동조합이나 농어촌공동체 회사 등 여타의 사회적경제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4,000개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현재는 5,000개를 웃돌지 않겠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본다. 물론 사회적경제 기업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일자리 수만을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겠지만 가시적으로 보이는 성과가 일자리이므로 눈여겨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경제 기업과 비사회적경제 기업의 지역 내 경제 선순환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를 보인다. 각 기관이나 업체에 들어온 돈을 지역 내에 어느 정도 순환시키는지 알아보는 지표 중에 LM3(local multiplier 3, 지역 승수)가 있다. 기관의 지출이 모두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고, 구성원들이 받은 돈과 지역공급업체들에 지급된 돈 또한 모두 지역 내에서 지출된다면 LM3값은 3에 가까워지고, 지출이 모두 지역 외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값은 1에 매우 가까워진다. 즉, LM3가 3에 가까울수록 지역 내에서의 자금 순환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고성지역자활센터를 대상으로 한국사회투자지원재단이 LM3값을 측정한 결과 2.51로 나왔다. 비사회적경제 기업의 경우, LM3값이 1.5를 넘기 어렵다는 게 통상적인 이론이라는 것에 비추어보면 사회적경제 기업의 지역 승수효과가 대단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사회적경제 기업에 투자되는 돈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 투자된 금액의 2.5배 정도가 지역에서 순환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 승수효과 이외에도 사회적경제 기업은 비사회적경제 기업이 진출하기 꺼리는 분야에서 활발한 기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사회적기업의 경우,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회통합 효과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통해 사회통합에 이바지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예산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원자화된 개인들을 묶어내고 이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씨앗 자금인 것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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