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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사회적경제 이야기/현장칼럼

【주파수 사회적경제Hz -이천식 칼럼】위기는 기회다

by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5. 9. 24.

 

 

 

위기는 기회다

 

 

이천식(강원도사회적기업협의회 대표)

 

 

 

 

 

 

 

 

위기는 기회다

 

위기는 기회다. 위기를 당하여 극복하려는 의지와 집중력을 더욱 강하게 하여 다시 일어날 힘을 발휘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잡아 전화위복하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1997IMF 구제금융과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 두 번의 경제 위기를 겪으며 자본 세력이 더욱 커진 것을 두고 빗대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양극화의 간격이 훨씬 더 벌어지고 수십 조의 공적 자금이 기업을 구하기 위해 투입되었고, 심지어 서민들의 장롱 속 금반지까지 털어다 위기를 벗어나려 했는데, 그 자금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면서 골은 더 깊어진 것이다.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상실된 사회에서, 그리고 위기 후에 자본은 권력화되고 서민은 상대적 빈곤과 절망에 빠진 채무자로 전락해 버렸다. 과연 위기가 기회란 말은 무슨 뜻을 담고 있단 말인가? 눈덩이를 굴리듯이 불어난 자본의 모습에 경악하면서 눈으로 뭉쳐진 재화가 햇볕을 받으면 소리 없이 녹아내릴 수도 있다고 가정해 본다.

 

 

위기의 시대다

 

우리는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서민 가계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참으로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지난 몇 해 동안 풀리지 않은 경기는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로 재기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말았다. 매출이 급감하고 도산할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경제는 그야말로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신성장 동력을 찾는다며 내실 없는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국력을 오히려 낭비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수십조 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은 누구를 위한 개발 사업이었던가? 수십조 원의 국고를 내다붓고도 아직도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망언하는 전 정부의 책임자들의 책임 없는 말을 들으며 가슴이 답답한 자원외교는 또 어떤가? 아직도 부담해야 할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데. 그뿐 아니다. 아무런 기반이나 투자도 없이 지역 사업들을 모아 지역을 행복하게 한다며 지역 발전, 지방 분권을 내세우며 거창하게 지역희망대회를 여는 등 핫바지 같은 일들, 명분만 그럴듯하게 이어지는 창조혁신센터 개원식, 그 뒤에서 서민들의 허리는 휘어지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공무원 연금을 놓고 공무원의 책임론을 앞세워 별로 얻은 것도 없는 개혁안을 밀어붙이며 여론몰이를 해대어 공무원들 주머니까지 닫아 버리게 한 정부의 무능을 탓할 기운조차 남지 않았다. 정치판은 원래 그랬다는 듯이 하는 일 없이 늘 싸움판만 키운다는 비판이 가라앉을 날이 과연 있을까?

 

워킹푸어, 허니문푸어, 베이비푸어, 실버푸어, 에듀푸어, 하우스푸어, 랜드푸어, 렌트푸어 등 다양한 푸어를 양산해 빚쟁이 나라가 된 한국 사회,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 걸까?

문득, 집값을 붙잡느라 빚내서 집 살 기회라며 대출 규제를 완화한 정부 부처 책임자가 언제 빚내서 집 사라 했느냐며 딴소리하는 보도 화면이 다가선다. 우리 사회는 진정 위기에 있는 것 아닌가.

 

세계 경제의 전망도 불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의 경제 위기를 비롯한 세계시장의 불안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가 되어 경제 환경을 옥죄고 있다. 수출은 줄어들고 성장목표는 내려지고 있다. 서민들의 삶을 점점 더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자본의 욕심은 한계가 없는 것일까? 대기업들은 대형할인점뿐 아니라 골목의 구멍가게까지 상권을 장악하고, 심지어 가맹점이나 창업 컨설팅에 이르는 모든 돈 될 것들은 싹쓸이하고 있다. 사회적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사회적 가치를 지켜주기 위해 사회적기업에 지원하고 투자하기를 바랐더니, 사회공헌을 명분으로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직접 사업도 마다치 않고 나서는 대기업들이 여럿이다. 기업적 비즈니스 컨설팅을 한다며 자기들의 조직을 활용하여 경쟁에 우위를 차지하며 수익 모델에 집중한다. 사회적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립력보다 경쟁력에 사활을 건다. 사회적 가치에 소홀해진다. 지역 구도를 벗어난다. 사람보다 수익이 우선한다. 또 다른 위기가 뒤따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위기는 극복하는 데 의미가 있다. 글로벌에서 지역으로 키워드가 바뀌고 있다. 미친 듯 널뛰던 자본의 세계, 글로벌에서 찾지 못한 가치들을 지역에서 찾아내고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주민들의 진솔한 삶을 느끼며 서로 이웃을 인정하고 정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며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 그런 공동체를 꿈꾸는 것이 사회적경제 아니겠는가? 앞에서 짚어본 것처럼 위기의 사회에서 개인이나 개별기업들은 살아남을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힘을 모아야 살아날 수 있고 지켜갈 수 있다. 서로 모이고 뭉친 힘이어야 견딜 수 있다. 힘이 부족할 때 힘을 모으는 것이다. 

 

 

시장은 누군가에 기대서 남의 도움으로 만들 수 없다. 스스로 개척해내야 한다. 틈새를 살펴 사회적 가치를 지닌 채로, 내놓을 만한 상품을 만들어 틈새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부 거래도 중요하다. 우리가 서로 사고팔며 시장을 활성화하고 단단히 하면서 그 범위를 넓혀 나아가 다른 시장과 결합한다. 시장을 가꾸고 키우는 것이다. 지역의 내부시장이 커지면 다른 지역과 교역이 가능해지지 않겠는가?

 

  

저성장 시대에 한 번으로 결판낼 일은 아니다. 신성장 동력 따위를 믿을 일도 아니다. 천천히 첫발부터 내디디면서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시장,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꾸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다움을 지키며 행복을 꿈꾼다. 희망을 만든다. 조금 벌어도 아껴 쓰고 나누면서 즐거운 세상, 욕심을 덜어내고 늘 만족해하며 어울려 손잡을 이웃이 있는 마을이라면, 사람이 살 만하지 않겠는가우리에게도 위기는 기회다.